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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한자한자. 사랑도 그렇게 하면 안될까-게시판의 대화도.[3]
by 전철남 (대한민국)  2011-02-17 11:05 공감(1) 반대(0)
- 왜 연필을 써요?
나는 연필이 좋다. 샤프보다 더 정감이 간다.
깎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나는 그 깎는 시간도 좋다.
미술을 했던 버릇 때문인지 깎을 때도 길게, 그리고 정성을 다한다.

김훈, 조정래 작가도 연필을 쓴다.
아니 많은 문인들이 연필을 선호한다.
나는 그들의 심정을 잘 안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는 것보다,
너무 빠른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컴퓨터 자판의 그 빠른 손놀림으로 인해,
작가의 섬세한 감정을 놓쳐버린다면 그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그렇게 시간을 준다.
섬세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스레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야 이기는 이 경쟁시대 속에서,
나의 교육방식은 언제나 한발 뒤로 걷게 만든다. 그러나,

- 너는 왜 뒤로 걸어?
- 왜? 뒤로 걸으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니? 여긴 자유로운 나란데.
라고 당당히 대꾸하던 삐삐 롱스타킹처럼,
나는 당당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언제나 사교육시장의 눈치를 보며,
언제나 시간당급여를 계산하며,
언제나 앞서가는 교육이 되도록,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보채야만 한다.

경쟁하며 자란 아이들.
그들은 이제 결혼시장에서도 경쟁을 한다.
최신 스마트폰으로 프로필을 검색하고 단 몇 초만에 큐피팅을 날린다.
학력, 경제력이 아니면 마이스토리(그사람의 이야기)는 필요없고,
잘 뽀샵된 사진이라면 한번 만나볼 의향이 생긴다.
누가 더 학력이 좋은가, 누가 더 경제력이 좋은가,
누가 더 외모관리를 잘했는가.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앞으로 가기도 바쁜 세상에 뒤로 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대화가 없다.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귀를 기울여주는 선생님은 더더욱 없다. 놀아줄 시간도 없다. 시간당급여를 따져야하기에.
- 그 시간에 단어 하나 더 외우세요.
그 시간에 대화 하나 더 하면 안될까.
- 서두를 필요 없어. 너희들은 아직 시간이 많아.
라고 말해주면 안될까. 천천히 가면 주변의 것들을 더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해주면 안될까.
텝스 800점으로 외고에 가고 900점으로 서울대에 가는 것보다,
때론 장난도 치고 때론 사랑도 하고 때론 고민도 하고 그렇게 사는게,
더 행복한 것이라고 말해주면 안될까.

다시 연필을 깎는다. 아까보다 더 정성스레.
그리고 편지지를 꺼낸다. 그 위에 그사람의 이름을 써본다.
한자 한자 그사람의 이름을 쓸 때마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도착하지 않을 편지. 그러나 나는 벌써 행복하다. 기다림이 행복했던 그 어린왕자처럼.

사랑도 그렇게 하면 안될까.(게시판의 대화도 그렇게 하면 안될까.)
한자 한자 연필을 써내려가듯이. 소중히 소중히 다루면 안될까.
연필을 깎듯이, 상처내지 말고 잘 다듬어서 예쁘게 사용하면 안될까.
그렇게 안아주면 안될까. 부드럽게. 연필심이 꼭 부러져서 날카로워 지지않게. 서로 다치치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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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煙  2011-02-17 12: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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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도 사랑도 소중히 다뤄야지요 ㅎ
돌싱녀  2011-02-17 13: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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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다닐땐 글씨도 곧잘써서 서기도 했는데 연필에서 샤프로 바뀌고선 글씨작게쓴다고 핀잔도 듣고
이젠 자신의 글자체도 잃어가는 듯.
선생님  2011-02-17 15: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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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신가요? 너무 잘 읽었고 느낀 바 많아요.
정말 선생님 같은 분께 배우는 학생들은 복 받았네요. 참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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