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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가 이땅을 떠나야 하는 이유!!
by 조순식 (대한민국/남)  2002-06-21 15:49 공감(0) 반대(0)
넷츠고 축구게시판을 읽다가 한삽 퍼왔습니다.
반드시 옳은 주장이라고 할 수도 없고, 중간 중간
그만의 자가당착과 어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희동구"
주민등록증까지 만들며 붙잡아두려는 세태에.. 과감히
반론을 제시하는 이 사람의 글... 그냥 이런 생각도
있구나하고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펀글이니
반론은 절대 사양합니다..^^

.....................................................

새벽에 돌아와서 히딩크 감독의 경기 시작전 인터뷰를 보았다.
사람들이 열광하는것에 대한 소감을 물으니 그가 말하길..
"열광은 갈망에 지나지 않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잘해낸 선수들로부터 자기자신을 보는 것 같다.
그것이 좋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이 짧은 인터뷰를 보면서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히딩크 감독의 저러한 인식은 네덜란드인들의 평균일까.
아니면 히딩크만의 것인가?? 그는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디까지여야하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나는 축구광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월드컵 진출 예선전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하나로서 열심히 그리고 애타게 한국팀을 응원했었다.

예선전에서 차범근감독과 그의 사단은 8승 1패의 화려한
전적으로 전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월드컵
본선무대에 올랐었다. 차범근 감독은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되다시피 했고, 각종 CF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였다.
(짚고 넘어갈 점은.. 차감독은 자신이 버는 돈들을
''''자기가 알아서 좋은일''''에 써왔다는 점이다. 단지..
위정가들 처럼 떠벌리지 않았을 뿐...)

그럼.. 오늘의 월드컵 상황을 보자.
이탈리아가 탈락했다. 프랑스도 떨어지고, 아르헨티나도
떨어졌다. 스페인도 아일랜드와의 경기내용에선 패배나
다름없는 것을 운이좋아 간신히 8강으로 올라갔다.
그러한 국가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월드컵
유치 이전엔 잔디구장 하나조차 없었고, 국내리그 시즌
중에는 경기장이 텅텅비어 있는 우리의 이 곳과는 그
정도가 엄연히 다르다. 아니..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정말 너무도 차이가 난다고 하겠다.

그들이 월드컵에서 국가 대리전 성격의자존심과
전 국민의 명예를 염원하며 화이팅을 바라는 것이
우리와 같다면, 그 이전에 그들에겐 확고한 ''''축구라는
스포츠''''자체에 대한 애정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이 말그대로 축구광이라고해도 지나칠것 전혀 없는,
남녀노소가 축구로 하루이야기를 시작해서 축구로 하루
해가 저무는 나라들이 바로 아르헨티나,이탈리아,스페인과
같은 남미, 유럽국가들이다.

그러한 그들에게 있어 축구에 대한 투자는 월드컵만이 아닌
평소에도 대단한 것이며, 그것은 국민들의 애정과 국가의
대단한 투자로 이어진다. 포르투갈 선수들의 연봉과 우리나라
선수들의 연봉차이가 1600억 정도였을 것이다. 그 수치는
바로 그들과 우리의 축구에 대한 투자와 가치부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 연봉들은 자국에서만이 아니라 남미리그
전체와 유럽에 흩어져있는 그들의 연봉의 합계일 것이다.
간단하게 남미와 유럽대부분의 나라가 우리보다는 몇십배,
몇백배 더 경제적인 투자와 애정을 축구에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가 최선을 다해서, 혼신을 다해 월드컵을 준비했다면,
그동안 저러한 나라들은 그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평소부터 이어진 수십배의 애정을 쏟아
부으며 국민과 선수 모두가 역시 최선을 다해, 혼신을 다해
월드컵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실로.. 우리나라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재능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그들의 저러한 투자는, 우리의 불과 작년만해도 국내리그가 텅텅 비어 있는 정도의 수준과는.. 엄연히 다른
수준으로 몇십년간 되풀이 되어 온 것이니 말이다.

단순히 노력의 공평함만을 두고 따져보자고 누군가 말한다면,
아르헨티나가 떨어지고, 포르투갈이 탈락하고 대한민국이 8강에
진출하는 것을 과연 누가 공평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월드컵에서 16강, 8강에 진출 못해서 억울하다고 한다면,
과연 누가 더 억울해애 해야할 상황일까??

