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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국경을 넘어....(뉴욕 미팅 체험기)
by tntbuck  2004-09-25 11:36 공감(0) 반대(0)
저는 지난 9월4일 선우 뉴욕지사에서 열렸던 유람선미팅에 참가했던 회원입니다. 제가 한때 소설가 지망생이어서 미팅에 참가하는 과정부터 지금의 피앙새를 만나기까지를 체험기 겸 소설형식으로 적어보았습니다. 미국은 계속 출근을 하는데 한국은 추석 연휴겠군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라고 추석연휴때 재밌게 읽어주시고 리플달아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은 국경을 넘어]

아! 오늘은 9월 4일…. 선우 뉴욕지사에서 주최하는 2004 뉴욕 미팅 페스티발이 열리는 날이다. 어제 밤 미시건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손 경빈 (가명)은 어제 겨우 하나 잡은 호텔에서 분잡하게 오늘밤에 열리는 선우 이벤트의 준비를 하고 있다. 뭐 특별히 누구를 만나서 잘 되리라는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왠지 기분이 들떠있는 것 같다. 괜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비즈니스 센터에서 몇가지 일들을 해결한후 이 옷 저 옷 입어보고는 겨우 하나 결정을 하고, 머리도 이렇게 저렇게 해보지만 괜히 맘에 들지는 않는다.

이벤트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느라 TV를 켜보지만 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없고, 결국은 애라 모르겠다 하고 짧은 낮잠을 청한다.

한편 낮 2시쯤, 맨하탄 건너편 뉴저지에서, 이 정인 (가명)은 차를 열심히 몰고 집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5시간 후면 선우 이벤트가 시작되는데, 오늘도 토요일이지만 일하고 오느라 겨우 이제서야 집으로 오고 있다. 입을 옷도 아직 결정 못했고, 머리도 해야하고, 화장도 해야하고… 이러다가 도저히 늦을 것 같아서 자꾸 빨리 운전대를 돌려보지만, 토요일 쇼핑 하러가는 차량들 때문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겨우 도착을 해서 하루종일 그녀를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는 본체만체 샤워를 하러 목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있으니 지난주에 힘들었던 일이 그녀의 몸과 마음에서 다 녹아 내려가는것만 같았다. 그런 편한 시간을 음미할 새도 없이 시간은 벌써 4시 – 이벤트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이벤트는 몇번 참가해 보았지만, 항상 별로 였던 것 같다. 이번에도 괜히 신청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미국에 와서 크루즈는 한번도 타보지 않았고, 야경도 다들 좋을것이라 하니, 정 괜찮은 남자들 없으면 그냥 야경이나 보고 즐겨야 겠다고 그녀는 생각을 하고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잠깐 잠들었나 생각하고 일어나 보았더니 벌써 5시다. 호텔 23층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면서 기지개를 피우는 경빈. 이제는 슬슬 나가봐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옷을 갈아 입고 거울을 보니, 괜히 이벤트 때문에 너무 차리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선을 보는것도 아닌데.

그래도 잘 쓰지도 않는 향수도 좀 뿌리고 헤어젤도 보통보다 좀더 신경을 썼다. 미시간 촌구석에서 (경빈이 사는곳은 미시건에서도 아주 시골이다) 괜찮은 신발 구하느라 좀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새로 구입한 신발을 신고 나가는 기분은 나쁘지는 않다.

토요일 오후라 관광객들로 빽빽한 뉴욕 맨하탄의 거리에 나와보니, 경빈이 사는 미시간 보다는 사람 사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의 물결을 해치고 조금 걷다보니 어디가 어딘지 몰라, 선우에서 온 이메일을 보니 이벤트 행사장보다는 조금 멀리 떨어진곳에 있다. 걷기에는 좀 멀다고 느낀 경빈은 그 불친절하다고 소문난 뉴욕 엘로우캡 (Yellow Cab)을 타고 이벤트장으로 행하기로 했다.

옷장을 뒤져보니 작년에 세일에 사두었던 검은색 드레스가 있다. 정인은 이 정도면 괜찮겠다 생각을 하고, 우선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기 시작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지는 오래 됐지만, 실크같이 부드럽고 찰랑찰랑한 정인의 머리결은 정인의 능숙한 손놀림에 어느덧 우아한 품위를 풍기고 있다.

