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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말 빼먹지 않기 - 그 남자, 그 여자 中 -
by 이상용 (대한민국/남)  2004-05-07 21:59 공감(0) 반대(0)
가장 중요한 말 빼먹지 않기

그 남자
남자는 참 많은 이야길 준비했다

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낙엽 하나가 머리위에
축복처럼 내려앉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올려다본 하늘이 눈을 벨 듯 파랗더란 이야기

오늘 따라 노을이 참 선명하더란 이야기

노을이 지며 한강 다리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이상스럽게도 가슴이 일렁거렸다는 이야기

이어폰을 나눠 끼고
나란히 걸어가는 연인을 봤을 땐
그게 미치게 부럽더라는 이야기…

그 많은 이야기를 마음에 담은 채
남자는..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그, 제가, 그, 버스 타고 왔거든요
저, 요즘에 낙엽 많이 떨어지잖아요
내가 정류장에 서 있는데! 낙여… 콜록콜록.”

너무 긴장한 탓에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한 남자는
난데없이 기침을 해댄다

일분 간 기침만 해대는 남자를
여자는 근심스레 바라보고
남자는 괜찮다는 시늉으로 서둘러 손을 내저으며
간신히 말을 잇는다.

“콜록.. 아이고, 음. 보고 싶었다구요.”

… 여자가 활짝 웃는다
남자는 그제야 숨을 쉰다

그 여자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순간부터
여자에겐 미안한 상대가 많아졌다

먼저 약속을 해 놓은 친구에게도..
“나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안해서 어떡하지?”

매일 기대어 놀던 벽에게도…
“나 이젠 너랑 하루 종일 붙어 잇는 거 못할 것 같아
내 체온이 그리울 텐데 미안해서 어쩌지?”

꽃병에 꽂혀 있는 활짝 핀 장미에게도…
“내 사랑은 이제 막 피어나는데 넌 이제 지는 일만 남았네
미안해서 어떡하니?”

그렇게 여자는 남자를 만나러 같다
남자는 무슨 말을 하려다 갑자기 기침을 해대고
여자는 저 기침이 끝나면 무슨 말이 나올까
한껏 긴장을 한다

기침을 그친 남자는 보고 싶었다 말하고
여자는 그제야 웃는다
그러곤 남자에게 고백하듯 말한다

오늘 하루
미안한 상대가 참 많았다고

거리에서, 시금치며 고사리
옹색하게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도

향수를 잔뜩 뿌린 채 집을 나서던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던 힌둥이에게도

바스락, 발 밑에 밟히는 낙엽들에게도

몇 번씩이나 가만가만 속삭였다고

“나만 행복해서 미안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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