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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녀의 강아지[3]
by nana (대한민국/여)  2006-07-14 05:24 공감(0) 반대(0)
짧은 저패니매이션인 신카이 모토의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나는 참 좋아한다.
흑백톤으로 구성되는 고양이와 그녀만 등장하는 고작 5분 밖에 안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남 얘기 같지않은 스토리에 나의 강아지 쎄디가 떠올랐다.


봄이 시작됐고 그 날은 비가왔다.
그래서 그녀의 머리카락도 내 몸도 꽤 젖었고
주변은 비의 아주 좋은 냄새로 가득 찼다.

지구는 소리도 없이 돌고, 그녀와 나의 체온은
그 속에서 조용히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
'지금 집에 없습니다. 용건을 남겨주세요.'

그날, 그녀는 나를 주웠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고양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sec1 중-



크리스마스의 캐롤 소리가 울려퍼지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나는 아는 분에게서 쎄디를 받아 털이 복슬 복슬한 녀석을 품에 안고 집에 왔다.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였는데 아시는 분이 동물 구조협회 관련 수의사 분이시라
그 분을 통해 녀석을 입양해 올 수 있었다.

녀석이 처음 발견된 곳은 학교 운동장이었다한다. 아이들 체육하는 틈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있다가 구조단에 넘겨졌다는데 업동이라는 별칭을 갖고있던
녀석에게 나는 쎄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언젠가 누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에서 본 이름이 쎄디였는데 "쎄디를 찾습니다." 그 문구가 유난히
인상적이어서 집없는 천사였던 녀석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녀석의 이름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렇게 지어주었다.

시츄를 처음 키워보기도 했지만 불러도 뜨막해하며 반기지도 않고 약간의 꼬리만
살짝흔드는 녀석을 보고 참 별종이다 생각했다. 처음에 집에 와서 배변훈련이
전혀 안되길래 수의사 분이 가르쳐준대로 신문지뭉치로 막대기를 만들어 혼내주기도
하며 훈련시키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뚱하게 있다가도 녀석은 밤에 잠을 자려고 하면 침대 위에 냉큼 먼저 뛰어올라와 자리를
봐두고 내려가라고 내가 소리치면 한쪽구석에서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 하는 폼이
앞으로 이 개자식(--;;)을 어찌 훈련시켜야할지 당시에 나를 심히 난감케 했다.

녀석은 식성도 특이해서 초밥이나 김밥을 아주 좋아했고 내가 쥬스를 마시려고 하면
옆에서 그 냄새를 맡고 킁킁거렸고 오렌지 쥬스를 밥그릇에 따라주면 쩝쩝거리며
잘도 마셨다. 또 귤도 좋아했다. 한입 베어 귤의 알알이 드러나게 벗겨주면
녀석은 냉큼 한번에 꿀꺽 귤을 삼키고는 다시끔 나를 애타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귤의 알맹이가 드러나게 까주지 않으면 녀석은 입에 넣지도 않고 뱉어 버리는
것이 주인에게 어떤 대접을 받던 개였는지 알만했다.

처음엔 내게 잘 앵기지않는 녀석의 뚱함에 실망하다가 내가 책을 보고 있으면 그 옆에
살짝 기대어 잠을 청하고 특히 책위에 얼굴을 받치고 잠이 깊이 든 녀석을 보며
참 너구리같이 귀엽고 통통한 녀석의 모습에 흐뭇해하며 불현듯 쎄디의 전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개를 잃어버리고 아직도 어딘가에서 개를 애타게 찾는 건 아닐까 혹은
녀석의 습성을 보며 -밤에는 잠을 자지않고 낮에 12시까지 늘어져자는 모습에-
전 주인도 나만큼 밤낮이 바뀐 사람이었으며 초밥이나 김밥을 즐겨먹고 디저트로 녀석과 귤
한조각씩 나눠 먹는 그런 소박한 삶을 사는 독신녀 혹은 독신남이었을거라 나름대로
추측했다.

녀석의 습성 하나하나를보며 지나간 녀석과 그 주인의 모습까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녀석을 데리고 온지 한두달 정도 지나 어느 춥던 겨울 밤이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뒤척이다가 갑자기 슬픔이 복받쳐 뜨거운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낮에는 잘 참았던 이별의 아픔이 어둠의 힘을 빌어 내 몸 전체를 파고 들어 나를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었다.나는 이불 한귀퉁이를 깨물며 눈물을 참고 한동안 흐느꼈던거 같다.