그녀의 준비가 다 끝나고 그 드레스를 입으니, 정인의 늘씬한 몸매는 더욱더 빛이 나고, 아껴두었던 Samsara 향수를 정인의 몸에 뿌리니, 정인은 그야말로 봄에피는 꽃이다.

늦게 올지라 택시를 불러서 이벤트로 향하는 정인은 늦여름의 석양을 보며 맨하탄으로 향하고 있다.

이벤트 행사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경빈은 이벤트 행사가 열리는 크루즈가 있는 부두쪽을 향하여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조금 가다보니 저쪽 멀리서 노란색 자켓을 입은 선우 직원들이 행사준비에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경빈은 이벤트 참가 티켓을 받고, 아직 시간이 이른 관계로 강쪽으로 걸어가서 허드슨 강을 보고 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고, 엠파이서 스테이트 빌딩은 그 저녁 노을에 비쳐 빨간 빛을 내고 있었다. 뉴욕은 일 때문에 자주 오는 편이지만, 일없이 이렇게 뉴욕을 보고 있으니 경빈의 감회는 새롭기만 하다.

오늘밤 이벤트 행사도 궁금하기도 하고.

정인이 행사장에 도착한 시각은 밤 7시. 늦은줄 알고 허겁지겁 뛰어와 보니 이벤트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티켓을 받기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조금 짜증은 나지만 그냥 그 줄에 서서 기다렸다. 무슨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괜찮은 남자가 있나 하고 표시 안나게 두리번 두리번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정인은 이벤트 표를 받고 크루즈에 준비된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처음 타보는 크루즈라 그런지 조금 떨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표시 안내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선우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행사장에 들어가니, 행사장이 정인이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아주 분위기가 있었다. 사뭇 흐뭇해 하며 안내원의 도움으로 그녀가 앉을 자리로 향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크루즈가 이벤트 행사 진행인의 소개와 함께 떠나기 시작했다. 부두를 떠나면서 시작된 화려한 디너쑈와 조금은 쑥스럽지만 이벤트 진행자가 시키는 게임을 조금 하고 나니 생각보다는 이벤트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경빈은 들었다. 그리고 평생 이런 이벤트는 안올거라던 나를 돌이키면서 조금은 민망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조금은 어색하게 한번의 로테이션을 마치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진행인의 안내로 부페식으로 준비된 식사를 시작했다. 잘 차려 입은 식사 준비원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여러가지 맛있게 준비된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먹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이번 선우 이벤트에는 잘왔다고 경빈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벤트에 참가한 여성들도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정도의 미모를 가진 것 같아서 흐뭇하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여성들 중에 과연 그의 인연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조급해 지는것도 같다.

처음 크루즈를 탄 정인은 배의 움직임에 익숙치 못한탓에 저녁은 많이 먹지 못했다. 그래서 식사 시간중 잠깐 바람을 쐐러 행사장 밖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허드슨 강위에서 보는 뉴욕 맨하탄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시원한 강바람을 쐐고 있으니 잠시나마 무슨 이야기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복잡한것을 싫어하는 정인은 100명이 넘는 행사장에서 잠시 나와서 혼자서 야경을 즐기며 흐뭇해 했다.

잠시 야경을 즐기다 보니 이벤트 안내원이 정인에게 다음 로테이션이 시작된다고 하여, 다시금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니 머리도 복잡하고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정인은 참을성 있게 한남자 한남자에게 호감있게 대해준다.

5번째 로테이션이 끝나고 나니 경빈은 언제 어색했냐는듯 여성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었다. 나눠준 메모지에 만났던 여성들에 대해서 열심히 적었다. 다들 미모가 대단한 여성들이었지만 경빈이 찾고있는 여성들은 사실 없지않나 생각을 했다. 그래도 뭐 이벤트가 다 이런가보지 하고 생각을 하며 다음 로테이션으로 향하고 있었다.

6번째 앉은 여성과 이름과 직장을 물어보면서 언뜻 창가를 보니 저 멀리서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고 이벤트에 참가 하다보니 뉴욕 야경도 잘 보지도 못해서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여러 미모의 여성들을 만나니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다 언뜻….

