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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13]
by 시정호인 (대한민국/남)  2011-11-23 23:47 공감(6) 반대(0)
저의 아버지는 지난 여름 대장암 말기(약 5년 이상 방치)라는 검진 결과를 접하게 되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고, 외상이 전혀 없으셨던 터라 그 뒤로 몇 차례 재검을 받아보았지만,
역시나 검진 결과는 다를 바 없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산병원에서 치료키로 정하시고, 두어달 항암 치료를 받고, 지금은 12월초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당 병원에 사촌형이 마침 관련 과에 의사로 재직 중인데, 종합병원도 요즘은 전문 경영인에 의해 체계화가 이루어지고,
CRM이라든지, ERP, KMS 등이 도입되어 기업과 별반 다를바 없이 운영되는 모습에서 예전과 달리 직원가족이라고 또는
아는 사람있어도 상대적으로 받는 혜택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못내 서운하고 아쉽기도 했던게 사실입니다.

모쪼록, 수술이 잘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겠지만, 최근 아버지 문제로 종합병원을 드나들면서 이곳 선우에서
회자되는 전문직의 대표적인 의사라는 직업과 결혼에 대해서 몇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의 사촌 형은 5년전쯤 전문대 출신의 미모의 형수(현재 호텔 근무, 결혼 당시 편부)와 결혼하여 나름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라서인지 잠실 근처의 작은 아파트(전세, 전세자금도 대출금 일부 포함)에서 살고 있고,
이곳에서 선호하는 전문직이라는 입장에서는 그닥 큰 수입을 벌어들이거나 생각만큼 시간이 많이 허락되어 이곳 게시판에
글을 남길 만큼(심지어는 실시간 댓글은 엄두도 못내겠죠)의 여유로운 시간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업무도 바쁘거니와 지금은 결혼해서 더 그런지 몰라도, 총각때는 심지어 수면 시간조차 충분치 않은 듯 싶었거든요.
S대 이공계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지금 병원의 계열 울*대학 의대를 졸업했고, 인턴 & 레지던트를 현재 병원에서
마치고 전문의로 근무 중인데, 제가 살아오면서도 그렇게 의사라는 직업이 결혼 배우자로 선호받는 직업인지 이곳
게시판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할 영향이 있던 것도 어쩌면 사촌 형의 모습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촌 형의 부친은 국내 명문 K대 정교수직을 정년(현재 작고)하셨고, 나름 양반 가문의 절개(?)는 있으나,
경제적인 풍요와는 한참 거리가 먼 가정환경 속에서 어렵게 공부한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형과 병원에서 커피 한잔 하는데, 저에게 당연히 결혼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고, 저는 반대로 형에게 물었죠.
형은 왜 그 수 많은 좋은 조건의 여자들과는 결혼 안 하고, 지금 형수님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선시장에서 선호하는 의사직업인데 남들이 흔히 하는 그런 혼테크(?)식의 결혼을 왜 포기했냐고..
처음에는 농담식으로 시작한 얘기였지만, 이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서는 저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결정사를 비롯해서 의사만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소위 브러커들, 주변 지인들 소개 무척 많이 들어왔고, 그때 당시는
자신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아본 적이 있었던 시기라고 말이죠.
솔직히, 돈만 좀 부족하지 집안 내력만 놓고 보면 절대 빠지는 입장도 아니었고, 인물도 좋고 키도 되고, 성격도 활달한
편이라 여성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입장이었음에도 현재의 모습을 보자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사촌형의 얘기를 듣고 또 한가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촌형의 첫 마디는 ′결혼은 어떠한 계약이거나, 거래가 아니야′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어진 말로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을 따지면서 결혼을 하고자 한다면 결코
당사자 둘다 행복하지 않고, 그렇게 결혼해서 결국 좋지 않은 마감을 경험한 선배들 무수히 봐왔다고 하더군요.
지금 형수에게는 오히려 반대로, 충분히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겪을 불편과 애로를 결혼전에 얘기를 해왔고, 개업을 하지 않는 이상 경제적 풍요는 기대조차 말라고 하면서, 대신 마음과 행동만은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양해를 구했다고 그러더군요.
저는 내심, 별 볼일 없는 집안에 전문대 출신의 형수 입장에서 의사가 그렇게 대쉬하면 당연히 황송하게 생각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했더니, 그건 스스로 보이는 부분만을 인정하는 싼티나는 사람들이나 그렇지.. 라는 답으로 마무리 하더군요.
형은 지금의 형수를 만나서 너무나 행복하고, 여전히 형수에 비해 자신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여기 선우에서의 의사라는 개념과는 완전 대비되는 대화였죠. 오히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핸디캡이라고 해야할까요?
저에게 도리어 ′너는 대기업 과장에, 돈도 많은 집안에 배경도 좋으니 맘만 먹음 바로 결혼하겠네′이러더군요.
물론, 그 말뜻에는 진정 저의 배경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었겠죠.
정말 사랑하고 가치있는 사람을 만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느껴졌지요.
바쁜 사람 오래 붙잡고 있기 뭐해서, 조만간에 주말에 쏘주나 한잔 하자고 인사했더니.. 솔직히 시간 내기가 너무 어렵다고 미리 연락하고 집에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물론, 지천에 널린게 의사라지만, 그들의 생활을 다 알 수는 없는지라..
제가 아는 의사는 사촌형이 제일 가까운 사람인데, 어릴적부터 지내오면서 의사라는 타이틀을 쥐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고, 지금도 삶의 질(?)을 논하자면 그리 부럽지 않은데, 왜 이렇게들 전문직 전문직 하는지 알 수 없더군요.

