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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기다린척 하기 - 그 남자, 그 여자 中 -
by 이상용 (대한민국/남)  2004-05-12 21:19 공감(0) 반대(0)
안 기다린 척 하기

그 남자
또 힘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관물함에 쌓인 수북한 빨래를 잠시 뒤로 하고
일단 공중전화를 향해 뛰어갑니다

벌써 전화기 앞엔 줄이 깁니다
서둘러 나오느라 슬리퍼를 신고 뛰쳐나왔더니
발가락이 시립니다
5분… 10분… 기다리다 보면
발가락이 꽁꽁 얼어 버리죠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
뚜르르~~ 뚜르르~~

그녀도 내 전화를 기다렸는지
신호 두 번 만에 와락 전화를 받습니다
그녀가 내게 꼭 물어보는 것
밥은 먹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나는 무조건 괜찮죠, 안 괜찮아도 괜찮죠

그런데 정작 그녀가 감기에 걸렸는지
코맹맹이 목소리입니다

줄 서서 기다릴 땐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정작 그녀의 목소리만 들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립니다

아마 또 전화를 끊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다 생각나겠죠
에이, 정말 바보 같습니다

그녀는 이제 목욕탕에 갈 거랍니다
그런데 정말 전화를 끊고 나니까 생각이 나네요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으니
머리 잘 말리고 나오라는 말… 해줬어야 하는데…

그 여자
남자 친구가 군대 간 이후로
일요일이면, 난
화장실에 갈 때도, 밥 먹을 때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아요
아직 이등병이라서…
일요일만 전화를 할 수가 있거든요

예전엔 일요일 아침마다
목욕을 가곤 했지만
요즘은 통화하기 전까진
목욕을 갈 수도 없어요
목욕탕에 있을 때 전화하면 못 받잖아요

오늘은 일찌감치 전화가 왔네요
이번에도 줄 서느라 많이 떨었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별로 안 기다렸대요
아침을 먹자마자 달려 나왔더니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금방 전화했다구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난 왜 아직도… 목소리만 들으면
이렇게 눈물이 나고 코가 막히는지…

울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하고 싶던 말은 다 잊어버리고
매번 똑 같은 것만 물어 봅니다
밥은 먹었냐고, 아프진 않냐고…

군대에서 밥을 안 주겠냐는
남자 친구의 씩씩한 대답에
나도 힘을 내 웃으며 끝 인사를 합니다
“까까머리 이등병 아저씨,
그럼 다음주까지 안녕!”

훌쩍, 목욕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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