다음 로테이션을 할 테이블을 보니, 한 여성이 경빈의 눈에 마주쳤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경빈은 얼른 그 여성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갑자기 마구 뛰는 가슴을 억누르기 위해서 숨을 한번 크게 쉬었다. 누구일까?

경빈은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 여성을 보며 왠지도 모르게 감정이 흥분되어 오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자기 소개를 열심히 하는 여성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경빈은 눈을 그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 쪽으로 흘깃해 보았다. 크루즈 안의 조명 탓인지는 몰라도 유난히도 그 여성이 밝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경빈은 괜한 수줍음에 오랫동안 그 여성을 볼수가 없었다. 아까 크루즈가 떠나기 전에도 궁금증에 여러 여성들을 두리번 보았지만 그 검은색 드레스의 여성은 보지를 못했다. 아무튼 경빈의 가슴은 너무나 뛰고 있었다.

이벤트 진행자가 자유의 여신상에 크루즈가 가까이 왔다며 바깥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좀 갑갑하던 정인은 잘됐다 생각하고 바깥으로 향했다. 허드슨 강위에서 보는 자유의 여신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강바람도 너무 신선했다. 그래도 바람 때문에 머리가 흐트러지겠다고 생각한 정인은 구석쪽으로 걸어가 바람을 피했다. 정인이 서서 손으로 머리를 잠시 손질하던 중, 정인은 저쪽 끝에서 정인을 보고 있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아까 잠시 저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분. 아까 행사장 안에서 볼때봤을 때보다 키가 훨신 크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궁금한 마음으로 정인은 그 남성을 살펴보았다. 약간은 마른듯한 체구에 아주 센스있게 입은 옷… 정인을 보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뜻 보고있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부끄러웠다. 누구일까?

한 5분여 후에 다시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진행자의 요청에 의해 경빈은 다음 로테이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그 검은색 드레스의 여성앞에 앉아야 하나? 사실 그러고는 싶은데, 왠일인지 괜히 애들처럼 수줍기만 하다. 좀전 여성에게 인사를 하고 다음 로테이션 자리로 걸어가는 경빈의 마음은 너무나도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그쪽으로 걸어가는 경빈의 눈빛은 어느덧 검은색 드레스의 여성에게 멈추었고, 수줍음에 얼굴이 바알게진 정인의 눈빛도 경빈에게 있었다. 그 정인의 눈길에 경빈은 빨려들듯 정인의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벤트 진행자에 요구에 따라 경빈과 정인은 서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손경빈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정인이라고 합니다.’

경빈과 정인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이제 처음 만난 그들 이었지만 그들은 벌써 이 첫 만남이 예사롭지는 안다는걸 알았다. 흥분된 감정을 가라 앉이느라 노력하면서 경빈은 주어진 짧은 시간에 정인에 대하여 너무나 많이 알고 싶은 마음에 질문 공세를 시작하였다. 정인은 그런 경빈의 갈망하는 마음에 비를 뿌려주듯 하나하나 차곡차곡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인할수 없는 경빈과 정인의 뜨거운 눈맞춤은 그들을 서로에게로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무정하게도 시간은 가버리고 진행자는 다음 순서로 넘어가고 있었다.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다음 순서를 위해서는 지금은 헤어질수 밖에는 없었다. 자리를 떠나는 경빈의 발길은 무거웠지만, 웃음짓는 정인의 눈빛은 경빈의 마음을 조금 가볍게 했다. 그리도 다음 순서에서도 순간 순간 경빈과 정인은 머언곳에서도 서로를 느낄수 있었다.

시간은 왜이리 안가는지, 경빈은 그저 빨리 정인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래저래 이벤트가 끝났다. 진행자의 마무리와 함께 이벤트 참가자들이 어수선하게 크루즈를 내리고 있었다. 배의 끝쪽에 있던 경빈은 정인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찾아 보았지만 정인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나중에 선우 왭사이트로 연락이 가능은 하지만, 그래도 지금 정인을 떠나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안에는 아무곳에도 정인은 보이지 않았다.

