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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 수기] 내 인생의 반쪽, 세상의 전부
by writer  2002-08-02 13:04 공감(0) 반대(0)
[이을용 수기] 내 인생의 반쪽, 세상의 전부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이번 기회에 아내 자랑 좀 해야겠다. 아니 많이 할거다. 내 아내 이숙(30)과 나는 95년 초 한국철도 선배의 소개로 만났다.
당시 아내는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피아노교습소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맘에 들었다. 내가 있던 용산에서 한강만 건너면 방배동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방배동 카페촌에서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사실 내 아내는 나보다 세살 위다. 하지만 나이차는 우리에게 문제될 게 없었다. 나는 내성적인 반면 아내의 성격은 활발하고 밝아 궁합이 잘 맞았다.

점점 사랑으로 감정이 번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단칸방 하나 제대로 얻을 수 없는 내 현실을 알게 되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 처지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나는 아내를 데리고 내가 머물고 있던 한국철도 보선사무소로 향했다. 한 겨울이면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차라리 바깥이 오히려 따뜻할 정도였던 사무실 안을 보더니 아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아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너 정말 불쌍하게 사는구나"라며 측은한 눈빛을 보였다. "그만 만나자"는 아내의 말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1주일 뒤 아내는 달라져 있었다. 1주일치 내 옷가지를 모두 가져다가 손빨래를 해서 가져다 줬고 주말이면 금천구 독산동에서 장인이 경영하는 갈비집에서 항상 고기를 가져와 직접 구워줬다.


내가 상무에 입대해서도 아내는 항상 편지를 보내줬다. 1주일에 한번씩 외박을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데이트도 수월했다. 큰 형님이 돌아가셨을 때 축구를 그만두려고 하자 아내는 "더 이상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며 눈물로 나의 결심을 막았다.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를 그만두면 평생 한으로 남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마음을 다잡고 프로로 가기 위해 노력할 때도 아내는 마음의 버팀목이 돼줬다. 당시 상무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각 프로팀의 스카우트가 몰리고 있었다. 결국 부천 SK에 둥지를 틀고 새출발할 수 있었다. 프로에서 2년간 뛰니 전세 아파트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집이 생기니 이제 번듯한 가장이 된 것만 같았고 결국 99년 11월27일 첫눈이 내리는 날 우리는 화촉을 밝혔다.


내 생일은 9월8일이다. 하지만 워낙 촌에서 살다보니 생일선물은 고사하고 미역국 한번 먹은 기억이 없다. 아내와 연애하면서도 쑥스러워서 내 생일을 알려주지 않았다.

결혼을 한 뒤 25번째 생일이었던 2000년 9월8일 아내로부터 난생 처음으로 금으로 된 목걸이와 팔찌를 선물받았다.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었다. 선물을 받을 때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눈물이 핑 돌았다. 아내 앞에서는 창피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돌아섰지만 연습경기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는 바깥 풍경이 뿌옇게만 보였다.


이번 월드컵 때 만삭의 몸이었던 아내는 친정에 머무르며 경기를 지켜봤다. 아내는 나를 지켜보며 많이 울었단다.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는 안절부절못해 호흡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터키전 때 내가 골을 넣었을 때는 뱃속에서 우리 아기도 같이 좋아하더라나. 태석(아들 이름)의 출산 예정일은 원래 8월2일이었는데 5일 먼저 태어난 것을 보면 월드컵 때 응원이 출산을 앞당긴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제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놈의 어머니가 된 내 사랑 이숙씨. 평소 다정다감하지 못하는 못난 남편에게 싫은 내색하지 않고 내조해준 당신께 마음 단단히 먹고 얘기하고 싶다. "진심으로 영원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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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 2002년 08월 02일 정리〓최원창 기자 gerrard@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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