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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백수 2
by 김용호 (대한민국/남)  2002-09-05 21:51 공감(0) 반대(0)
제 목 :
백조와 백수...5,6,7,8탄

5탄>

----백수---------
아....기분 더럽다.
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ㅜ.ㅜ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도대체 멀쩡하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무슨 능력으로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모 내가 면접관이라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
같은 값이면 영어도 잘 했으면 좋겠고 컴터도 잘했음 좋겠고

기왕이면 제 2 외국어로 일어도 좀 하고
또 왠만하면 중국어나 러시아어도 읽기 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걸....
거기다 나이는 어리면서, 사회경험은 많으면 금상첨화겠지....

씨바.....차라리 슈퍼맨을 뽑지 그러냐.....ㅠ.ㅠ
왜? 학창시절에는 리더였음 더 좋고 군대는 장교출신에다
운동은 옵션으로 만능이었음 좋겠지?

아....자신없다......
물론 나 자신이 모자르다는 건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했다.
학점 지랄 같은 건 내 잘못이지만 토익도 열심히 보고
한자 능력 검정시험도 보고 컴터도 남들 다루는 정도는 한다.

두들겨 맞으며 군대생활도 마쳤고
쫌만한 회사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열과 성을 바치며
사회생활도 했다.

근데......취직은.....
먹고 살긴 너무 힘들다.......

다 좋은데, 제발 방송에서 일할 사람 없다는 얘기만 안 했음 좋겠다.
무슨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릴 가린다고...?

그러면서 T.V를 통해서 공개구인 같은 걸 한다.
지네 회사는 누구나 와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아....진짜...... 맛간다.......
지네 기준은 이미 정해놓고 무슨 사람이 없다고 난리람....

나이는 어리고 경력은 많은
속칭, 현장투입형이 그렇게 흔한감.....ㅜ.ㅜ

부모님은, 내가 배가 불러서 취직을 안 하는 줄 아신다.
아니다!! 쉬파~~ 배 고파 죽겠다.

젠장, 정말로 믿었던 데서 떨어지니까 죽고싶다.
면접관 이 인간은 왜 쌔끈하게 웃으면서 기대를 줬담.....ㅜ.ㅜ
걍, 나가~~ 이 쉐야~~~ 그러는게 더 난데.....

에이......화난다....
낼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인데.....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만사 귀찮다....

근데 술 한 잔 먹을라 했더니 왜들 바쁜 척이람.
존심이 있지 백수 주제에 직장인들에게 시간 구걸할 순 없지.

그녀에게 전화를 해 볼까?...
하루 당겨서 만나자고 해도 괜찮으려나?


------백조---------------------
낮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다.
무슨 저승사자 비슷하게 생긴 넘인데 흰 턱시도에 검은 넥타일 맸다.

그러면서 목을 누르는데, 아무리 꿈이지만 어이가 없어
피식피식 웃었더니 왜 웃느냐며 막 성질을 낸다....

그더니 "너 백조지? 이 인간아."하고 히죽히죽 웃는 것 이었다.
......아무리 꿈이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개쉐이가~~~ 니가 나 노는데 보태준거 있어!!!!" 하며
죽탱이를 날렸다.

순간 삘릴릴리~~ 하며 핸펀이 울렸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다.

그 인간 이었다.
자다 받은 티를 안 내려고 일부러 저음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왠지 그래도 눈치를 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눈치를 챈 것 같진 않지만 오늘 좀 보잰다.

낼 만나자면서요 했더니 낼은 낼이고 오늘 좀 만나잖다.
오~~ 쎄게 나오는데.......^^
근데 왠지 목소리의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었다.

암튼......
아씨~~ 그럴거면 진작 얘기하지~~!!! 애들한테 낼 못 나간다고 얘기해서
욕 절라리 먹었잖아....!!!