늦은 밤이라 그냥 갔나보다라고 생각하며 경빈은 힘없이 터벅터벅 배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주차장 저어 쪽에서 방긋 웃으며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인이었다. 경빈은 부끄러운것도 모르고 이사람 저사람을 재치고 정인쪽으로 뛰어갔다.

‘난 정인씨가 그냥 간줄 알았어요.’
‘하하. 전 배가 복잡하길래 그냥 빨리 나와서 경빈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요? 정말 고맙습니다. 정인씨.’

경빈과 정인은 잠시 말을 잃고 서로를 보기만 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뉴욕의 밤에 별은 총총하고 부두에 부딛히는 파도 소리는 저 멀리서 경빈과 정인의 귀를 간지럽혔다.

‘저어… 정인씨 늦었는데 바로 집에 가야하나요?’
‘아니요. 무슨 좋은 계획이라도 있으세요?’
장난치듯 정인이 경빈에게 물었다.

‘그런건 아니고.. 그냥 정인씨와 이야기나 좀더 했으면 해서요.’
‘아.. 그런거면 전 그냥 집에 갈래요.’

정인이 장난을 쳤다.

‘네?’
‘경빈씨 놀라니까 눈이 야구공만 해졌네요.. 하하하. 빨리 가요 경빈씨.’
‘아… 하하하’

둘은 서로 계획이라도 짠듯 부둣가에 있는 조그만 산책로로 걷기 시작했다. 아까 이벤트와는 달리 둘은 좀더 여유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뉴욕의 밤을 깊어만 가지만 경빈과 정인은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서로를 느끼면서 별이 총총한 밤을 즐기고 있었다.

경빈과 정인은 서로가 점점 가까와 지고 있다는걸 느꼈다.

어느덧 정인은 살며시 경빈의 팔에 팔짱을 끼웠다. 그때 경빈은 뉴욕의 달빛에 비친 정인이의눈빛을 바라보는것이 서로 앞만 바라보는것 보다 어색하지 않고, 정인은 경빈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 경빈의 채온을 느낄때가 그냥 떨어져 걸을때보다 부끄럽지 않고, 그리고 둘은 오히려 팔짱이 그냥 걷는것 보다 둘에게는 이제 더 자연스럽다는걸 알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둘은 산책로의 끝으로 왔다. 경빈과 정인은 마련되어 있는 조그마한 벤치에 않아서 허드슨 강에 비친 달빛을 보며 말없이 있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르고, 정인이 말했다.

‘경빈씨’
‘응?’
‘나 몇일 후에 캐나다에 가요’

갑작스런 정인의 말에 조금은 놀라며 경빈이 우스게 소리로 말했다.

‘꼭 내가 만나기 싫어서 미리부터 빠져나갈 길을 만드는거 아니에요?’
경빈의 말에 정인은 경빈에게 확신을 주듯 살며시 웃으며 경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정말이에요. 몇달전에 계획됬던 여행이에요.’
‘그래요? 얼마나 갈껀데요?’
‘2주요. 친구네 집이 토론토에 있는데 거기서 관광도 하고 그러기로 했어요.’
‘그럼 한 2주동안 정인씨한테 연락하기도 힘들겠네요? 정인씨만 괜찮으면 다음 주말에
또 뉴욕으로 내려올려고 했는데….’

경빈의 뜻밖의 말에 정인은 너무나 기뻤다.

‘그래요? 저야 경빈씨 내려오면 좋지요. 저 보러 내려 오시려고 했지요?’

말하며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당연하지요. 그런데 2주동안 정인씨 못보게 되서 실망이네요.’

그러며 둘의 다시 조용히 흐르는 허드슨 강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갑자기 정인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경빈씨 미시건에 계시잖아요.’
‘네’
‘이건 제 생각인데, 경빈씨 사는곳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그리 멀지는 않으니까
다음 주말에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 만날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정인씨 나이아가라까지 올수 있어요?’
‘네, 그렇지 않아도 한번 구경했음 했는데, 이유가 생겼으니 제가 버스타고 토론토에서
토요일에 그쪽으로 갈께요.’
‘그래요, 그럼 우리 다음주 토요일에… 음… 레인보우 다리에서 만나요.’
‘좋아요. 경빈씨가 그날 저 저녁 사주는걸로 하고….’

