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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zern...[2]
by 낭자 (대한민국/여)  2006-11-24 00:23 공감(0) 반대(0)


“스위스?스위스를 아직 안 가 봤단 말이야? 내가 이름도 모르는 나라들은 다 가 봐 놓고, 아

직 스위스를 안 가 봤다고?”

놀라서 물어 보던 당신 표정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나요?

깃발을 꽂고 싶었다면 벌써 가 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사흘이든 열흘이든 한 달이든, 한 번

에 한 나라만 가는 걸요.



그 무섭게 비싸다는 물가를 감당하면서까지, 스위스에 며칠씩 머물고 싶지는 않았어요.

자연이 아름답다지만 우리 나라만큼 아름다울까 싶었고, 스키를 즐기기에 그만이라지만 난

스키는 신을 줄도 모르죠.

스위스 은행? 그게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스위스 시계, 스위스 칼..

그런 건 여기서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고, 그렇다고 하이디가 아직 거기 살고 있는 것도 아

니잖아요.



“일단 가 보고 말해.”

당신의 그 말에도, 나는 여전히 ‘치치 체체’했죠.

그러던 내가 스위스에 가게 된 건, 순전히 그 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친구 덕분이었어요.

기꺼이 오라는 친구의 말에, 난 김치며 즉석국이며 고추장 등을 숙박비 삼아, 용감하게 쳐들

어갔거든요.

그 덕분에 스위스 여행은 다른 때와는 좀 달랐어요.

이틀 자고 나면 짐을 꾸리고, 사흘 자고 나면 또 다른 도시로 옮겨 가고, 오늘 밤 내가 잘 방

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말 그대로 휴식이었죠. 그 친구의 집에 짐을 모두 풀어 놓고는, 많이도 쉬었어요.

어느 날은 좀 멀리 다녀오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내내 집 안에서 빈둥빈둥.

오전에는 그 집 창틀에 올라앉아 음악을 틀어 놓은 채 우유를 많이 넣은 커피를 마시곤 했는

데, 운이 좋은 어느 날은 그 창가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만나기도 했어요.

창문을 열면 내 콧잔등 위로 간질간질 내려앉는 눈.

원래 눈이 그렇게 크고 보드랍고 예뻤던가요?

그런 건 말 그대로, 눈 꽃 송 이.



우습겠지만, 그래서 난 ‘스위스도 좋네..’ 생각했어요.

해야 할 일도 가야 할 곳도 없고, 돌아올 날은 아직 멀리 있던 그 때.

친구, 그 집의 창틀, 커피 한잔, 눈꽃송이, 그리고 모렐렌바움의 목소리가 선물해 준 그 오전

의 평화로움.



스위스까지 가서, 그유명한 융프라우요흐도 보지 않고 왔다면 나를 바보라고 놀릴 건가요?

그럼 놀리세요 뭐.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당신이 꼭, 꼭이라고 말하던 루체른에는 두 번이나 갔네요.

한 시간 거리에 살면서도 루체른 한번 가 보지 않았다는 친구 덕분에.

그래서 유람선도 두 번이나 탔네요.

그런데 나는 유람선을 타고도, 내내 ‘치치 체체’ 했네요.

“에이 달력에서 보던 거랑 똑같네 뭐. 한강 유람선도 밤에 타면 얼마나 멋있는데! 아니 무슨

맥주 값이 이렇게 비싸? 와,이 땅콩 몇 알이 만 원이야?”

입 내밀고 있느라, 사진 몇 장 제대로 찍질 못했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 인터넷에 퍼져 있는 루체른 사진들을 클릭해 보면서는, 후회했지요.



그냥 아름답다 말하고 말 걸 그랬나 봐요. 좋으면 좋다 말할걸.

괜히 남의 나라 막연히 동경이나 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괜히 남의 나라를 질투나 하는 심술궂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아닌 척하느라 더 많이 행복해할 시간을 놓쳤지요.

당신이 샘나서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샘나서 불안했어요.

당신이랑 있으면 늘 내가 부등호의 뾰족한 쪽이었어요.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데 나는 그렇지 않았고,

당신은 잘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그렇지 않았고,

그러니 지금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내가 버림받을 것 같았어요.



...

당신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기나 할까.. 나는 당신에게 충분한 사람일까..


- 그 남자 그 여자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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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2006-11-25 22: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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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님때문에 책안사서 글 잘읽고 있어여 당신의 작은배려가 타인에게 행복을 줍니다.^^*~~~~ 행복하세여 언제나^^*~~
서**  2006-11-25 2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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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행복해질 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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