어쨌건 시청에서 만나기로 하고 후닥닥 준비를 했다.
근데 거울 앞에서 부은 눈과 산발한 머리를 보니
아무리 백조지만 오늘은 좀 튕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도 열라 고팠지만 참기로 했다.
가뜩이나 놀면서 붙은 군살이 괴롭기만 했다.
그래도 배는 고파온다...ㅠ.ㅠ

이씨~~ 배곱파 디지게따..........


-----백수---------------------------
우울했는데......
잘록한 허리를 흔들며 걸어오는 그녀를 보자 기분이 무척 밝아졌다.
물론 허리만 그랬다....

며칠 안 본새 얼굴은 더 좋아진거 같았다.
식사 했냐고 물어봤더니 "아, 예..." 하며 들릴 듯 말 듯 대답했다.

............여학생 많은 과를 다녀 경험상 안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대답할 경우 백푸로 쫄쫄이 타고 나왔다.......

입 맛은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 같더니 배시시 웃었다.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동 쪽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앞을 가로 막았다.

"아니, 이게 누구예요?"
"어?....."
"이야~~ 군대 제대하고 얼마만 입니까?"

군대 있을 때 후임병 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뭐...그냥....그렇지...뭐.........넌?"
"저, 이 근처에서 일해요."
녀석이 명함을 내밀었다.
부근 언론사 기자였다.

"야, 난 명함이 없다. 미안하다. 야."
"에이, 뭐 그런 말씀을.......근데, 어떻게? 애인이세요?"
놈이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그렇지, 뭐."
대충 얼버무리고 녀석과 헤어졌다.

초라한 기분이 드는 날이었는데 왠지 그녀 앞에서
더 작아진 것 같아 의기소침 해졌다.

그래도......재미있게 해 줘야겠지....


---------백조-----------------
스파게티 집은 정말 좋았다.
대학 때 오던 데라는데 이 놈은 어디 먹으러만 다녔나 보다.
그 시간에 공부 좀 하지...

아무튼 분위기도....맛도 모두 Good! 이었다.
녀석이 자기 몫까지 밀어준 마늘 빵도 넘 맛있었다.^^

거기 주인 아저씨가 놈과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오랜 만에 왔냐고 같이 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냐고 물으며 반겼다.

근데 다 여자 이름이었다.
음....놈의 과거가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이 인간이 데리고 온 몇 번째 여자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그렇고 얘는 왜 이렇게 다운돼 있을까?
특히 아까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더니 더 그런다.

얼핏 보니까 명함을 받으면서 기가 죽은거 같던데....
에이~~ 모야, 도대체....무슨 기자라도 되나?....

내가 보기엔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 같던데...
왕년에 명함 안 뿌리고 다닌 사람 있냐고!!!

식사 후 시킨 과일도 깔끔한게 좋았다.
어쨌건 가늘고 예쁘게 생긴 맥주잔으로 건배를 했다.
근데 이 인간이 오늘은 조금 진지하다.

오늘 갑자기 불러 죄송하다며 "괜찮죠?" 라며 히쭉 웃는다.
그럼, 안 괜찮다고 그러리? 아니, 안 괜찮으면 내가 나왔을까..?


---------백수------------------------
친구 선배가 하는 가게에 오랜만에 왔다.
학교 다닐 때 후배들하고 종종 오던 곳 이었다.

나만 보면 넌 언제쯤 진짜 니여자랑 함께 올 거냐고
농담섞인 핀잔을 주던 형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뭐 안 좋은 일 있냐고 그녀가 물어 오는데
차마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단 얘긴 할 수 없었다.

좀 걷자고 했다.
바람은 선선했고 하늘은 맑은 오후였다.
그녀도 가끔씩 길게 숨을 고르며 늦은 오후의 거리를 즐기는 듯 했다.

창덕궁을 거쳐 창경궁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니 우울함이 가시는 듯 했다.



---------백조--------------------------------

씨......아직 과일 많이 남았는데...

