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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7]
by nana (대한민국/여)  2006-06-01 04:26 공감(0) 반대(0)
Episode 1 . 어린 왕자


또래에 비해 조숙했던 내가 열두살 되던 해 읽었던 책이 바로
"어린 왕자"였다.
그 당시의 감흥으로 중 1에 올라가 써내려갔던 어린왕자 얘기는
교내 문예지에도 실리게 되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데 나를 사로 잡았고 내가 그리워했던 어린왕자란 인물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담아낸 내용이었던 거 같다.

어린 왕자가 노란 독사에게 물려 쓰러지는 뒷모습과 그리고 마지막 장....
같은 장면 속에서 어린 왕자가 사라진 채 고즈녁히 풍경들만 자리한 장면...
감수성이 예민했던 당시의 내가 수없이 눈물을 훔치며 보던 장면이었다.

그가 말한 길들여진다는 의미도 몰랐지만 난 그 책을 읽으면서 그 곱슬곱슬한 머리결의
긴 판타롱 바지를 입은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졌던 셈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진 그의 모습을 애써 죽음이 아니라고 ,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않는다는
그의 말을 되새겨봐도 이미 난 그에게 길들여졌기에 흐르는 눈물만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Episode 2. 지하철의 연인들


늦은 밤, 대중교통이 끊길 시간쯤이었다.
지하철 역사에 들어섰다.
한산한 지하철역사에 젊은 남녀가 서 있었다.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서있었고 남자는 여자를 매정하게 뿌리치는
한눈에도 이별을 하는....사랑만큼 이별도 쉬운 이 도시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있는
별반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었다.

자신을 잡는 여자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나와 달려가는 냉정한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나도 그녀의 시선이 되어 가만 바라보았다.
그가 플랫폼안으로 사라진 후에도 그녀는 계속 그 자리 그대로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섰을 것이다.

플랫폼에 내려와 그 냉혈한인 젊은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린 난
그때 고개 숙인 남자의 가만히 떨리는 어깨를 보았다.
나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던지 헛기침을 해보이며 다시 고개를 든 그는 불안한 듯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다시 계단 위로 올라가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몇번을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할수록 그의 눈가는 붉어졌고 그는 재차 그녀가
거기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막차여서 그런지 지루하게 오지않던 차를 기다리던 나는 그를 가끔씩 바라보고
있었고 한 이십분쯤 지나 그녀가 떠났음을 확인한 그가 약간의 한숨을
쉬며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신호음이 울리며 전차가 왔고 차에 몸을 실었던 난 그를 보기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막차에 오르지않았다.
떠나는 차에서 물러나는 풍경에 덩그마니 놓여있는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흐느끼고 있었다.



Episode3. 잃어버린 개

8년을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갔다.
어쩌다 끈이 풀렸는지 나가버렸는데 간혹 그런 일이 있었던지라 오겠지싶었다
한나절이나 아님 이틀 지나 들어온 적도 있는지라 신경도 쓰지않았지만
개집에 뽀얀 먼지가 필때까지 반달이는 돌아 오지 않았다.
마침내 사료 몇알 남은 먼지낀 밥그릇이 보기싫어 치워 버렸고 그제서야
나또한 그녀와의 영원한 헤어짐이 실감나 목이 메였다.

반달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와서 귀염받던 시절...
추운 겨울에도 마당에서 꿋꿋히 겨울을 나며 자다가도 기지개를 펴며
밤늦게 들어오는 주인을 반기던 모습...그런 등등이 떠올랐다.

사위스럽다며 개집을 치우시자는 엄마를 만류하며 두달 째 마당에
빈집을 그대로 두고 있다.
가끔 반달이가 있을거 같아 고개를 숙여 안을 바라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그나마 그 빈집마저 사라지면 영 반달이의 자취가 사라지는 거 같아
맘이 안좋을 거 같아 여전히 치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그녀와의 이별이 일상이 되어버린 어느 순간에는 내가 먼저 그 집을
치워 버릴지도 모르겠다.



Epilogue 길들여진 시간들


사람의 맘도 흐르는 세월 앞엔 금방 무뎌지고 감당할 수 없을 거같은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는거 같다. 우연찮게 일상이 내게 깨달음을 주려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시기에 내가 간과했던 스쳐갔던 시간들을
이제 다시끔 새로이 느끼고 있다.

나의 아픔만에 집중하고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의 사랑, 나만의 슬픔, 나만의
추억에만 집중했던 무척이나 어렸던 철부지 시간들 말이다.
어떨땐 그 시간들이 너무 부끄러워 모든 시간들을 돌리고 없애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부정하려해도 그것은 내가 보낸 시간이고 그 안에서 난 행복했고
내 자신에게 가장 솔직했던 순간이었다.
모든 대상이 사라진 채 어린왕자 책의 마지막 장처럼 지금은 고작 풍경만
덩그마니 남아버린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난 정말.....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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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2006-06-01 07: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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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연인들...남 이야기같지 않은데요...ㅜ.ㅜ 다 이유가 있겠죠... 떠날수밖에 없을수도 있고, 떠나게 만들어놓고 떠난다고 뭐라고도 하고...거참...쉽지가 않아요...인연이 아닌가보다란 생각으로...그렇게...다시 시작하고 싶다가도...더 큰 상처로 남을까봐서 다시 다가가지도 못하고...어쨌든...쉬운것은 아닌듯합니다..
이**  2006-06-01 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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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에 잠시 로긴했다가 잔잔한 생각에 젖게 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nana님 팬이 되겠는데요, 이러다.^^ 근데, 청년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남성이 nana님과 4살이상의 나이차가 난다면 고려하실 의향은 여전히 없으신가요~?
김**  2006-06-01 1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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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예전 글 나이차이가 주제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  2006-06-01 13: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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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주제가 아닌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걍 약간 짖궂은 질문을 해본거구요. ㅡㅡ;
김**  2006-06-01 13: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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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좋아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엿보이네요.. ㅎㅎ 나나님께 묻기이전에 남자답게 부딧쳐보세요..좋은모습에 생각도 바뀔수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따지고 소심하게 다가다가는 이루어지는것 없습니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고 좌절하기전에 한번 직접 만들어보세요..좋은결과 있기를.. 화이팅!!! 아자아자~~ ^^ 감정이 왔을때 미인을 얻으삼
방**  2006-06-02 01: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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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남성분보다 제가 4살연상일 경우도 있지않겠어요.--
얼마전 언니네 집에서 4살짜리 조카가 땡깡부리고 울길래 제가 그랬죠."울지마라 마흔이 될(?) 이모도 안우는데 4살짜리가 울 일이 뭐있냐? "
동감맨님..미인의 그 미짜는 쌀미짜인가요? 아닐미짜인가요?-..-
김**  2006-06-02 0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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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말하기 불필요하네요... 착하고 순수한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고 공감해 주시는 나나님은 이미 누구보다 아름답습니다....^^ 술한잔 본의아니게 했는데..무지 부럽네요..후후...흐지부지마시고 결말을 보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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