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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부 친구J[3]
by nana (대한민국/여)  2006-06-28 02:49 공감(0) 반대(0)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의 J가 울 동네로 이사왔다.
핸드폰으로 "나 니네 동네 00아파트로 이사왔다. 니네 집이 어디쯤이지?
하면서 말한 기억도 없는 우리 집 위치 까지 정확히 아는 그의
말에 사실 좀 놀랐다.

"너 나땜에 이사왔구나." 하니
그는 특유의 쾌활하고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그 좋은 음성으로 말했다.
"00아...너는 너무 눈치빠른게 흠이다."


두달에 한번 꼴로 나의 안부를 챙기는 J는 결혼한지 2년되는 유.부.남이다.
혹자는 유난히 부담없는 남자가 유부남이라는데 나는 이상스레 유난히
부담스런 남자가 유부남이다.

여튼 J와 나는 한 4년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니 그가 결혼하기 전 총각인 시절에도
우린 친구로 아주 잘 지내왔다.
사귀는 여자 얘길 한번도 내게 하지않았는데 어느 날 뜬끔없이 전화해서는 나 결혼해
하는 그는 그와 아주 그림이 잘 나오는 170이넘는 늘씬한 미녀와 결혼했다.

사실 그와 나는 나란히 서도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그림이 안나오는 사이였다.
나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185가 넘는 그의 키와 떡벌어진 체격앞엔 170이 넘는 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와이프역시 십센티가 넘는 힐을 신어 그와의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영화모임에서 J를 처음 봤을 땐 잘 생긴 외모와 화술 등등에 혹 바람둥이가 아닌가 경계해서 거리를 뒀는데 한참 지나 친해지고 나서 그가 내게 그랬다.

"너는 너무 사람을 경계하는게 좋은 사람을 못만나는 이유인 거 같다."

낯선 사람을 보면 내 맘 속에 경계 경보부터 발령하는 버릇을 그에게 들킨 것이다.
하도 정신없고 이것 저것 좋아해서 가벼울 거라 생각했던 J는 의외로 진중하고
사려깊고 만나면 만날 수록 좋은 친구였고 누구보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였다.
사람을 깊이 알고야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여는 내 습성상 섯불리 나를 칭찬하고
나의 무반응에 제 풀에 지쳐 떨어지며 원망했던 모임 사람들보다 J는 내게 애정이 많았고
나를 인내할 줄도 아는 조용히 나를 지켜봐주는 좋은 친구였던 거 같다.

가끔 만나며 친하게 지내던 중 J가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하고 만나자 하길래
그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한동안 그를 피했던 적도 있었다.
이상스레 J와 나는 아주 잘 통했고 가정환경이나 등등 J의 모든 것이 다 배우자로
봤을때 전혀 무리가 없었는데도 J를 이성으로 느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론 여자친구들과는 다르게 J를 만나면 더 위안이 되고 듬직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기에
내가 피했던거 같다.
그런데 재밌는게 그 시기가 한두달 지나고 나서 J는 결혼한다고 내게 말했고 내가
그에게 언제 사람을 다 사귀었니? 하니 그는 그냥 알고지내던 후배인데 자기에게
대쉬해서 괜찮은 여자다 싶어 결혼을 결정했노라 말했다.

"음..그래..그렇구나..잘됐네.한참 어린여자와 결혼하구..너 성공했다."
할정도로 J가 결혼한단 사실이 섭섭하지 않았다.

그가 결혼 전날 전화해서

"내일이면 나 유부남이다.."하며 농담을 할때도 그래..염장지르지말고 잘가라
하고 진정행복을 빌어주며 말했다.

결혼한 후 J가 가끔씩 전화할때마다 언제 한번 만나자마 했지만 2년이넘도록
그와 만난 적은 없었다. 하긴 뭔가 껄끄러운 게 있었다.J는 이젠 결코 편하지
않은 유부남이기 때문이었다. 내 사고의 한계인지라..

근데 돌아서 생각해보니 내가 만난 이성중에서 J만큼 사려깊은 사람도 없었고
예의바른 사람도 없었으며 나와 대화가 잘 통했던 사람도 없었고 나의 장점이나
단점까지 다 열린시선으로 봐주던 이도 없었고 그만큼 잘 생긴사람도없었고
목소리 좋은 사람도 없었고 노래를 잘하던 사람도 없었고 날 위해 돈을
팍팍 쓴 사람도 없었고......등등...에또 뭐가있지..--;;

아...내 복을 내가 찬것인지..운명의 장난인지 그 사랑의 콩꺼플이 J를바라보는
내게는 안 덮어씌운 것이다.
처음에 J가 좀 내게 호의적이지않고 신비주의전략으로 약간 튕기며 나왔더라면
사이가 달라졌을까..--;;
(야밤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드네..)

여튼 J는 멋진 친구다. 나만큼 오지랍이 넓은 그는 자원봉사로 정신병원환자들에게
살사댄스도 가르쳐주는 남모르는 선행을 해서 일간지에도 실리고 자사 홈페이지 모델로도
등장하기도 하고 정말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내 자랑스런 친구다.


미혼시절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강남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신 날이었다. 아세틸콜린 대사가 떨어져서 평소 술 한잔에도
머리가 띵해지는데 그 날은 우울한 기분으로 맘이 가라앉아 술을 연거푸 들이켰던
거 같다. 아무 말없이 우울해 하는 내게 술을 말없이 따라주던 그..

술집에서 나와 친구들과 걷던 내게 다가오며 버버리차림의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한번 잡아봐"하면서 내 손을 잡더니 어색하게 반쯤 앉아 따라오며 치타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그의 땅에 스치는 버버리자락을 보며 그순간 나는 얼마나 흔쾌히 웃었는지 모른다.


문창과를 졸업한 J는 은퇴한 후 작가가 꿈이란다.
그는 참 풍부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니 그의 글이 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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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006-06-28 03: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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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을 주변에 두게되면 눈이 너무 높아져버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
이**  2006-06-28 09: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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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 지는데요? 실제 이야기? 아님 소설?
방**  2006-06-29 03: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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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저는 남자보는 눈이 너무 낮아 발아래 있었기때문에 지금은 서서히 올려봐야할시기랍니다. 푸..소설처럼 느껴지신다면 전 소설같은 인생을 사는거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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