이 인간이 좀 걷잖다.
하긴 걷다보니 소화도 좀 되고 괜찮은 것 같았다.

근데 자꾸 트림이 올라와서 괴로웠다.
놈이 눈치 못 채게 입 안에서 삭여서
숨 쉬는 것 처럼 후~~ 하고 내 뱉었다.

전혀 눈치 까지 못 한 것 같았다.^^V

근데 이 놈이 뜬금없이 무서운 얘기 해 줄까요? 하더니
예전에 술 먹고 밤에 여기를 걷다가 귀신을 봤단다.

뭐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가더라나...

황당한 놈이다....
대낮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람....

근처 점집 하는 여자가 바람쐬러 나왔겠지...


--------백수----------------
오랜만에 이 길을 걸으니
예전 후배들과 함께 귀신을 봤던 일이 생각났다.

달빛을 받으며, 한복을 입은 여자가,
미친듯이 길을 내달리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남자들끼리 껴안고 엉엉 울었다...ㅜ.ㅜ

근데 그 얘길 해 줬더니 열라 깬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우씨.....진짜루 무서웠었는데....

궁에서 일하던 여자 일거라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쳐져서 그런지
잼있게 얘길 못 했나 부다...

정신차리자!
취직은 다시 알아보면 되지 뭐.

근데.....취직이 되긴 되려나...?...ㅠ.ㅠ


<6탄>

-------백조-------------

음....잼 엄써도 좀 무서운 척 이라도 할 걸 그랬나..
금새 풀이 죽은 것 같다.

담부턴 황당한 얘기라도 호응 좀 해 줘야 겠다.

놈이 커피 한 잔...? 하더니
금새 "아니, 포켓볼 한 판 어때요?" 하고 물었다.

포켓볼 좋다.
직장 다닐 때 남자 사원들 한테 좀 배웠다.

이 인간들이 꼭 2차 술내기로 당구를 치러 가는 바람에
매번 점수만 계산 해 주기 싫어서 홧김에 배웠다.

근데 이 늑대들이 꼭 손가락 마디마디를 잡아가며
가르치려 드는 바람에 고생깨나 해 가며 배웠다.

암튼 이를 악물고 배운 덕분에 여자들 사이에서는 쫌 치는 편이다.^^;

이 놈아....너도 그 걸 이용해서 손 한 번 잡아보려는 거려면
헛다리 집었다...꿈깨라... ^^


------백수---------------
대학로의 분위기 괜찮던 커피숍을 생각했다가
기분전환도 할 겸 눈앞에 보이는 당구장을 가리켰더니
의외로 좋단다.

하긴 요즘 포켓볼 한 번 안 쳐본 여자가 어딨담.


그녀와 함께 당구장에 들어서니 구석에 짱박혀 인생 절단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대던 복학생(추정) 녀석들의 눈길이 일제히 날아왔다.

모야...씨....하는 놈들의 눈길에서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얘들아.....넘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지금의 내가 미래의 너희들 이란다.

삶의 회한이 담긴 듯 당구공을 조져대는 녀석들을 보니
다시 우울해 질라 그런다.

옷~~~! 근데 얘는 무슨 당구를 이렇게 잘 친담!!
모 내가 갈켜줄 만 한게 없었다.

음....손은 담에 잡아야 겠구나란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극장이나 가자 그럴 걸ㅜ.ㅜ

이 여자...실력이 나랑 삐까삐까 했다.

갑자기 학교 다닐 때 남들 당구칠 때 술먹었던게 후회가 됐다.
그래두 오히려 경기는 재미 있었다.



-----백조------------------
아.....넘 예뻐도 이렇게 피곤하다니까.
무슨 남자 녀석들이 당구는 안치고 나만 쳐다본담.

하여간 이쁜건 어디가도 표가 난다니까... ^^

놈... 내 포켓볼 실력을 보더니 놀란 모양이었다.
혹시 당구장에서 카운터 봤냐고 물어본다...-.-

음....아직 성격 드러내면 안 되겠지.

