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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kva...[3]
by 낭자 (대한민국/여)  2006-12-01 00:46 공감(0) 반대(0)


양치기 개가 양떼구름을 보며 컹컹 짖듯이, 텔레비전에서 모스크바 모습이 나오면, 화면 속으

로 들어갈 듯 바짝 다가앉는 나.

“모스크바로 가고 싶어.. 가고 싶어..”

“그럼 차라리 독어나 불어를 전공하지, 왜 하필 러시아어를 전공해서 그러냐?”

내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요즘도 휴가 때마다 부모님과 저는 그런 대화를 주고받지요.

“엄마 아빠, 나 20일부터 휴가거든? 그래서 말인데,이번에 나 모스크..”

“또오또오또! 러시아는 안 된다~”

“왜에에.. 왜 안 되는데에..”

“얘가 얘가! 넌 뉴스도 안 보니? 언제 폭탄이 터질 줄 알고!”

“훌쩍, 아빠아.. 엄마한테 나 러시아 좀 보내 주라고 해 봐..”

“큼큼, 큼큼, 그래, 엄마 말대로 다른 데 가라. 왜 다른 데도 좋은 데 많잖아~”



모스크바..

그 곳은 춥기도 참 많이 추웠는데, 추워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어찌 된 게 모스크바를 생각하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날씨, 그런 날 부는 바람 냄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냄새, 사과나무 냄새, 꽃다발을 싸는 얇은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냄새, 그

런 알싸한.. 그런.. 그리움 같은 냄새가 맡아져요.



“모스크바에 가고 싶어.” 습관처럼 중얼거리던 내게, 어느 날 당신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

는다는 표정으로 물어 봤죠.

“거기 가면 도대체 뭐 할 건데?”

그 때 내가 말했던 그 긴 대답.. 난 지금도 똑같이 할 수 있어요.

“그냥.. 가서 시장에서 달걀 팔던 아줌마 보고 싶어. 갈 때마다, ‘달걀’의 발음을 교정해 주고

그러셨거든.

그 옆에 쪽파를 팔던 아저씨도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온 사람이었어.

내가 베트남 여자 같다면서 파를 이만큼 더 주고 그랬어.

되게 가난해 보였는데도..

고탄력 스타킹을 하나 주면 메트리스를 새걸로 바꿔 주던 물품 담당 로사 아줌마!

진짜 독재자에 심술쟁이였어. 지금도 그렇겠지? 흥!



금방 청소했는데도 발자국 찍었다고, 밀대 휘두르며 화내던 청소부 할머니 일동도 궁금해.

특히 제일 쪼끄만 할머니! 흐, 그 할머니한테 내가 한번 여쭤 본 적이 있다?

“할머니, 러시아 할머니들은 대부분 뚱뚱해서 주름치마의 주름이 다 펴질 지경인데, 할머니

는 왜 그렇게 마르셨어요?”

그 때 그 할머니는 별걸 다 물어 본다는 표정으로 아름답게 대답해 주셨지.

“시끄러워. 넌 이불 홑청이나 제때 내놔!”

“아, 예~”

또.. 심심하면 여권 검사하던 경찰 아저씨들, 쓰레시통 옆에서 자주 주무시던 코가 진짜 빨간

할아버지들, 또..

아, 그 아르바트 거리의 점쟁이 집시 할머니! 그 때 나보고 그랬어.

“너는 결혼 못하거나 매우 늦게 한다. 하게 되면 너보다 어린 남자랑 한다. 오, 너는 돈을 많

이 벌겠구나. 어서 복채 많이 내놔라.”

그 할머니, 꼭 다시 만나야 해. 물어 봐야지.

“할머니, 도대체 얼마나 늦게요?”

그리고 기숙사 앞 키오스크에서 팔던 싸구려 보드카!

그걸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는데.. 아마 맛보면 깜짝 놀랄걸?

실험용 알코올이랑 똑같은 맛이 나거든. 놀라운 맛이지.

나탈리아 선생님 집에 가서, 소련 시대 비디오 보면서, 홍차랑 잼은 꼭 먹어야 해.

“설탕도 옛 설탕이 더 달게 느껴지는 법이지..”

공산주의를 그리워하는 선생님의 길고 지루한 회고담을 들으면서.

싸고 통통하고 빨갛고 달콤한 체리도 한 바구니, 두 바구니, 세 바구니 먹을 거야.

아, 학교 주변 사과나무엔 올해도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겠지?



내 긴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당신,

하지만 당신도 모르진 않았을 거예요.

이미 사랑하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건, 언젠가는 헤어질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과 똑같은 일이었어요.

제발 떠나지 말라 해도, 떠날 수밖에 없던 것과.. 똑같은 일이었어요.


- 그 남자 그 여자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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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2006-12-01 0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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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스키 영화 "희생"을 보면 그런 대목이 나오지요. 죽은 나무에 3년동안 하루도 거르지않고 매일 물을 주어 다시 살려내는 수도승의 이야기요.
어떤 행동이 한번 두번 꾸준히 반복되다보면 그만의 의미를 갖고 죽어가는 나무도
살릴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을 이 영화에서 배웠죠. 낭자님도 저와같은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
조**  2006-12-01 10: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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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한 주말되세여 사랑만큼 일에도 열정을 갖고 사시길......
서**  2006-12-09 12: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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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Q),, (Q^.^)Q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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