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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사장님 이하 임직원께서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by amour88  2002-11-11 20:08 공감(0) 반대(0)
고객은 거기 그대로 있는가

임원 이상 경영진이 되면 당신은 자신감을 갖고 일해도 좋다. 그럴만하기 때문이다. 수십년의 경쟁을 뚫고 냉혹한 평가를 거쳐 그 자리에 오른만큼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러나 경영자가 되는 순간 버려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고객에 대한 자신감’이다. “고객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는 생각은 잊는게 낫다.

경영자는 왜 고객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좋은가.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변덕스러운 변화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이 고객을 잘 안다고 ‘나서면’ 부작용은 한 두가지 아니다. 고객들이 원하지도 않는 상품이, 쓰지도 않을 서비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장들은 자신이 시장에 영향이 큰, ‘높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갖게 되는 정보들이 모두 ‘고급정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높은’ 사람들이 정보를 챙기는 루트를 보라. 직접 얻는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 조직의 문맥에서, 그 회사의 필요에 의해 걸러지고 다듬어진 정보다. 우리 회사에 적용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나서기 보단 시장 가까이에 직원들을 전진 배치하고 자신은 경영감각을 갖고 문제를 제기해보는 선에서 역할을 최소화 하는게 차라리 낫다. 경영자는 코치다. 큰 흐름을 보려면 큰 것을 신경써야 한다. 정답을 찾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물어야 할지에 신경을 쓰는게 훨씬 현명하다. 그래서 “나는 고객을 잘 알지 못한다”고 미리 선수를 쳐 직원들에게 짐과 권한을 같이 주는 태도도 때로 필요하다. 스스로도 그래야 하나라도 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또 직원들이 올리는 정보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객의 중요성은 필자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만 기업 활동을 본다면 핵심 중의 핵심은 내 물건을 사갈 사람으로서의 고객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그것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이 기꺼이 지불할 가격을 알아낸다면 최대의 마진을 보장하는 가격을 매길 수도 있다. 고객의 쇼핑 습관을 알아야 적절한 곳에 물건을 배치할 수 있다. 그런 고객이 얼마나 될지 짐작할 수 있다면 적정 수량을 생산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찝어내면 히트 상품은 시간 문제다.

이렇게 잘 알지만, 정말 그렇게 고객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반성해볼 문제다. 우리는 혹 고객의 취향 보다는 우리가 만드는 방식에 더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난번 노트북 컴퓨터 보다 속도가 20% 향상되고, 새로운 기능이 20가지가 추가된 제품을 내놓았으니 더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은 아닐까? 만일 고객들이 이전 속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어찌 되는가? 만일 나이든 사람들이 중심 고객이어서 지금도 기능이 많아 오히려 불편하다고 여기고 있으면 팔릴까?

필자가 고객에 대해 얘기할 때 마다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케이스가 있다. 바로 ‘닭 콘택즈 렌즈’ 사업이다. 퀴즈 문제처럼 생각하고 같이 이 사업이 어찌 됐을까를 생각해보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케이스 575-072)

지난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ODI사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닭에게 씌울 수 있는 콘택트렌즈였다. 단독으로 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했기 때문에 몇년간 독점적인 장사를 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70년께 미국의 닭사육 농가는 전체 농가의 17.3%인 47만이었고, 미국 전체의 닭수는 4억6천만마리에 달했다. 당시 닭사육 농가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닭들이 지나치게 많이 싸운다는 점이었다. 닭들은 태어난지 8-10주가 지나게 되면 무리에서 순위를 정하기 위해 자주 싸운다. 이긴 닭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고 진 닭은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내야 한다. 그런데 서열이 낮은 닭이 ‘실수로’ 고개를 들게 되면 고참들이 달려들어 그 머리를 쪼아 심할 경우에는 죽여버리는 일이 잦았다. 살아남아도 며칠 동안 모이를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방해를 받는다. 그래서 달걀 생산량도 눈에 띄게 줄게 된다.