대신 씩 웃으며 맥주내기 한 판 어떻냐고 했다.
좋다고?
넌 오늘 죽음이다.^^

3대 1까지 앞섰는데 놈이 내리 두 판을 따라 잡았다.
아~~ 자식이 내기에 목숨 걸고 그러냐...

그리고 운명의 마지막 판.
이 잔인하고 치사하고 쪼잔한 자식!!!

숨도 안 돌리고 마지막 8번 공을 넣어버렸다.....ㅠ.ㅠ
더러운 노무시키.

매너 없는 시키.
글케 나를 이기고 싶었냐ㅠ.ㅠ

우씨~~~ 알았다!
술 산다! 술 사!!



------백수---------------------
검은 민소매 옷을 입고
날렵하게 큐질을 하는 그녀를 보니 혹시 이 여자 언니가
미국에 있는 쟈넷 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게 생긴 여자 애가 당구도 잘 치니까
남자들이 자꾸 흘끔흘끔 쳐다본다.

이 자식들아.....
니네 공에나 신경써라
자꾸 삑사리 내지말고.

근데 한게임 치고나서 필이 오는지
술내기로 치잔다.

갑자기 타짜한테 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초반은 그녀가 앞서갔다.
어떻게 쌔복이 따라줘서 동점까진 갔다.

근데 눈 빛을 보니 아무래도 져 줘야 될 것 같았다.
모....그 정도 매너는 나도 있다.....-.-

근데...ㅠ.ㅠ
아쒸~~~ 티 안 내고 안 들어가게 치려고 했는데
그만 실수로 공이, 홀랑 구멍에 빠지고 말았다....ㅠ.ㅠ

절라 벙 깐단 표정이다.
이씨... 그문 어떠카라구!!
그타고 일부러 안 맞게 쳤다고 얘기 할 수도 없고ㅠ.ㅠ

모...승부의 세계가 그런거 아닌가...^^;
넘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술 내가 사면 되잖아!!



-------백조-------------------------
놈은 아무래도 선수였나 보다.
어떻게 놈이 델구 온 술집은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담^^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 한잔 먹더니 놈이 이실직고를 한다.

사실 아까 져 줄라 했는데
그게 맘 대로 안 됐대나.

술 자기가 살 테니까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란다.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더니 좋다고 헤~~ 하고 웃는다.

순진한 건지 모자른 건지 모르겠다....ㅜ.ㅜ
암튼 나쁜 놈이 아닌 것 만은 확실했다.

그러면서 오늘 믿었던 데서 또 떨어져서
아까 좀 우울했단다.

근데 날 보니까 기분이 풀렸다나.
음....그랬었군. 그 기분 내가 잘 알지.^^;

어쨌건 나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니
좋은 얘기겠지. 뭐

어차피 서로가 노는-.- 사람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길 털어놨다.

2년 넘어 다닌 회사였는데
사정이 어려워져서 사다리를 타서 자르기로 했는데
그냥 자기가 나왔단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기혼자라
차마 그 순간까지 갈 순 없었단다.

잘은 모르지만 그게 이 사람의 있는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
안주가 맛있다며 그녀가 웃었다.
바보 같았다-.-

담부터 맛있는 집만 델구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해진다.


사이좋게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길 나눴다.
어쩌다 보니 그녀에게 회사를 나온 이야길 해 줬다.

과 선배분이 하시던 의류회사 였는데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의 비애를 겪어야만 했다.

차마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찍어낼 수 없다고
사다리를 타자고 했다.

모두 기혼자 아니면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데려와 놓고 못 할 짓을 한 것 같다며
미안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랑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다.
다시 그 순간이 오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나보다 사회생활이 길었다.
4년 가까이 일한 회사였단다.

그 녀 역시 매일매일 옥죄어 오는 정리해고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권고사직의 형식을 빌어 회사를 나왔단다.

