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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카톡 상태메시지[19]
by 전철남 (대한민국)  2011-06-29 12:13 공감(0) 반대(0)
"신혼여행은 몰디브로 가요."

그녀의 카톡 상태메시지다.

그렇구나. 결혼하는구나. 좀 천천히 하지. 뭐 그리 급하다고.

천천히 하면 뭐? 뭐 어쩔건데? 니가 해줄 수 있는게 뭔데?

그렇구나. 없구나. 그래도 좀 천천히. 천천히 했으면 좋았을걸.

아침부터 운다. 하늘이 운다. 새벽부터 그랬다. 저 비는.

아무런 감정도 없다. 남아있는게 고작 전화번호다. 카톡에 뜨는 전화번호.

지울까. 삭제하면 더이상 이런 글 안봐도 될텐데.

왜 안 지웠을까. 후회한다. 늦었다. 하는수없다.

아무런 감정도 없다며? 남아있는 게 없다며?

미련이니? 미련한 놈. 니가 하는 짓이 그래. 그렇게 남주고 혼자 궁상이지.

투덜댄다. 아침부터. 투두둑. 비가, 비가 더 세차게 쏟아진다. 구멍이 뚫렸나?

창문 너머 뚫린 구멍으로 저 하늘을 쳐다본다. 별거없다. 그냥 하늘이다. 구멍뚫린 하늘.



"서른이세요? 서른하나?"

그사람이 던진 첫질문이 그랬다.

기분이 좋았다. 질문을 받고 기분이 좋은 건 처음이었다. 난생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기분좋으라고 하는 그냥 그런 말은 아니었다. 호감이었고 사랑의 시작이었다.

"왜 찔러요? 놀랬잖아요."

"아니, 그냥 못먹는 감 찔러나 보려고"

웃는다. 예쁘다. 새침해진 표정이 귀엽다. 아홉살이나 어린 그녀. 난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정말 찔러나 보는 거라면 여기서 그만하지. 그만해. 훈아.

정말 난 그만했다. 보는 게 견딜 수 없었다. 안보는 게 견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괴롭다. 그녀가 보낸 새벽의 카톡.

"잠이 안 와요. 정말 그냥 찔러보신 거예요? 그런 거예요?"

아니야. 그냥 찔러본 거 아니야. 좋아서. 정말 좋아서 그런 거야.

"비겁해 오빠. 남자들 그러는 거 다 비겁한 거예요. 좋아하면 지켜줘야죠. 잡아야죠."

후배가 나무란다. 열살 어린 후배다. 아홉살 어린 여자를 사랑하고, 열살 어린 여자에게 혼난다.

20대도 아니면서 20대를 사랑한 게 죄라고 생각한다. 20대처럼 열정도 없으면서,

20대처럼 자신감도 없으면서, 20대처럼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서,

나는 그렇게 비겁하게 돌아선다. 40대를 코앞에 둔 나이로 돌아간다. 이미 40대가 된듯 흰머리가 꽤 많이 보인다.

입술을 꽉 깨문다. 눈을 꽉 감는다. 자고나면, 다 잊겠지. 며칠밤만, 며칠밤만 자자.

그렇지만 몇주밤, 몇달밤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 새침한 모습과 그 투정과 그 귀여움을.



가까이 있는 것, 만질 수 있는 것을 우리는 그리워하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을 향해 그리움은 더욱 솟아나는 법이다.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걸까? 아니. 없다. 미련이겠지. 착각이겠지.

그럼 그리움은 뭔데? 그거? 음. 그냥 그때 내 감정. 그 감정에 대한 그리움 아닐까.

사람은 떠났지만, 그때 그 감정 마저 떠나보내고 싶진 않으니깐.

30대에도, 아니 40대에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니깐.

그런 사랑 할 수 있다는 게 그냥 감사하니깐. 그사람한테도, 그때의 나에게도, 다 감사하니깐.

아홉살 어린 그사람. 난 아직도 그사람이라고 부른다.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도, 사랑도 다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말을 놓지 않았다. 그사람에게만큼은. 사람도, 사랑도 다 존중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내가 그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그뿐이다.