둘은 이렇게 다음주를 기약하며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뉴욕의 밤도, 허드슨 강도, 시간도 조용이 흘러갔다.

다음날 경빈은 다시 미시건으로 떠났고, 정인은 몇일 후 캐나다로 떠났다.

그리고 둘에게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다.

아침부터 정인은 들떠 있었다. 오늘이 경빈을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경빈과 이메일로 연락도 했고 전화도 했지만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늘이 많이 기다려 졌던거다. 그리고 한 3일 전부터 경빈은 출장을 갔기 때문에 그간 연락을 서로 하지 못했다. 사실 선우 이벤트 후 행사로 이벤트에 참가했던 남성들로 부터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정인은 단 한명한테만 프로포즈 허락하고 한명한테만 프로포즈를 했다. 경빈에게.

분명히 경빈도 많은 여성들로 부터 프로포즈를 받았을거라 생각하니 정인은 괜히 샘이 났다. ‘경빈씨도 내 프로포즈만 받고 나한테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괜한 상상한다며 정인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일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 일요일에 같이 나이아가라에 가자던 친구의 권유도 뿌리치고, 친구에게 토론토 시내까지 대려달라고 하여 나이아가라 행 버스 티켓도 사고,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정인은 들떠 있었다. 일주일만에 보는 경빈이지만 너무나 보고 싶었었다.

‘설마 나를 보고 실망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걱정도 되지만, 정인은 버스에 타고 나이아가라로 향하였다.

뉴욕에서 오자마자 경빈은 급한 출장 계획을 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IT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계획에 없는 출장이 아주 잦다. 이번에는 텍사스에 있는 센 안토이오로 가게 됐다. 출장 일정을 보니 금요일날 밤에 오는 일정이라 다음날 정인을 보러 가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정인은 캐나다에 잘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잘 있겠지.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건 정인의 캐나다 연락처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연락은 안되지만, 정인이 토요일날 만나는건 약속이 되었기 때문에 잘 되겠지. 정인이 너무 보고 싶다.

금요일 밤 11시 30분, 경빈은 아직도 클라이언트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회사로서는 약간의 프로세스만 바꾸었지만, 저번 프로그램부터 업그래이드를 한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명이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좀더 일찍 끝나는데, 경빈 혼자다 보니 도대체 속도가 늘지 않는다. 미시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타지 못하고, 내일 오후 비행기로 예약 – 그것도 스텐바이로 – 하였다.

그 비행기만 타면 내일 정인 만날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정인을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짜는 경빈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진다.

나이아가라에 도착한 정인은 경빈을 만나기 전까지 뭘 할까 생각을 했다. 경빈을 만날려면 앞으로 한 3시간. 관광을 할까 했는데, 하늘을 보니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토론토는 날이 맑아서 준비를 안했는데, 조금 걱정은 되지만 우선은 그냥 잠깐 쇼핑을 하다 커피숍에 들러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혹시나 모르니까 우산이나 하나 살까?

프로그램이 겨우 끝났다. 시스템 체크도 끝났고 테스트를 해보니 잘 되는 것 같다. 시간을 보니 비행기 시간까지 3시간 밖에는 남지 않았다. 렌터카도 반납 해야하고… 경빈의 마음을 급하기만 하다. 허겁지겁 공항에 도착한 경빈은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사람들은 오늘따라 왜 이리도 많은지. 카운터에 도착을 해보니 사람들이 겹겹으로 줄을 서있다.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는데 큰일이다.

겨우 카운터에 이르렀다. 스텐바이라 직원이 남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한 5분이 지났다. 그런데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때면 한 3 – 4 자리정도 남는다는데, 오늘은 비즈니스 클래스도 한자리 없다는 것이다. 무슨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았더니, 이 다음 비행기에는 자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비행기를 타면 미시간 도착이 밤 8시. 그렇지 않아도 4시간 정도를 운전하고 가야 나이아가라에 도착하는데 그러면 오늘 정인을 만나기는 너무 힘들다. 전화를 할려고 해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혹시나 정인의 집전화 메시지를 확인할지도 몰라서 정인의 뉴저지 집으로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지만 정인이 확인을 할지 모르겠다.