이번 아버지 일로 특히, 사촌형의 가운입은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안스럽기도 했는데..
결혼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전문직 의사라는 직업에서는 과연 그만큼 선호받을만한 직업인가 의구심이 들더군요.
참, 사촌형 얘기가 대학시절 저와도 몇번 본적 있는 형의 의대 친구 얘길 전해주더군요.
얼마전 이혼했고, 동업으로 개업한 병원이 잘 안되서 많은 빚을 지고 여기저기 쫓겨다녀서 연락도 안 닿는다고 말이죠.
개업하지 왜 종합병원에서 고생하냐고, 나라도 투자할테니 개업해서 한 몫 챙겨보자니깐, 이런 얘기도 듣게 됐죠.

단순히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 싶네요.
정말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껴줄 수 있는 그 누군가지..
결코 직업이 우선적인 요소는 아닌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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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Deep Sunday  2011-11-24 00: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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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서 품위있는 글 보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사촌형님이 참 멋지시네요.
집안의 격이라는 게 돈많고 위세있는 게 아니라 저런 것인 듯 싶습니다.
푸른바다전설  2011-11-24 00: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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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봤습니다.
저런분들이 진정 의사가 아닌가 합니다.
가정을 생각하고 거기서 나오는 생각이 환자에게 전달 되는것 같습니다.
괜히 의사입네 무슨 사자 입네 거들먹거리면서 보여주는 허세와 위선 보다는
저런 분들이 훨씬 훌륭해 보이네요.
냥이  2011-11-24 0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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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건강이 안 좋으시다니...힘드시겠네요.
집안에 아프신분이 있으면 가족들의 고통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데....기운내시고..되도록 아버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먼 훗날 후회하지 않게요.

사촌형님 이야기 잘 읽었구요. 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사촌형님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대로 행동하셨네요.
이런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꼭 그런 직업군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기준점을 세워두고 원하는 바를 갖추지 못하면 상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 인연인 것이 겠지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분명 차이나는 결혼이지만, 그러한 선택을 한 당사자들은 정작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다른 어느 조건보다 절 많이 이해해주는 사람 찾는데, 제가 사람보는 눈이 없는건지... 안나타나네요.
이것도 욕심인건지? 하지만, 이부분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정말 결혼을 위한 결혼이 되지 않을까 싶어 포기가 안되네요.
 2011-11-24 0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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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집안의 자제들은 역시 다르군요. 격이 느껴집니다.
겨울바다  2011-11-24 00: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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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희망꽃  2011-11-24 03: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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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이전에 재수해서 의대 합격한 적도 있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입학을 안한 것이 뒤늦게 한이었는데
집안에 많은 친척 의사분들이 여러가지로 너무 힘드니까 차라리 그 직업은 안갖는게 좋겠다고 말리고
심지어 결혼상대로서도 의사는 보지 말라고(다른 이유보다는 시간이 너무 없고 마음만큼 가정에 다 해 줄 수 없는 현실을 들어서)
후배들 소개도 안시켜주더라구요.
님 사촌형님처럼 사람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성실한 의사라면 시간이든, 돈이든 현실적 제약이 있더라도
함께 하는 보람이 있을 것 같네요. 어느 직장에 다니건 그런 사람은 빛이 나겠죠.
아버님 쾌유를 빌어요.
미리미리882  2011-11-24 03: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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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성공적인 수술 기원합니다.
미리미리882  2011-11-24 03: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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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직업적인 특성상 의료계 종사자들이 지나친 관심을 받는 곳이 이곳 분위기일지도
모르나 성실하고 봉사정신이 남다른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별다방  2011-11-24 05: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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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속을 볼 수있는 눈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버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빛소리  2011-11-24 11: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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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버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고개가 끄떡여지는 글이였어요~^^
순정마초  2011-11-24 15: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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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글이었어요 감사하고,
아버님의 빠른 쾌유 바랄께요. 힘내시구요~
떠나고 싶은 계절  2011-11-24 17: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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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멋있는 분이다! 저도 전문직 친구들이 주위에 많은데
의사, 회계사 모두 할 것 없이 돈 이외의 삶의 질은 떨어지더군요.
시정호인  2011-11-26 01: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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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좋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의 아버지께서는 완쾌되시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가족분들께서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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