아쉽긴 하지만 그녀도 후회는 없단다.
그러고 보니 둘다 뒷일을 생각 안 하는건 비슷한 거 같다-.-

한 번 더 시원하게 건배를 외쳤다.



---------백조---------------------------------
어찌보면 놈과 나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았다.
나도 후회는 없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후회를 한다고 해도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어떻게 다시 되돌이 킬수가 있을까.

대신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며 놈과 건배를 했다.
근데 젠장 취직이 되야 그러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ㅠ.ㅠ

아무튼 즐거운 술자리였다.
내가 "저겨, 제가 오빠라고 할까요?^^" 했더니
"아유~~ 뭐, 다 늙어서 만나서... 뭘요...." 그런다.

다 늙어서 라니....ㅠ.ㅠ
아니, 우리가 무슨 경로당 커플이라도 되남.

갑자기 <중년, 늦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출발의 건전한 만남> 하던
결혼 정보 업체의 광고문구가 가슴을 후벼 팠다.

싫으면 관둬라!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인간 같으니라구!



----------백수------------------------------------
그녀가 싱긋싱긋 웃더니 오빠 라고 부른댄다.
....쑥스럽다-.-

주저주저 했더니 "싫어요?" 하고 묻는다.
아니 모 싫은 건 아니지만...-.-
토라졌나?

자리를 끝낸 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합정동 이니까 우리 집이랑 멀지도 않고 가는 길이라 좋았다.^^

밤기운이 부드럽고 따스했다.
도시의 불 빛도 화사했고 시간은 천천히 코 끝을 스쳐갔다.

다소 어색한 웃음으로 그녀를 떠나보낸 뒤 전철에 몸을 기대어 섰다.
흐뭇함과 아쉬움으로 오늘을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삐링~ 하고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그 녀였다!

[오늘 너무 즐거웠구요*^^*
집에 가서 좋은 꿈 꾸세요.
그리고 담부턴 말 놓으세요. 꼭이요
그럼 안녕^^~ 오빠!!]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넘쳐나는 감동을 억제했다.
허걱!!니야오후~~ 이야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오바이트를 하는 줄 알고
자리를 피했다.

신난다~~~~!!!!!
아, 오늘은 간만에 일기를 써야겠다!!!

==========================================
.. <7탄>

------백조------

토요일...인데
그 인간한테 연락도 없구.....젠장

언니네 식구랑 월미도에 놀러갔다.
가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형부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친구를 소개 시켜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네 과장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얼마 안 먹었단다.
서른 아홉 이란다.

순간 핸들을 옆으로 돌려버릴라다 참았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사망!!> 하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뒷자리에 앉은 언니들이 더 얄미웠다.

"얘, 너 그러면 재취 자리 밖에 없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가슴이 싸해진다.
조카들이 엄마 재치가 모야 하며 물어본다.

가족끼리 칼부림을 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삶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ㅠ.ㅠ
차라리 그 백수나 불러 낼 걸.



--------백수---------------------
아......심심하다.......

아까 대학 후배들이 전화해서 나오랬는데
기양 다른 핑계를 댔다.

주머니도 가볍지만 무언가 "빛나는 열매" 를 맺지 못한
자격지심 이기도 했다.

지원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게 요즘 생활의 반복인것 같다.

그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니다.
어우~~~~ 취직 시켜조오~~~~~~!!!!

책상 한 구석에 처밖힌 핸펀이 불쌍하다.....ㅠ.ㅠ
자주 좀 울려 줬으면.

순간 거짓말 같이 핸펀이 울어댔다.
그녀였다!!

엥, 근데 울 동네라고?
으흠흠, 기어이 얘가 나한테 뻑이 갔구나.
냐항!! 신난다!!!!

잽싸게 꽃단장^^~~
뛰어 나가자~~~!!!!



-----백조----------------
속상해서 낮술을 좀 들이켰더니
기분 삼삼한게 죽여줬다.