경빈은 그 직원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해본다. 그러나 표가 없는데 직원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그 카운터 직원이 여러 방법을 찾아본다. 경빈은 직원이 방법을 찾는동안 그냥 이래저래 이야기를 한다. 저번주에 뉴욕에 갔던 이야기, 정인 이야기, 오늘 정인을 만나기로 한 약속 등등. 그런데, 경빈은 그냥 해봤던 이야기들인데, 그 직원 여성이 경빈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나이아가라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요?’
‘네’

힘없이 경빈이 대답했다.

‘왜 그리 힘이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미스터 손, 제가 방법을 찾아볼께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몇분이 흘렀다.

‘미스터 손, 혹시 버펄로로 직접 가실 생각은 없으세요? 버펄로에서 나이아가라까지는
한시간도 안걸리는데요.’

경빈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말이었다.

‘네? 그래요? 표는 있고요?’
‘네, 미스터 손. 한시간 뒤에 이륙하는 비행기가 있네요.’
‘아.. 그럼 그걸로 끊어주세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꼭 그 아가씨 만나시길 바래요. 꼭 무슨 영화의 한편을 보는 것 같아서 저도 꼭 도와 드리고 싶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말하며 경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표를 건네며 티켓 카운터 직원이 말했다.
‘국경에서 꼭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만드시기 바래요, 미스터 손.’
‘정말 감사합니다.’

경빈은 급하게 비행기를 타기위해서 달렸다. 시간을 보니 아무래도 정시에 도착을 하기는 힘들지만 별 문제가 없으면 약속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정도는 도착할수 있을 것 같다. 정인이 기다려 주어야 할텐데.

늦여름인 9월이지만, 비가 오니까 날씨가 상당히 쌀쌀하다. 원래 나이아가라는 오대호의 영향을 받아서 종종 비가 온다고 한다. 쌀쌀한 날씨지만 약속장소인 레인보우 다리로 걸어가는 정인의 기분은 즐겁기만 하다. 조금은 걱정도 되고. 경빈을 만나면 처음에 뭐라고 말해야 하나? 경빈은 뭐라고 말할까? 이벤트 후에 몇일 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서먹서먹 할까봐 걱정이 된다.

비는 점점 더 쏟아지고, 날은 점점 어두워 진다. 경빈은 어디 있을까?

버펄로 공항에 도착한 경빈은 또 다시 렌터카를 구하기 위해서 뛰었다. 겨우 작은차를 하나 구해서 나이아가라로 향했다. 벌써 만나기로 한시간은 지났는데, 왜 이리 비는 오는지. 설마 정인이 한시간 정도는 기다려 주겠지.

비가 억수같이 떨어지는 고속도로를 경빈은 달리고 있다. 공항에서 나와 비에 흠뻑 젖어서 머리도 옷도 말이 아니다. 그래도 정인을 곧 만난다고 생각을 하니 비가 와서 운전하기 힘들어도 즐겁기만 하다. 단 시간이 늦어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비오는데 정인이 추운곳에서 떨고 있지는 않는지.

약속시간이 1시간이 넘게 지났다. 자켓을 입고는 있었지만 캐나다의 비는 쌀쌀했다. 정인은 차가워진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보았다. 경빈이 좀 늦네. 아마 무슨 일이 있을꺼야. 정인은 경빈 연락처를 미리 알고 오지 못한 것이 후회 되었다. 그래도 뭐 곧 오겠지.

그러고 2시간이 더 지났다. 정인은 다리 아픈것도 참으면서 계속 경빈을 다리 끝맞이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이아가라는 밤이 되어 쌀쌀한 오대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인은 떨리는 몸을 겨우 참으며 지나가는 검문소를 지나가는 차들을 보고 있다. 혹시나 경빈이 있을까봐. 설마 안오는건 아니겠지? 그런 사람은 아닌데.

경빈이 캐나다 국경근처에 도착한지는 벌써 2시간이 되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사고가 난건지… 차들도 너무 많고 비도 억수로 온다. 날씨도 추운에 정인이 다리 저 편에서 떨면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빈은 맘이 많이 아프다. 조금만 더 빨리 끝냈으면 이런일 없었을꺼라며 자신을 질책 해보기도 한다.