그러나 스포츠란 그런 것이 아니다.
투자가 없으면 절대 일정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도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그
안엔 존재한다.

아르헨티나가 떨어지고, 프랑스도 떨어졌다. 이탈리아도 떨어졌다.
이탈리아전 경기를 앞두고, 몇달간 한국에 머물렀던 내 이탈리아
친구 nicola가 떠올랐다. 컴퓨터를 직접 싸게 조립할 수 있다는
내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그는 자신의 얼마없는 생활비를 털어서
내게 조립해줄것을 부탁했다. 최소한의 그럭저럭한 사양으로 대충
인터넷에 무리가 없는 컴퓨터를 만들어주었다. 이탈리아 젊은이들
의 하드웨어나 컴퓨터에 대한 지식은 그저 그런 편인듯, 그는
컴퓨터를 만들어놨는데 당연히 인터넷이 안된다는 사실에 당황해
하였다. 옆방 한국인 친구에게 양해를 얻어 두루넷을 같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후 이 친구 방에 틀어박혀서 안나온다.
뭘하나 봤더니만.. 자신 나라의 국내리그시즌이라는 거다.

실시간으로 그 컴퓨터로 중계를 볼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어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끝없이 새로고침을 해야 한다.
웹사이트상에서 단순히 숫자로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경기결과를 기다리며, 그는 긴장하며 몇십분간 아무 변화없는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f5를 누르면 마우스 대신
새로고침이 된다는 사실에 그는 매우 감격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호성이 터진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한골 넣었는지 웹상의
숫자에 변화가 있다. 그는 두손을 부르르 떨며 감격하다가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요청한다. 얼떨결에 하이파이브를 하지만
나로서는 그러한 그의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낮선 것이 사실이다.
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그렇게
축구광이냐고 물으니... 자신은 축구광이 아니라는거다.
자신 정도의 애정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나라도, 페어플레이도 아니며 상대를 얕잡아본것도 아니며
오로지 승리를 위한 모든 방법이 전부 동원되어 최선과 최악을
다한 어제와 같은 경기에서도 결국 패배하였다. 그럴 수 있다.
스포츠는 바로 그런 것이기에....

다시 98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8승1패라는(내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화려한 전적속에서
사람들은 순식간에 영웅을 만들어내었고 한목소리로 칭송하며
추앙하였다. 그리고 월드컵에 진출하였다.

승리에 대한 염원은 평생 축구에 인생을 다 바쳐온 선수들과
감독이 일반 국민들보다 몇백배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보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그대로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아르헨티나도 저렇게 패배할 수 있듯이.. 우리팀 역시 마찬가지로
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패배하였다.

그때 우리 국민들이, 언론들이 보여준 모습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운은 따라주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들을
격려해주었던가? 운이 따라주지 않은 첫경기부터 언론은 국민을
부추키고 국민은 하나되어 순식간에 태도를 돌변, 차감독과 선수들
을 육두문자로 비난하고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온국민이 모두
차감독보다 월등한 감독이 되버렸고 훨씬 똑똑한 축구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러한 부추킴 당한 여론은 결국 선수들의 사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렸고, 선수들은 감독말을 듣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으며, 급기야는 월드컵 경기도중 차감독을 경질하는 것을 희생양
으로 축구협회는 체면을 차렸다.

그것으로도 모잘라 그후에도 차범근 감독에 대한 비난은
찌라시 냄비언론들로 부터 터져나왔고, 그는 쫓기듯 대만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적이 부진하자, 그것마저 고소해
했다. 지금도 축구사이트 게시판에 가면 차범근을 욕하는 사람
들이 남아있을 정도다. 해설하면서 말을 더듬는 것에 대한
비아냥.. 차두리가 선전하지 못했을때,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이라는 비아냥..등등.., 그것에 더해진 비열한 욕지거리들..
그게 내가 확실히 목격한 이 나라와 국민들의 모습이었다.
지금도 넷츠고 플라자에 가면 당시에 내가 싸우던 흔적이
남아 있다. 넷츠고 플라자만 보더라도 대부분이 차감독을
두고 육두문자를 써대며 비아냥거렸고, 일부만이 손을 들어
주었고.. 일부는 방관하였다.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과연 다른가? 많이 반성하고
좋아졌을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좋은 결과가 가져다준
여유속에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기에..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않은 이상, 예상은 가능하나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열심히 해주었고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것은 좋은 결과로 나타났지만,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히딩크를 환호했을까?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은게 아쉽다며,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했을까?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아르헨티나도 떨어
질 수 있는 월드컵이라며... 경기내용이 좋았다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하고 봐주었을까? 난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어제 일을 마치고 잠시 광화문으로 나갔을때, 역밖으로 나갈 수도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들과 나는 커다란 멀티
비젼을 응시하였고 안정환은 몇번인가의 ''''실책을 범했다''''
골키퍼가 잘 막았다고 아쉽다고 말하기전에.. 축구에서는 이미
그것을 ''''실책을 범했다''''라고 표현 한다. 그곳에 앉아있고 서있는
모두는 불과 며칠전.., 한미전에서의 안정환의 동점골과 오노
세레머니에 열광했고, 한목소리로 찬사를 보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내 앞에서 이구동성으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 축구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들었을
그 소리...