언젠가 또 사랑을 하게 되는 날. 그때는 지금보다 덜 비겁하고, 덜 미안해 하면서 사랑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던가. 평생 혼자 그렇게 살던가.

잠깐이지만 비가 멈춘다. 뚫린 구멍이 막혔나? 막힌 창문으로 하늘을 본다. 별거없다. 그냥 하늘이다. 하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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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냉이  2011-06-29 12: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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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참... ^^
참..  2011-06-29 12: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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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

님 프로필 궁금해서 매칭보류 풀고 싶네요.

기운내세요.
나무  2011-06-29 12: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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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 하늘도 언제 그랬냐는듯 그 하늘이듯이.
글쓴님 마음도 언제 그랬냐는듯 그 마음이였음.
힘내시고요.
사랑하는자가 사랑을 하듯이.
담에는 그 사랑하는자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
싫어하는 남자 순위  2011-06-29 12: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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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철남
2..찌질남
3..게시판남

비오는 날 이런 구질구질한 글을 프로필 공개하며, 아~ 이곳은 다문화사이트..
곰같은남자  2011-06-29 1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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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회원입니다. ...;;
아나;;  2011-06-29 12: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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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회원;;;
..  2011-06-29 13: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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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남님 감성은 인정하오나, 이상하게 이런 글은 이제 쉽게 읽혀지지가 않는다. 그동안 다양한 문체를 접하는 걸 잊고 살았나보다 ㅎ
나도  2011-06-29 13: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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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하는데 이런식으로 찌질하게 글 쓴다고 세상이 변하나
암튼 찌질한 곰같은 남자들 너무 재미없어
여자드리 답답해 한다
전철남  2011-06-29 13: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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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구질구질.찌질하다. 조금만 말을 이쁘게 하면 안되나? 왜 좋은 말들 이쁜 말들 많은데..
비가 참 많이 오네요 참 많이 와요...
전철남  2011-06-29 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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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정닉네임 쓰고 신상공개하는건 제가 쓰는 글에 대한 책임감을 갖기 위해서지 뭐 대단한 의미는 없어요
뭐 프로필 볼것도 없지만..혹 저와 비슷한 문학적 철학적 소양을 알게되면 다행이고..
ㅎㅎ  2011-06-29 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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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남자가 섹시하다는 말 아시죠?
님들  2011-06-29 14: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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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선우의 문제점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저도 글은 잘 안읽혀서 댓글 썼찌만 글쓴이의 순수, 감성 이런 건 여기 선우남들과 비교대상이 아닌 듯 합니다.
전철남  2011-06-29 14: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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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섹시한 사람이 부유해보인다는 말은 아세요?
글세요  2011-06-29 14: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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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하다고 다 부유해보이진 않는듯. 남자가 수입이 더 많을 때 더 성욕이 높아지고 여성들이 느끼기에 더 섹시해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죠.
과객  2011-06-29 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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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 예술인보다 먼저 중요한게 생활인이죠" 라고 말하던 어떤 분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전철남  2011-06-29 17: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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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구든 생활만 하고 살지는 않습니다 문학 예술이 필요한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죠 지성이 있는 인간요 배고픈데 무슨 지성이냐라고 따진다면 인간의 문화는 아직도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겠죠 생활도 중요하지만 예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예술  2011-06-29 18: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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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즐기려면 생활고가 없어야죠. 퀴퀴한 지하방에서 아기 키우면서 살다간 아기 병 걸려서 돌보느라 예술은 ?
맞습니다.  2011-06-29 22: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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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4대문명이 모두 강 주변의 곡창지대에서 발달한게 우연이 아니죠.
생활만 할 필요는 전철남님 말처럼 없습니다만, 생활에 바탕한 문화예술이 더 현실적이죠.
물론 결혼을 하지 않고 본인만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한다면 상관없겠지만요.

전철남  2011-06-29 23: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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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예술인은 결혼을 잘 안하는지도 몰라요. 그 책임감이 혹 아이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 생활 중요합니다. 예술도 하고 생활까지 잘하게 되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은 없을테죠. 생활에 바탕을 둔 문화예술. 저에게도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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