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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5]
by nana (대한민국/여)  2006-07-04 03:30 공감(0) 반대(0)
몇 해 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나온 에피소드 중의 하나다.
결혼을 결심하고 사람을 소개받던 이태란이 소개팅자리에서 한남자를
소개받는데 웬만하면 잘해보고 싶은 맘에 그 남자의 참을 수 없는 끔찍한 부분이
눈에 띄어도 흠...이정도쯤은....하고 견뎌보려고 노력한다.

음식을 먹는데 소리를 너무크게 낸다든지 또는 아무렇지않게 팔을 걷었는데
원숭이 같은 털복숭이였나..해서 아...그래..이정도는 견딜 수 있어.하고 마음을
다잡고 손바닥에 난 털까지 인내하다가 ...참외배꼽도 참고..등등...

급기야 외계인 같은 남자의 귀를 보고 쓰러지고 만다는
내용이었나..하여간 그랬다.

이 에피소드를 단순히 웃고만 봤는데 의외로 그 당시 한창 선우의 회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하던 언니 친구는 남얘기 같지않다고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올 초 선배가 하는 미팅 싸이트에서 어떤 남성분이 프로포즈를 했기에 선배의 부탁도
있고 해서 만남을 가졌다.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말만 듣고 만남의 자리에 나갔는데 미리 와서 앉아있는
그 분을 보고 나는 첫번째 허걱~하고 말았다.

비교적 남자의 외모엔 관대한 나조차도 놀랠만한 외모를 소유하신 남성분이었다.
얼굴이야 평범하다 치지만 머리와 어깨의 비율이 심각하게 안맞는 분이었다.
어깨가 아주 좁지는 않은데 어깨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라인이 11자였다.--;;

머리가 좀 많이 크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얼굴이 긴 편이었고 좀 왜소한
체격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속으론 좀 놀랬지만 내 낯빛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질까봐 조심하며
맘 속으로...

'뭐..남자가 얼굴 뜯어먹고 살것도 아니고 이쯤이야...다른 부분을 보자..좀더 다른 부분이
있겠지.'

나는 보이지않는 무언가가 그 분을 빛내주리라는 기대를 갖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부산이 고향인 분이었는데 일방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려고 나름대로 짜여진
포맷을 가지고 묻고 답하고 많이 준비하고 나오신 거 같았다.

나도 그 분의 다소 재미없고 하나마나 한 질문에 조금씩 지리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성의있게 그 분에게 답변을 해드리고 가끔은 아~그런게 아니죠..하면서
내 의견도 내놓고 했다.

가령 그 분이 하는 말이
출산문제 때문에 서른이 넘은 여자는 만나려고 하지않았는데 어머니한테 물어보니
여자가 서른이 넘어도 출산 잘한다는 말을 믿고 이 자리에 나왔으며 다른 것보다
내가 방송사에서 드라마작가로 일한 경력이 맘에 들어서 나왔다는 다소 민망한 말도
그 분은 거침없이 해대었다.

평소같았음 뭐...이런 위인이 다있나..했겠지만 경상도 사람의 다소 직설적인 특색이려니 하고 나쁘게 보지않았다. 그리고 간혹 웃는 모습이 그나마 해맑아보여 어깨와 머리를
이어주는 일자라인이 희석된다고 좋게 좋게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얘기하는 도중에 수입이 얼마나 되는가? 뭐 그냥 웬만해요 하니 그 분 왈

"그렇겠죠. 어디 공무원만한 직업이 있으려구요.(중략)
서울시 공무원들 다 서울대 나왔다고 생각하죠?

-(마음 속으로; 아니..저 그렇게 생각안하는대요.)

아니에요.대부분 지방대고 그나마 국립대학인 부산대나온게
서울대나온 학벌맞먹어요. 그러니 난 학벌도 좋고 게다가 우리또래에서 인물도
좋고 동안이고 키도 크지..그러니 승진이 빨랐죠. "

나도 모르게 그 대목에서 픽하고 웃음이 나왔는데 그 분이 민망해할 거같아
얼른 물한잔을 들이켰다.
동안이란 말을 나도 자주 듣는데 어디가서 그런 말을 하면 아니..그런 말을
듣는 척하면 안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그 분은 내보기에 적어도 자신의 나이보다 더 들어보였음 들어보였지 덜 들어보이진
않았다.