안정환 저XX 왜 저러냐?
안정환 병신 같은 X 왜 저러냐?
안정환 빼버려라!!

그러한 그들을 뒤로하고 경기가 아직 끝나기도전 아무도 없는 광
화문역을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얼마안있어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역사안까지 퍼지고 그것으로 동점이 된것을 알았지만, 나는 그들이
그러하듯 온전히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뻐할 수는 없었다.
기쁨과 동시에 씁쓸하게 퍼지는 감정들...., 내가 보아온 이 땅의
모습들.... 과연 나만이 비뚤어지고 잘못된 것일까? 내 이러한
느낌은 단지 무리였을 뿐인가?

선수들과 감독은 16강의, 8강의 영광을 안을 분명한 자격이 있다.
자격이 있어도 운이 없는 팀도 있었지만, 이번의 영광은 그들이
피땀흘린 만큼 분명히 달려와 안겨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선수와 감독이 아닌 우리 국민의, 그 중의
전부까진 어쩔 수 없이 아니라고 말할지라도, 대다수가 그 영광을
가질 자격이 과연 있을까? 그 이전에 우리는 공정함을 아는 국민
이었던가??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하듯,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하고 그것을 볼줄 아는 국민이었던가??

히딩크는 지금 자신의 축구인생중 최고의 나날들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전에 히딩크가 대해왔던.. 자신의 몸값을
불리기 위한 플레이,자신의 몸값만큼의 프라이드를 요구하는
외국선수들..과는 다른, 승리를 위해 협조하며,골이 터지면
그것을 자신만의 영광이 아닌, 감독을 향해 달려가 안길 줄 아는
그런 감동적일만큼 순수하고 때묻지않은 한국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으며, 그 결과를 ''''이번엔'''' 온전히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

한번 가정해 보자...
다시 계약을 연장하고 4년을 더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최선을 다해서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든 국가의 감독과 선수가
그러하듯이 최선을 다해서.... 그렇다면 지금같은 결과가
그때에도 반드시, 최선을 다했으니까 돌아온다는 보장이
이 스포츠란 상황에서 있을 수 있을까?

만일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에도
이 땅의 국민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일 것이라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약속할 수 있겠는가?

히딩크는 말했다

"열광은 갈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저러한 열광들의 덧없음을,
그 한없이 가벼운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잘해낸 선수들로부터 자기자신을 보는 것 같다.
그것을 좋아할 뿐이다"

그는 스포츠와 자기자신이 해야할 일이 어디까지인지도
잘아는 사람이었다.

얼마전까지 한국에서 그의 별명은 ''''오대영(5:0)''''이였다.
자신이 말한것처럼.. 이미 알고 있다면 그리고 저 별명을
잊지 않고 있다면.. 떠나라. 지금의 영광과, 자신에게 환호해준
따뜻하고 친절한 대한민국의 인상을, 그것이 아직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을때, 온전히 모두 가지고 돌아가서 평생의 보람과
환희로 간직해주길 바란다.

내가 이렇게 떠나라고 말하는 것은... 이 글을 쓰는 내가
내가 차범근 감독을 존경했듯 당신을 존경하는 까닭이다.
차범근 감독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했던 까닭이다.

이 땅의 전부가 결과만을 통한 가치판단외엔 사고할 줄
모르는 국민이라고 단정짓고 싶진 않다. 하지만.. 또한번
당신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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