그때, 뭔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김이 살며시 내 얼굴에 닿았다. 울고있는 나를
살며시 보듬어주듯 하는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내 볼에 미끄러져내려왔다.
녀석은 나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아주 세심하게 핥아 주고 있었다.
나의 눈에서 샘처럼 솟는 슬픔의 근원을 아주 말라버리게 할 작정인 것처럼
녀석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렇게 계속 핥고 있었다.

갑자기 녀석은 강아지가 아니라 나의 뺨을 가만히 잡고 눈물을 닦아주는 어떤
사려깊고 친절한 사람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나는 살며시 녀석을 끌어안았고 신기하게도 내 눈물샘이 말라버린것처럼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않았다.
그때 나는 녀석을 가만 안고 생각했다.
'네 전주인도 나만큼이나 울보였나 보구나.........."

그 후로 녀석은 내게 정말 각별했다.
버릇없게 굴어도 나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엄마가 강아지를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호위 속에서 녀석은 잘 지냈다.

그렇게 녀석과 지내온 지 어언 2년이 지나갈 무렵 나는 녀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끈이 풀려서 집을 나가버린 녀석을 찾으려고 인쇄전단을 동네 곳곳에 붙이고
인터넷 분실견싸이트에 들어가 녀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음에도 일주일이
지나도 녀석을 찾지 못했다.

녀석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더욱 상심했지만 또 마음 한편에선
녀석은 천상 집없는 천사의 팔자라 자기가 살던 떠돌이 인생으로 다시 돌아가버린 것이 자연의 순리니 그만 녀석과의 인연을 놔줘야하지않냐며 동물이든 사람이든 정을 끊지못하는 미련맞은 나를 질책하며 슬픔을 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쎄디와 나의 인연이 끝나지 않은 듯 나는 녀석을 다시 찾았다.
참 세상엔 보기보다 인정많은 이들이 많았다.
특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따뜻한 맘씨를 지녔다.
멀리 상계동에서 까지 내게 비슷한 강아지를 봤다고 제보해준 고마운 분들에서
동네에서도 너댓분이나 연락을 주셨다.
모두 허탕을 친 경우였지만 그들도 나만큼이나 내가 강아지를 잃어버린 것에
안타까와 하며 작은 실마리나마 나와 녀석을 연결해주는 끈이 되지않을까
하시며 도움을 주고 싶어하셨다.

결국 잃어버린지 15일만에 쎄디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녀석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어딘가 동네 주차창에 힘없이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내가 쎄디야..하고 부르니
너무 놀라워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녀석의 눈빛...
지금도 간혹 언니에게 그런 얘길하면..
핀잔을 받는다 "왜 너보고 강아지가 그러디? 어머..엄마아..."이러구 말야."

어머..엄마아..까진 아니어도 어머..이럴 수가...모든걸 포기하고 단념한
초점없이 무기력한 눈빛에서 갑자기 생기를 띠며 이럴수가 하는 강아지의
눈빛을 몇년이 지난 이 시간에도 결코 난 잊을 수 없다.

나를 한없이 신뢰하는 그 따뜻한 눈빛을 난 결코 배반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정붙이지나 말걸...처럼 언젠간 쎄디와 내가 이별할 날이
오겠지만 그리고 난 그때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속에 헤매일지도 모르겠지만
녀석과 내게 허락된 시간 만큼은 내게 무한한 위안과 사랑을 심어준
나의 강아지 쎄디에게 잘 해주고 싶다.

시간은 흐른다.
녀석도 내가 첫 만났을때 보다 많이 늙었고 털도 푸석해졌고
나또한 그런 변화를 겪어야만 하는 시간이 계속 되고 있다.

꽃이 피면 지기도 하고 달이차면 기울기도 하듯 변화는 계속되고 때론
그 덧없는 시간에 허허롭기도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세상을 사랑한다.

결코 변치않는 생에 대한 사랑과 희망은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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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006-07-14 10: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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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지도요... 분양 보내버린 고양이 애기덜이 생각이 무지 나네요...ㅠㅠ 무지 아끼고 사랑했는데... 한없이 외로워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뛰어 다닐것 같아서... 다 분양해 버렸죠... 한도 끝도 없이 절망적 외로움에 빠져 볼려고...^^ 너무 너무 보고 싶어요...
커플닷넷허** 매니저  2006-07-14 10: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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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나님의 그 감정이 느껴집니다... ^^
홍**  2006-07-14 15: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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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마이펫" 재미있게 잘 봤답니다. 님의 글도 가슴에 와 닿네요. 건필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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