근데 좀 급하게 먹었더니 세상이 헤롱거린다.@@
아.....ㅠ.ㅠ
이 여자들은 나랑 친자매가 아닌가 보다.

회를 먹으면서도 "넌 남자도 없니..."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김에 그리고 홧김에 "아씨 남자 이써~~~!!!"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순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X 보듯이 한다.
형부가, 진짜야...? 하더니
뭐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봤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백수야, 개백수!!" 했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우~ 얘는 우리가 자꾸 놀린다고 스트레스 받았구나."

"그러게 말이야, 알았어 이제 안 놀릴께.
행여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라. 얘."

"이모 화 내지 마요...."
조카들까지 한 몫 거든다.

우씨....진짠데....ㅜ.ㅜ

서울 초입에서 내려 달랬더니
형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처제....설마 아까 그 농담 진짜 아니지?"
"어우~~ 당신은 재수없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언니가 쌍심지를 켜고 형부를 째렸다.

"거쩜마~~ 남다 팅구 만나고 금방 가꺼야."
생각과 달리 혀가 자꾸 꼬였다....ㅜ.ㅜ

식구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뒤로하고 벅벅 우겨
차에서 내렸다.

눈 앞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그 인간한테
전화를 때리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 몰랐는데, 깨어나니.......
그 인간이 옆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ㅠ.ㅠ



------백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깐 조는가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니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ㅜ.ㅜ

씨......또 어디서 술이 떡이 되서 왔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흔들어 봤더니 꿈쩍도 않는다.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았다.

근데 순간 그 녀의 입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잽싸게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이번엔 고개가 자꾸 옆으로 떨어졌다.

잠시 고민을 때리다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줬다.^---^
그녀가 내 어깨를 의지하고 잠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야릇한 감동이 흘렀다.

단 하나,
술만 안 취해서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ㅠ.ㅠ
그렇게 삼십 여분을 있으니 나도 슬슬 졸려 왔다.

그녀에게서 나는 소주 냄새에 나도 취한 것 같았다.@@
눈꺼풀을 껌뻑껌뻑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백조-------------------
모......이런 놈이 다 있담...!!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지가 곯아 떨어지고 난리람.

이 인간은 아무래도 세상 모두가 자기의 잠자린가 보다.
힘겹게 놈의 머리를 밀어내고 화장실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

생각해 보니 전화를 걸고 내가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럼 흔들어서 깨우든가 하지,
왜 지가 세상 모르고 쿨쿨 자냐고...!!

자리에 가보니 그새 잠이 깼는지 다리를 덕덕 긁으며
눈꼽을 떼어내고 있었다.

저런 인간을 모가 보구 싶어서 왔는지....ㅠ.ㅠ




------백수------------------
일어나서 그녀가 어디갔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쌔끈한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월미도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며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순간,
''야, 너 침 흘렸어." 그럴래다가
그건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참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멀쩡하단다.
잠시 피곤해서 졸았단다.

더 뭐라고 하려다 여자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 주기로 했다.

바람쐬며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가자고 했다.
좀 창피한지 군말없이 따라왔다.

얘는 술만 줄이면 참 괜찮은 앤데......



-------백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머리가 가라 앉으니까 이번엔 뭔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순간 강가에 앉아 컵라면을 나누어 먹는 커플들을
보니 위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아.....너무나 먹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회라도 많이 먹어둘 걸.

근데 뜨끈한 컵라면 국물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놈이 날 술꾼으로
볼 것 같아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

마시고 싶다. .....
컵라면 국물~~~~~~ㅠ.ㅠ

근데 이 인간은 무슨 자전거를 타자고 난리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더니 덥석 2인용 자전거를 빌려 버렸다.

아.....기운 없어 죽겠는데 이 무슨 노가다람....ㅜ.ㅜ
분위기는 나중에 잡고, 난 지금 해장이 필요하다고~~~~

딴건 먹고 싶지도 않다고~~~
Only 컵라면!!!!



