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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마음 보내는 마음[5]
by nana (대한민국/여)  2006-11-10 00:44 공감(0) 반대(0)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맑고 찬 가을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차가운 밤바람을 맞아서였는지 며칠째 밭은 기침과 코가 살짝 맹맹해졌지만
그 김에 말할때마다 약간씩 비강을 울리는 비음이 제법 괜찮게 느껴졌다.
라디오 음악프로에서 조수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그 청량하고 애끓는 음색에 나도 모르게 오물거려본다.


11월은 영원히 내기억속에 남으리.... 내기억속에 남으리...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으리....


밀물처럼 흘러가버린 사랑 속에서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
하염없이 카타리니 기차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 영화 해바라기에 나오는 소피아로렌의 모습이 그러했을까?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며 그 커다란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이란....


조수미의 애절한 목소리가 노래 후에도 여전히 귓전에 맴돈다.


다음 주면 수능이다. 가르치는 고3이 셋이 있는데 이번주가 마지막 수업이다.
8개월 이상 가르친 아이들이니 수업을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시원 섭섭해진다.
물론 입시가 크나큰 인생의 첫관문이겠지만 여름내내 한창 좋은
시기에 시험공부하느라 낯빛이 좋지않은 아이들을 보며 나조차도 무척 안스러웠다.

이 관문만 통과하면 황홀할 정도로 멋진 대학생활이 기다리고 있단다..하고 말했지만
글쎄...나조차도 황홀한 대학시절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을
시간들을 함부로 말하기에는 좀 미안스러워졌다.

물론 막상 대학생이 된다면 그 세계에 또다른 어찌보면 지금보다 더 험한 관문이 놓여있겠지만...그 비밀을 미리 발설할필욘없었다. 그래서 그애들이 더 안스럽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딸을 시집보내는 아비의 심정과 같을까?
좀 걱정되기도 하면서 잘 살았음 하는 마음처럼 조그만 가슴에 상처받지말고 원하는 좋은
성과를 얻길 기도할 뿐이다.



일이 바빠 주말에도 우린 서너시간의 데이트가 고작이다.
마침 그의 생일이라 휴가를 내서 오랜만에 이른 오후에 만났다.

점심을 함께하고 행선지를 알리지않는 그를 따라 가다보니 이촌에 왔다.
어디가? 하는 내 말에 서울지역 집값 좀 알아보려고...
이촌에 와서는 여기가 서울시내에서 아파트값이 비싼 곳 5위 안에 드는
곳이야. 응...그래? 여기 원래 예전부터 유명한 동네였잖아..하다가 보니
박물관 앞이었다.

마침 루브르 박물관 전시회가 열리고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지 얼마되지않아
루브르를 같이 가보자고 했던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나와 내가 그랬다.

"루브르는 이걸로 때우는거야? "
"설마...."


들라크루와. 제리코, 앵그르 그림등이 왔지만 정작 내가보고 싶은 베르메르의
그림은 한점도 오지않았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볼수 있지않을까 했었는데 전시실밖에서 판매하는 도록으로만
베르메르의 그림이 보였다.

전시된 편수도 그리많지않았고 고야의 그림도 한점밖에 오지않는등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화집에서 자주보던 에로스와 프쉬케의 밀랍같이 뽀얀 그림이 반가웠다.

전시실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귀엽고 어린 커플들을 보며 우리도 사진 몇장
찍어달라고했다.

거울못 레스토랑이라는 박물관의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오후에 넘어가는 햇살아래로 J의 얼굴에 번지는 잔잔한 빛이 참 좋았다.

여름의 장마가 막 시작되던 무렵 그를 만나 무덥고 습한 여름을 함께 보내고 가을의
바람을 함께 느끼고 이제 곧 겨울 눈이 내린 길을 함께 거닐것이다.

결혼은 사계절은 함께 겪어보고 해야할거 같아요.

몇번 만나지않아 결혼에 대해 묻던 그에게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간 결혼은 나와는 먼일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내가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했고
정말 올해 봄까지도 결혼에대한 확신이 20%도 채 안됐다.

그러나 우습게도 나도 모르는 새 나는 결혼과 가까와지고 있었고
우린 이제 겨울과 봄을 더 보내고 나면 한집에서 같이 살 것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살고 싶다는 유행가의
가사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더이상 헤어지고
싶지않다는 느낌이 들자 이젠 정말 결혼이란 것이 추상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정말 그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 헤어짐없이 매일 매일 아침을 함께하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있고 싶다.
그런 소망이 내게 결혼의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이래서 모두들 결혼을 하는 구나 싶다.


노을에 번지는 J의 따스한 얼굴을 보며 내가 말했다.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음 어땠을까?
그래도 우리가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게 되었을까?


참 우연인지 그와 만나게 되면서 우리가 좀더 일찍 조우할뻔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글쎄...만일 우리가 일 이년 더 일찍 만났다해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래. 우린 서로 좋은 시기에 만났다.
일 이년 전의 나는 누굴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지나간 사랑에 헤매이며 자책하는 못난 모습이었고 나만의 사랑에만 충실했다.

내 사랑의 순수성만 부르짖었지 남을 진정 사랑하지 못하는 차가운 심장을
지니고 있었다.
이별의 아픔만 곱씹으며 떠나간 사랑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나도 세월의 힘에 이끌려 미련하게 머무는 마음을 놓아버리고
떠나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지나버린 시간은 지난 시간이다.
다시 올 수 없는 이 말에 눈물짓던 나날도 이제는 모두 지난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지난 사랑을 떠올리면 마음이 서늘해온다.
그래. 우리가 좋은 시기에 만났더라면 서로 이렇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한땐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었지...


눈 내리는 밤....
미끄러운 신촌 길을 하얀 입김을 날리며 날 업고 가던 널...... 내가 어찌 잊을수 있겠니?
그 기억만으로도 그에게 고맙다.


그래. J와 나는 서로 좋은 시기에 만났고 서로에게 아픔이 되지않는 그런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사랑의 슬픔 보다는 사랑의 기쁨이 넘치는 사랑을 나도 꿈꿀수
있게 되었다.


4월 말에 선우에 가입하고 회원활동 보다는 이 곳 게시판이 더 많은 위안이 되었다.
게시판을 통해 지난 시간을 다시 느끼는 기분이었고 예전처럼 철모르게
행복할 수 있었다.

해가 지면 다시 해가뜨듯이 만남이 있음 헤어짐이 있겠지
헤어짐이 있으면 다시 만남도 있을테고...



어디에 서있든 당신이 항상 행복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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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006-11-10 02: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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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말이 있기를 빕니다.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그리고 40년 후에도..
이**  2006-11-10 07: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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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님, 오늘 날씨처럼 싸~하면서도 말끔한 느낌...이 곳에서 얻은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세요...행복하세요..
조**  2006-11-11 23: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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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ana님 글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되고 좋았어요..
감정을 글로 잘 표현하시는것 같아서 부러워여^^
화이팅하시구여 환불문제도 잘 해결하시길..
조**  2006-11-12 19: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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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글구 J분과 아름다운 추억 마니 만드세여
^^*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님도 아시리라 행복하세여 ㅎㅎㅎ
방**  2006-11-13 01: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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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언제 이곳에서 퇴출(--;;)될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정리해야겠죠.
모두들 좋은 분 만나 행복하시길 빌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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