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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use of가 아닌 In spite of[12]
by 전철남 (대한민국)  2011-01-21 01:45 공감(0) 반대(0)
- 쌤. 여자친구 만나러 안가요? 응응?
졸졸 따라다니는 여학생 하나가 자꾸 귀찮게 묻는다.
- 여자친구? 나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냐. 나도 몰랐네.
- 뭐예요. 쌤 핸펀에 저장된 문자 받는데.
- 이게 정말, 쌤 핸펀을 함부로 보고 그래? 어디 나도 좀 보자.
- "좀 늦을 것 같아요. 6시까지 갈게요. 미안해요..."
- 뭐지. 내가 6시에 약속이 있었나. 그럴리가 없는데...

토요일 6시.

난 약속이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토요일도 늦게까지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그랬다. 토요일에는 남들처럼 흥겹게 놀지 못한다.
직업군인 시절에는 전방초소 근무하고 있다는 핑계로(?),
대학시절에는 레포트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핑계로,
대학졸업하고 나서는 스터디나 독서모임을 한다는 핑계로,
학원강사를 시작하고부터는 수업이 있다는 핑계로,
나는 토요일 누구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니 아직도 요모양 요꼴인지도.

이게 최선입니까?

술도 못하고, 담배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게임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기타등등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다 못하는 나로서는,
어쩌면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비록 아닐지라도,
공부, 아니 책이 제일 위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적어도 책은 어떤 기술이나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니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지금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어린왕자께서 하신 이 말씀.
정확히 말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여자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학원강사를 하면서 "여자학생"의 마음을 얻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결혼을 마음 먹으면서 "여자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정말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Because of가 아닌 In spite of

학생들은 정말 핑계가 많다.
그 핑계의 가지가지 면면을 들추어보면 놀라울 정도다.
빅뱅 티켓팅을 해야 했다며 수업에 늦은 여자학생.
밤새 수학숙제 하느라 영어숙제는 못했다는 남자학생.
그런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나는?
아직도 나는 Because of인가. 여자를 만나는 일에 나는 언제까지 그런 핑계를 댈까.
나보다 더 바쁜 일상, 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만나는 사람들은 또 무엇인가.
이제 이 나이면 In spite of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보다 철든 것이 아닐까.

토요일 6시.
내일이면 벌써 토요일 주말이다. 여전히 늦은 시간까지 수업이 꽉 차 있다.
여자를 만날 시간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6시가 되면 왠지 들뜬다.
아니,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나도 5시부터 들뜨기 시작한다.
누군진 알 수 없는 그 문자. 언젠가 그런 문자가 또다시 오기를 기다리며.
"6시까지 갈게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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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2011-01-21 05: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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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문자..?
^^  2011-01-21 07: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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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take her higher
ELW  2011-01-21 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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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되야지 정말 글 다운 글을 읽는구나 싶네요. 너무 재밌게 잘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6시까지 갈께요... 저도 기대하게 되는군요.

얼마전에 신세한탄이나 하면서 어딘가 있을 그녀를 기다린다는 에세이보다 훨씬 정제되어있고 깊이도 느껴지는 글입니다.

동성이라 님의 프로필을 볼 수 없는게 안타까워요.ㅋㅋ
글쓴이  2011-01-21 0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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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칭찬해주시니. 아무래도 그 문자는 학생의 문자겠지요. 그날 수업에 늦은. 그래도 기다려보려구요. 물론 노력도 해야겠구요. 토요일 아무 약속은 없고 일은 많지만, 마치 아무 약속있는 다른 이들처럼 들뜬 채로 일할려구요. 그게 In spite of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11-01-21 09: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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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힘내서 뭐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좋을 글 읽었습니다.
어린신부  2011-01-21 09: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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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있어요~ 제가 7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프로포즈했을거 같아요 ~^^*

좋은글로 기분좋은 하루 시작합니다. 좋은분 만나시길 바랄게요.

제 행운을 쪼금 나누어 드립니다.~~ 큰 오빠 화이팅~
글쓴이  2011-01-21 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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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 어린신부님. 감사합니다. 그냥 제가 7년만 늦게 태어날걸 그랬네요.
아. 큰 오빠. 벌써 다 커버린 느낌이어서 갑자기 슬퍼지네요.ㅠㅠ 집에서도 막낸데 그냥 작은 오빠 하면 안될런지.
때문에가 아니라 불구하고  2011-01-21 12: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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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은 같은 결과를 놓고 하는 말입니다. 예를들어 삼성의 실적이 10% 떨어졌을때 "불황때문이 아니라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런 실적을 냈다" 라고 쓰는말. 그리고 앞으로는 좋은 한국말 애용해 주세요.
그 여자  2011-01-21 1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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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글을 쓰셨던 그 '전철남' 이신가요?
궁금했는데.. ㅎㅎ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
글쓴이  2011-01-21 13: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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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전철남입니다. 오래되었는데 알아봐주시니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논개  2011-01-22 0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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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남님 정말 궁금했는데...ㅋ
반갑습니다.
새해복많이받으시고 올해엔좋은일가득하세요.
전철남  2011-01-22 01: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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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 논개님. 반갑습니다. 논개님도 새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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