이혼사유로 경제적 갈등을 언급한 조사대상자 중 176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경제적 갈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개념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혼"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언급된 내용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첫번째 구체적인 사유는 채무(44명, 25%)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배우자에게 숨긴 채무관계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신뢰'까지 잃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② 두번째는 사업실패(33명, 18.8%)이다. 물론, 배우자 혹은 본인의 사업실패로 언급되는 이 이유는 채무관계나 금전적 어려움으로 연결되어 있다. ③ 세번째는 과소비(32명, 18.2%)이다. 이는 가치관 혹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배우자의 소비습관이 본인이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결혼생활의 존속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④ 네번째는 금전적 어려움(28명, 15.9%)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이혼 사유와 연결되어 있다. 채무관계에서 기인하는 경우, 배우자의 경제적 무능력에서 오는 경우, 사업실패에서 오는 경우 등 어떤 경제적인 사유에서 기인하는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그 어떤 다른 사유보다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금전적 어려움은 결혼생활 유지를 포기하게 한다. ⑤ 다섯번째는 가족간 혹은 집안간의 경제적 갈등(24명, 13.6%) 이다. 배우자가 아닌 배우자의 집안에서 이루어진 채무관계가 본인 부담으로 넘어오는 경우, 지속적인 경제적 요청이 주어지는 경우, 무리한 혼수 요구 등이 여기에 속한다. ⑥ 여섯번째는 도박과 같은 적절치 못한 경제 행위(15명, 8.5%)이다. 요행을 바라는 도박, 경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습관적인 행위들이 가족경제 및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경우 이혼으로 이어지게 된다.

채무
김OO (남, 1969년생) : 결혼 후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분가하게 되었다. 분가 후 배우자의 사치가 점점 심해지더니 결국 금전적인 문제가 생겼고, 배우자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연속적인 부채를 지게 되었다. 집안일에 많이 신경 쓰지 못한 본인 책임도 있지만, 배우자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져 더 이상의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어 배우자의 부채를 모두 해결하고 이혼하게 되었다.
김OO (남, 1971년생) : 성격 등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여 행복한 결혼 생활만을 꿈꾸며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배우자의 사채를 비롯한 채무 관계가 너무나 복잡해 월급, 집까지 압류 당하기에 이르렀다. 심한 빚 독촉을 받는 중에 배우자는 집을 나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결국 이혼을 결정하였고 배우자는 위자료로 1억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재판에 승소하여 위자료를 주지 않고 1년6개월 정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사업실패
김OO (남, 1970년생) : 배우자와 사이도 좋았고 재미있게 살던 중 IMF의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이 운영하던 사업이 부도를 맞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배우자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결국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했고, 일정정도의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이혼하게 되었다.
김OO (여, 1965년생) : 중소기업 사장이던 배우자와 만나 결혼하였으나, 결혼한지 6개월 만에 사업이 부도가 나서 배우자는 실직 상태가 되었다. 배우자 본인은 너무나 괴로워 했으며 비슷한 직위의 직장을 구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본인이 맞벌이를 하면서 생활했다. 둘이 크게 다툰 적도 없고 싸움이 잦지도 않았지만, 서로 무관심해 지면서 이혼을 선택하게 되었다.
과소비
이OO (남, 1961년생) : 사업파트너 소개로 당시 20살이던 배우자를 만나 40여일 만에 결혼하게 되었다. 그만큼 별 문제도 없어 보였고, 마음에도 들었다. 그런데, 결혼 후 배우자의 씀씀이가 너무나 헤픔을 알았고, 남자 동창에게 돈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어 이혼하게 되었다.
현OO (여, 1963년생) : 호남형인 배우자는 집안도 부유하고 사업체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려 음주도 지나치게 많이 할 뿐만 나이라, 결혼 전부터 몸에 배인 낭비벽이 결혼 후에게 지속되었다. 돈에 대한 개념이 너무 없어 본인 지속적으로 만류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낭비와 무모한 사업확장으로 인해 그 많은 재산도 모두 탕진하였다. 그럼에도 개선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결국 이혼하기로 결심하였다.
금전적 어려움
최OO (여, 1968년생) : 명문대 출신으로 성격도 좋아 고시공부 중이지만 결혼하였다.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하며 약 7~8년 동안 배우자의 고시공부 수발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금전적 어려움에 갈등이 있었고 그렇게 지내는 과정에서 지쳐서 결국 쌍방의 합의 하에 헤어지기로 하였다.
이OO (여, 1966년생) : 중매로 만나 어른들도 마음에 들어 하시고 별 문제도 없어 결혼하였다. 결혼 후 바로 아기도 갖게 되어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였으나, 배우자가 결혼 후 두달 만에 처음으로 생활비를 주었을 뿐 생활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친정에 도움을 청하는 등 생활에 어려움이 지속되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나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가족간 경제 갈등
박OO (여, 1975년생) : 직장에서 만나 별 어려움 없이 결혼하였으나, 결혼한 후 배우자 뿐만 아니라 시댁식구들이 금전적으로 매우 예민하여 억압을 느낄 정도로 생활의 면면을 간섭하기 시작하였다. 배우자 및 시댁식구들은 맞벌이뿐만 아니라 주택구입 등 무리한 요구까지 하여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OO (남, 1962년생) : 결혼한 후 가끔 부부싸움은 했지만, 이혼에 이를 정도로 격렬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처형이 사망하자 배우자가 처형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본인과 본인의 집안에서 반대하였다. 그러자 배우자는 6개월 동안 형부 집에서 살겠다며 집을 떠났다. 6개월 후 재결합을 원했으나 무조건 싫다고 하며 거절하여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
도박 등 적절치 못한 습관
박OO (여, 1958년생) : 결혼 당시 배우자가 평범한 회사원이었기에 함께 평범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결혼 후 배우자가 술, 포커 같은 도박 등으로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다.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자, 배우자는 다른 여성에게 돈을 빌려 처리하고 그녀와 외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폭언과 폭력까지 일삼아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