한시간이 더 지났지만 아직 레인보우 다리는 저 멀리 있고 차는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도저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경빈은 차를 옆길로 돌렸다. 그리고 차를 공용 주차장에 두었다. 우산은 없지만 경빈은 다리를 향하여 뛰기 시작했다. 억수로 오는 비에 경빈의 안경에 물이 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경빈은 그 비를 가르며 열심히 뛰고 있다. 정인을 향하여.

한 30분 정도 지나, 경빈은 숨을 헐떡이며 겨우 다리 검문소 근처까지 왔다. 혹시라도 정인이 있나해서 두리번 거려도 보지만 비도 오고 밤인지라 정인은 보이지 않는다. 추위에 이를 덜덜 떨면서 경빈은 검문소에 도착했다. 그 꼴을 본 검문소 직원이 경빈에게 말했다.

‘비오는데 우산도 없이 뭐합니까?’
‘지금 막 출장갔다 여기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차가 하도 막혀서 그냥 뛰어 왔습니다.’
‘그래요? 신분증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네’

경빈은 헐떡이는 숨을 겨우 고르며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신분증을 건내면서도 경빈의 눈은 정인을 찾느라 바쁘다.

‘캐나다는 왜 가지요? 비즈니스로 갑니까? 아니면 관광 가는겁니까?’
‘잠깐 누구 만나러 갑니다. 오늘 이 다리 저쪽 끝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미스터 손은 얼마동안 캐나다에 있을 예정입니까?’
‘하루요.’

경빈이 바쁘게 보이는걸 눈치를 챈 검문소 직원이 경빈에게 말했다.

‘여자 친구라도 만나러 가나보지요?’
‘…’
‘캐나다에서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통과 하시지요.’

경빈은 바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다시 뛰었다.

5시간째 레인보우 다리 끝에서 경빈을 기다리던 정인은 실망에 추위도 잊고 멍하니 저쪽 다리 끝만 쳐다보고 있다. 경빈은 끝내 오지를 않나. 서러움에 눈물이 나오려 하지만 정인은 꼬옥 참고 있다.

경빈은 오지 않나보다.

정인은 다시 한번 미국쪽 다리끝을 쳐다보고는 쓸쓸히 다시 버스를 타기위해 발을 돌렸다. 실망에 가득찬 정인은 바람에 비가 치마를 적시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터벅터벅 걷고 있다.

경빈은 계속 뛰고 있다. 만나려고 했던 장소까지 거의 왔는데 정인이 보이지 않는다. 비 때문에 걷는 사람도 없다.

‘정인씨’

하고 불러보았지만…

경빈은 고개를 두리번 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때…

저쪽 길에서 오는 차의 헤드라이트에 비추어 우산을 쓴 한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혹시나?
경빈은 뛰었다. 그리고 뛰면서 정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정인씨’

그 사람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도 경빈은 그 사람을 향하여 뛰어갔다.

정인은 추위에 떨면서 걷고 있다. 사실 어디로 가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걷고 싶었다.
경빈은 왜 안왔을까? 설마 내가 싫어진걸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정인을 괘롭히고 있었다.

너무 춥다. 그때…

그 누군가의 손길이 정인의 팔에 느껴졌다.
갑자기 놀라 돌아선 정인은 우산을 땅에 떨어뜨렸다.

‘정인씨’

하며 비에 흠뻑 젖어있는 경빈이 정인의 팔을 당겼다.

‘어머, 경빈씨’

라며 정인은 인사할 겨를도 없이 비오는 것도 마다하고 경빈의 품에 안겨버렸다. 그리고 추위와 설움에 복받쳐 울어버렸다.

‘난 경빈씨 안오는줄 알았어요.’
‘미안해, 빨리 못와서’
‘아니에요, 경빈씨 그냥 와주기만 하면 되요. 경빈씨 왔으니까 다 괜찮아요.’

따뜻한 정인의 눈물은 흘러 경빈의 어깨에 떨어졌다.
경빈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비바람에 춥고 떨리는 밤이지만 경빈과 정인은 너무 따뜻하다.
행복하거든.

이렇게 해서 저희 둘의 사랑은 시작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선우 뉴욕지사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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