농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닭부리를 잘라주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부리를 잘라주면 무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서로 싸우는 경우가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전히 많았다. 부리를 자르고 나면 상처가 덧나 닭들이 시름시름 앓기도 했고 계란 생산량도 줄었다. 너무 짧게 자르면 모이를 제대로 못먹어 병약해지고, 너무 길게 남겨두면 금방 자라나 다시 우두머리 행세를 하려 들었다. 비용도 만만 찮았다. 당시 기준으로 부리 자르는 기술자를 고용하면 한 시간에 2.5 달러가 들었는데 시간당 2백20마리의 부리를 자를 수 있었다. 4억6천만 마리의 부리를 다 잘라주려면 2백9만 시간의 노동이 필요하고, 시장규모는 5백20만달러 정도가 되는 셈이었다.

ODI사는 이 부리자르기의 문제를 콘택트 렌즈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콘택트렌즈는 사람들이 눈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반대로 닭의 시력을 떨어뜨리는게 목적이었다. 가까운 것만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싸우기도 어렵고, 모이를 줏어먹기 위해 바싹 고개를 숙어야 하는 만큼 서로 싸울 계기도 생기지 않았다. 서로 죽일 일도 없고 끝없는 투쟁으로 정력을 소모할 일도 없었다. 계란 생산량이 줄지 않음은 물론이다.

ODI사는 부리자르는 비용으로 농가가 지불하는 값만 받을 수 있다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1년안에 최소한 서부지역 농가는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본을 급하게 끌어모아 빨간색 콘택트렌지를 찍어냈다. 이 사업은 어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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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쫄딱’ 망했다. 초기 비용을 건지지 못하고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물론 시장선도자로서 감수해야 했던 위험이긴 했다. 그러나 실패의 주요인은 다른데 있었다. 바로 고객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일즈맨들이 렌즈를 들고 농가를 방문했을 때 농부들의 반응은 이랬다.

“다른 데서도 한데요? 아직이라고요? 그런 우리도 나중에 해볼래요”
“한 10개만 놓고 가보시요”
“정말 성과가 있다고들 모두 그러면 내년쯤엔 해보지요”

심지어 이런 반응도 있었다.

“우리 친척이 부리 자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거로 바꾸면 굶게되겠네요. 그냥 예전대로 할래요”

ODI사는 사업전략상 완벽했다. 시장엔 수요가 분명히 있었고, 자사의 기술은 기존의 기술(부리 자르기)을 대체하고도 남을 정도로 우수했다. 경쟁자도 물론 규제도 없었다. 고객들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 즉 자기 회사 제품을 사주는 주체로서의 고객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이다.

농부들은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닭들이 몇주 정도 크면 “부리를 잘라주라”는 지혜를 물려 받은 이들이다. 그걸 안하는 건 책임 방기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한해 계획도 부리 자르기의 부작용까지 고려해 짠 것이다. 부리 자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아주 오랜 단골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필요성은 이제껏 한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다. 이런 사람들이 함빡 웃음을 띄면서 ‘신기술’을 반길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순진한 일이 아니었을까?

왜 사전에 농가를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해보지 않았느냐고 우리는 이제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벌써 4반세기가 지난 일이다. 고객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회사들은 사전에 완벽한 조사를 해 이런 위험을 줄이고 있는가? 기껏해야 설문조사 정도를 하는 것 아닐까? 그것도 어느 정도 결론을 갖고 그를 뒷받침해주는 조사만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고객을 정말 제대로 안다는 것은 시장에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객과 자주 접촉한다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고객에 관한한 자료 수집부터 분석까지 철저히 바텀 업(bottom up: 아래에서 위로)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톱 다운(top down: 위에서 아래로)일 경우는 아무래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여러가지 기술적인 진보로 고객이 정보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갖게 된 인터넷 시대에는 말이다.

“고객에 관한 한 나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경영자는 일견 자신감이 없고 통제력을 잃을 것 같지만 많은 자율성을 하부로 이양할 수 있다. 말도 안되는 상품, 팔리지 않는 불편한 서비스, 불합리한 가격 등의 엉뚱한 일은 최소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자가 되는 순간 당신은 회사 조직이라는 틀에 갖혀 시장과 멀어진다. 시장에 ‘붙어 살며’ 직접 챙길 수는 있지만 조그만 구멍가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책임 질 수 없는 것들은 스스로 판단 유보 선언을 하는게 낫다. “고객에 관한 내가 가장 잘 알다”“고객 또한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건 경영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또 다른 함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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