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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차로 떠난 여인
by 윤호원 (대한민국/남)  2002-07-11 13:06 공감(0) 반대(0)
*** 밤차로 떠난 여인

무슨 유행가 가사 같지만,
인생은 다 유행가 가사 아냐?
사실 유행가 가사 만큼 인생을 잘 표현하는 것도 없겠지.
젊었을 때는 유치하다고 멀리하던 노래들이,
그것도 소설이냐고 침을 튀기며 욕하던 삼류소설들이,
이제는 내 가슴을 파고드니,
내가 유치해 졌나?
아니면 인생의 유치함을 깨달았다고 할까?

그녀가 떠난다.
밤차로.
혼자서.
떠난다고 한다.

역 어두운 한 구석,
나 그녀을 보고 있다.
그녀의 눈길이 두려워서.
차라리 경멸의 눈초리를 택하리라.
그녀의 무심한 눈빛보다.

한 남자 있어
그녀를 보낸다.
그녀가 사랑한다 했다.

내 마음은 이미 열차에 탄다.
그녀가 앉을 자리 따스하게 만들어야지.
그녀 내 무릎에 앉히면 좋으련만.

그녀가 온다.
내 품에 그녀를 가만히 받아들인다.
그녀의 빨간 빰을 만져본다.
꼭 장미같다.
내 예쁜 장미.

그녀는 앉아 창밖을 본다
나 그 옆에 앉는다.
누구세요?
그녀의 가슴을 파고드는 목소리에
나는 떠밀려 열차에서 내린다.
나는 어두움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열차는 서서히 어둠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품에 안고.

나는 대합실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그녀의 남자의 등을 본다.

흐르는 눈물.
그녀가 밤에 떠나기를 잘했지
아니면 대낮에 남자가 눈물을 보일뻔 했지.

그대 앞에서 나는 단지 한마리의 참새에 불과 하오.
비에 젖어 바들바들 떨며
당신의 발앞에서 오로지 당신의 자비만을 구하는 불쌍한 참새요.
차리리 참새구이로 먹혀,
당신과 영원히 하나가 되고싶소.

이 세상에 여자가 하나 둘이오?
그녀의 남자가 어둠속에서 외친다.
나에게는 한 여자밖에 없소.
남자는 고개를 흔들며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랑해주세요.
한 여자의 목소리가 텅빈 대합실을 울린다.
나를 사랑한 여인.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던 여자.
다시 새로운 눈물이 흐른다.
이제 나는 그녀가 되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쏟은 그녀가 되었다.

나는 알았다 그녀가 왜 사랑했는지.
살기 위하여.
나는 사랑받으며 살았지.
이제 나는 사랑하며 산다.
나는 사랑한다.
살기 위하여.

열차는 그녀를 어디로 데리고 갔을까?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돌아 오지 못하는 곳으로?

나는 빈 대합실의 구석에 몸을 누인다.
외로움을 베개로 하고,
그리움을 이불로,
사랑의 괴로움을 자리에 깔고,
그녀를 기다린다.

나는 잠든 그녀를 본다.
그녀의 숨소리에 살며시 나를 실어본다.

열차는 가고 있다.
이대로 영원히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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