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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있는 일상[5]
by 전철남 (대한민국)  2011-06-30 11:23 공감(0) 반대(0)
나는 보수적이다.

그래서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 공공의 피해가 되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

직업군인의 길이 아니었다면, 경찰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때는 조국을 지키는 일이 이 사회를 지키는 일보다 더 위대해 보이기도 했었으니깐.

중학교 때 일이다.

시골에서 전학온 아이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었다.

등 뒤에서 침을 뱉거나, 지우개를 잘라서 던지곤 했던 질나쁜 녀석이었다.

그런데 내가 화가 났던 건 그 녀석의 그런 행동이 아니라, 그런 모습을 묵인하는 우리반 애들이었다.

내 일이 아니니깐, 똥물이 괜히 나한테 튈까봐 다들 그렇게 눈치만 볼뿐 아무도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자습시간에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그 녀석 멱살을 잡았다.

"한번만더 침을 뱉으면 넌 내 손에 죽는다"

녀석은 나한테 그런 것도 아닌데 왜 나서냐는 투로 따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는 투로 쳐다만 볼뿐,

내가 왜 그러는지,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지 관심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이가 들었다. 군대에 갔고 전역을 하고 복학을 했다.

지하철을 탔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사람들 중에는 예수 믿으라며 악 쓰는 사람. 괜히 소리지르고 다니는 사람.

성추행하는 사람. 씻지않고 역한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사람. 벼나별 사람들이 많았다.

여자 다리와 가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다가 같이 따라내리던 어떤 아저씨도 있었다.

그때 같은 방향이라 따라내렸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아저씨, 여자한테 추근대고 있었다.

여자는 왜 이러냐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눈치였고, 사람들은 그냥 본체만체 지나갔고,

나는 한때 병사들을 통솔하던 그 근엄한 목소리로 힘주어 아저씨를 불러세웠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딸같은 여자에게.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진짜 부끄럽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날 한번 쳐다보더니, 그 아저씨는 달아났다.

여자는 고맙다는 목례를 했고, 나는 다행이라는 답례를 했고, 사람들은 또 그냥 본체만체 지나갔다.

뭐 다들 이런 일 한번쯤 겪어본, 늘상 있는 일상이라는 그런 투로.

새치기하던 아줌마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오히려 나에게 소리를 지르던 아줌마. 왜 나대고 지랄이냐며. 니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냐며.

줄을 선 사람이 많았고, 다들 지쳐보였고, 다른 사람은 삼십분씩 기다리는데 그렇게 새치기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 같았고, 하필 내 앞이었고, 그래서 줄을 서라고 말했을 뿐인데.

이것은 마치 새치기를 하는 것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는 것, 인터넷에서 악성댓글 다는 것 만큼이나

늘상 있는 일상인데, 왜 그런 일상을 니까짓게 뭔데 함부로 무너뜨리려 하느냐는, 그런 항변처럼 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렇게 보였다. 니까짓게 뭔데 나대냐고.

아마도 그 아줌마 사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적어도 새치기에 대해서는 난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악성댓글에 대해서도 나는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늘상 있는 일상인데 내가 뭐라고.

성추행? 그것도 본체만체 하게 되겠지. 언젠가. 어제 새로 산 새옷에 똥물이 튀면 어떡해?

오늘 기분 정말 좋은데 내 일도 아닌, 남의 일 가지고 오늘 하루 기분 잡치면 어떡해?

서울. 사람들은 바쁘다. 내 일도 많다. 남의 일 신경 쓸 겨를 같은 것은 없다.

사랑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나한테 오는 사랑이라면 모르겠다.

비가 많이 왔다. 어딘가에는 축대가 무너지고 사망자도 생겼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어쨌든 해가 떴으니 나는 기분이 좋다. 본체만체 사는 기분이 좋다.