-------백수--------------
아무래도 가볍게 땀을 흘리면
술도 깰 것 같고 해서 자전거를 빌렸다.^^V

강변을 유유히 달리니 기분 캡 이었다.
해가 기우는 강변의 경치도 그만 이었다.

근데 문득 뒤를 돌아다 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했더니
그냥 힘 없이 웃는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보다 싶어 그만 타자고 했다.
쓰린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했더니 의외로 여기 앉아서
소주 한잔 하잖다!!!!

아무래도 얘는 알콜중독 인가 보다.
무슨 술을 또 마신담....ㅠ.ㅠ

나보고 자리 깔고 앉아 있으라더니
지가 냅다 술과 컵라면 따위를 사왔다.




--------백조---------------
자전거를 타며 이 인간의 뒤통수에 대고
열라 씨부렁 거렸다.

내가 지금 자전거 탈 힘이 있냐고~~~ㅜ.ㅜ
뒤돌아 보면 웃고, 앞을 보면 씨바씨바 거리다
결국은 걸렸다.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깠는지 그만 타잖다.
뭐, 개운한 거라도 먹으러 가잖다.

순간 그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에 여기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버렸다.

절라 벙 까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안면 몰수하고 이것 저것 사와서 자리를 깔았다.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것도 좋잖아 하고 대답했더니
피식 웃는다.

웃어도 좋다.
왜 오늘따라 라면이 이리 더디게 익는담.

마침 이 인간이 화장실에 간단다.
기회는 이때다!!!
국물을 쭈우우욱~~~~ 하고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위장에서 오케바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면은 면발밖에 안 남아 있었다....ㅜ.ㅜ




--------백수-------------
칠칠치 못하긴.....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만 라면 국물을 엎질렀단다.

내 걸 건네 줬더니 찔끔찔끔 마신다.
복스럽게 먹는 여자가 이쁘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먹는 것도 예뻐 보이긴 했다.^^;

근데 그만 입을 데었나 보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안스러웠다.
그러면서 뭐 차가운 것 없냐고 한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 캡빵 차가운 맥주요." 하고
냅다 맥주를 사다줬다.

그녀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해지는 강변에서
나누어 마셨다.

기분좋은 저녁이다.




--------백조----------
아~~~ 씨바 쓰라려 죽겠네....ㅠ.ㅠ
입천장이 그만 홀라당 까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억억 거리며 뜯어 냈더니 무슨 뱀 허물 벗듯이
껍질이 딸려 나왔다.....ㅠ.ㅠ

그래두 이 인간이 사다준 찬 맥주를 마시니
금새 괜찮아졌다.

어두워 지는 강변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졌다.
그가 자신이 입고 온 조끼를 벗어 주었다.

얇은 조끼일 뿐 이었지만 그 정성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밤이 온전히
찾아 올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긴 대화는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도란도란 끊이지 않았다

<8탄>

-----백수-----------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고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놈이 50만원을 쳐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벌?
음.....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어쩐다.....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시같이 왜 혼자 씩씩 웃고 지랄이야."
"-.-...."

그래!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백조-------------
아웅....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 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왤케 팅켜."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ㅜ.ㅜ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백수-------------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회식이나 하고 가자고."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이...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깄어."

빳빳한 10만원권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무래도 정동진은 담에 가얄 거 같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얘한테는 일이 바빠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뻥을 쳐 두었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백조-------------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음......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백수---------------------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거야 깜짝 놀래 줄라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백조-------------------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ㅠ.ㅠ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ㅠ.ㅠ




--------백수-------------------
씨....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 그녀였다....ㅠ.ㅠ

근데 막 화를 낸다.
어디있다 왔냐고,
연락도 안 돼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니냐고.....

씨...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돼고...

근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운다.
화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백조------------------
기대고 자느라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해 주느라고 그동안 수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 주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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