나이 든 사람을 지탱해주는 믿음이
그래도 난 동안이잖아...이건데..이 안에는 얼마나 많은 자기 합리화와 자기 비애가
숨어있는지 그 자리에서 처음 느꼈다.

그래..그래도 다른 부분이 있겠지 주위로 관심사가 분산되며 산만해지려는
나를 다독이며 이상하게 잘난체 하는 그분이 그런 말들을 하면 할 수록 더욱
그분이 애석해지기만 할뿐 짜증나거나 불쾌하진 않았다.
어느새 이건 소개팅 현장이 아니라 인간탐구 현장이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자신은 애를 셋이상은 날건데 그 가는 허리로 애를 셋이나 날 수 있겠냐고
대뜸 묻는데 황당하다기보단

"공무원이라서 그러신지 정부 시책에 잘 동조하시네요."
이런 말밖에 안나오는 거였다.

나중에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나는 다시한번 그 분의 큰 키에 놀라고 만다.
하이힐을 선호하지않는 나의 습성상 3센티 정도의 굽을 신은 (162+3=165)
내가 내려다 보일 정도의 키가 그 분에겐 큰 키였던 거다.

나이의 힘일까
몇 년 전이었음 왕재수다 어쩠다 했을 텐데...나는 왠지 그 분의 그 무한한
자긍심이 서울시 공무원에게 우러나는 하나의 사명감으로만 희석되서

흠....공무원들이 저렇게 자긍심이 드높은 한 서울시 행정은 더욱 잘 돌아가겠지
이런 믿음으로까지 이어졌다.

한마디로 날샜다. 소개팅을 해도 사람하나하나가 개개인으로 눈에 들어오는게
아니라 인간차원에서 이해가 되니...
이래서 당최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나 할까..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내서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 양자택일하라는 투로 나를
다그치던 그 분은 끝까지 왕자였다.


여튼 소개팅 사연을 대략 들은 친구왈

"몇급 공무원이래디?"

"어..글쎄..그건 묻지않았는데..."

뭐..내 남자 될 사람도 아닌데 9급이면 어떻고
4급이면 어떻고 10급이면 또 어떠리?

아..근데 진짜 대뜸 몇급? 하고 묻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난 참..일반적인 여자들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영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공무원이면 공무원이지 몇급이냐는 질문이 감히 내 머리에서 나올만한 수준은 아닌걸
보니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별꼴이다 웃기다 별종 다보았다 하는 친구의 답변에 내가 그랬다.

"글쎄.... 하는 말로는 장관급이던걸...뭐..그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면
공무원사회에서 귀감이 될만한 인물 아니겠니...
나의 낭군감으로는 너무나 대단한게 탈(?)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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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소행  2006-07-04 08: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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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무한한 발전을 할 것 같네요 ^^
최경화  2006-07-04 10: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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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님의 성격좋으심에 박수를 보냅니다~~~짝짝짝~~
전 그런분과는 절대 30분이상 못 앉아 있는데,,,,
암턴,,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네요..
담에는 멋지신분 만나시길~~
남**  2006-07-04 14: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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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이 글 읽구 무지 민망하실듯..
이**  2006-07-04 19: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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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 좋은 인연이 분명 님을 찾아올 거예요.
방**  2006-07-05 01: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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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그 분이 오셨나요? 후,,걱정마세요 여기는 그 분께서 오시지않는 자리랍니다. 제가 여기서 미팅한 회원얘길 이렇게 올릴정도로 팔불출은 아니거든요. 또한
그 분은 결혼정보회사에 왜 가입하냐구..공무원이라면 여자들이 줄줄서는데..이런 말씀도 하셨으니 행여 여기 가입 하셨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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