다시 늘상 있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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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05  2011-06-30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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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남씨가 이해를 잘 못하시는데 부정을 보고 못찾는 넘과 남들 보고 나는 이렇게 사니 너희들도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넘들은 하늘과 땅 사이라오
보수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요. 전자는 보수가 아니라 진보에 가깝고
게시판에서 찌질하고 조잡한 일에 열폭 터트리지 말고 병들어 병원 못가 죽는 사람
지붕 없어 길에서 사는 사람, 등록금이 비싸 빚더미에 앉는 학생들을 위해
사회개혁에 앞장 서슈
전철남  2011-06-30 12: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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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일 힘든 일 같소. 민중의 편에 서는 일. 같이 철학을 했던 친구들 중에는 운동권이 많소. 나는 운동권이 별로요. 많이 싸웠소. 학교에서. 거리에서. 같이 촛불을 들었지만 나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소. 그런 면에서는 나는 보수가 맞소. 아니,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도도 아니고 나는 그냥 나요. 그냥 급격한 사회변혁이 싫을 뿐이오. 공공의 질서가 더 중요한 소시민일 뿐이오. 초등학교 바른생활책에 나오는 "바른생활"이 더 중요한 그런 소시민이오. 보든 안보든 신호등은 반드시 지키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이 없으면 가방에 넣어서 꼭 집에 가서 버리고, 공공장소에서 고성방가하거나 욕, 침 이런 것을 내뱉지 않고, 술에 취한 채 다른 이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버스 탈 때나 내릴 때에는 반드시 줄을 서고 등등. 모르겠소. 이런 바른생활이 아무런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공공을 위해서 각막과 장기를 기증하겠다고도 했지만, 지금은 대체 공공이란 게 뭔지 모르겠소. 무엇을 위해 있는건지 모르겠소.
나무  2011-06-30 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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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명정대하신분 같군요.
저또한 꼬라지는 못보는 성격이긴하지만.
글쓴님이 말씀하신 그런 부분들은 글쓴님이 당연히 아니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나서지는 않는데, 훌륭하신분이신거 같습니다.
하지만 선우게시판의 댓글은 그런 정의와는 좀 다른것 같습니다.
이곳은 불특정주제를 가지고 서로 글쓰는곳이라고 봐요.
그러니 어떤 글이던 쓸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글에 따라 좀 아니다 싶은 글도 있긴 하지만.
그건 그사람 자체의 문제지 이곳의 문제는 아닌듯 싶어요.
저야 좋은쪽으로 댓글 다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나의 기준으로 그들을 욕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러니 글쓴님도 이곳에서는 그런 정의감을 발휘안하셔도.
^^
오늘도 복된 하루 되시길
전철남님  2011-06-30 15: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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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몇몇 댓글들에 기분이 꽤 상한 모양입니다. 아래 글에 님이 적은 것처럼 마음에 안 들면 읽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또 반대로 생각하면 악플러들도 "당신도 내 댓글이 맘에 안 들면 안 읽으면 되쟎아?′ 라고 할 수 있죠.
악플러들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고, 어차피 게시판에 글을 적는다면 본인의 글이 긍정 말고 부정적 반응도 나오는 걸 감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부정적 반응을 부정적 표현으로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죠.

그게 싫으면.....정말 누구말처럼 오픈게시판이 아니라 그냥 일기장에 혼자 적어야겠구요.
전철남  2011-06-30 16: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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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반응 때문이 아닙니다. 무엇이 잘못이다, 무엇이 문제다라고 명쾌하게 말해주는 부정적 반응은 오히려 고맙습니다. 좀더 설득력있게, 좀더 이해가 되게 댓글을 달아주는 것은 제쪽에서 오히려 감사할 일이죠. 그게 부정적이라고 해도요. 나는 다만 무조건 이유없이 싫어하고, 생각나는대로 툭툭 내뱉으며 상대에게 쉽게 상처주는 그런 행위들이 이해가 안될 뿐입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이런 일들도 맨날 있는 일인데요 뭘. 이런 일 몇번 겪으면 이렇게 게시판에 글 쓰는 것이 싫어질 것만 같습니다. 4년전, 선우 사람들이 좋아서 처음 이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만 쓸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문득 떠나간 예전 선우 동료들도 많이 생각납니다. 결혼해서 떠난게 아니라, 이런 일들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 좋은 소식을 갖고 한번쯤 글을 남겼으면 좋으련만. 언젠가 나라도 그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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