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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만남(2)
by bluessj  2004-10-06 00:08 공감(0) 반대(0)
<9일째.>

낮에 잠깐 만났다.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는다고 했더니 만나자고 했다. 바쁘지 않냐고 했더니 날 위해서는 항상 짬을 낼 수 있단다. 빈말이라도 참 듣기 좋다...^^

만나서 커피랑 도너츠 먹었는데, 도너츠 먹는 그 사람을 보면서 살짝 움츠러 들었다. 순간적으로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듯한 느낌. 물론 나에겐 잘해주고 웃어주고 하지만 기본적인 성격이 이기적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너무 생각이 많은건가?

도너츠 먹고 나와서 영화관 가서 표를 예매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만나서 영화를 봤다. 이렇게 틈틈이 시간날 때 마다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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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전화가 왔다. 만나서 공원에 가자고 했다. 날씨가 무지 추웠다.
그 사람은 춥다면서 혼자 쩌벅쩌벅 걸어간다. -.-
내가 이 사람을 왜 좋다고 하는건지 참...
밥먹을 게 마땅찮아서 헤매다가 칼국수 먹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남아 커피빈 가서 커피마셨다. 커피 맛있던걸.... 내 커피는 너무 달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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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째>

저녁먹자고 전화왔다. 맛난거 먹자고 했는데 조금 늦게 만난 탓인지 먹을 데가 마땅찮았다..
중국집에 가서 탕슉이랑 볶음밥먹고 들어왔다. 왠일인지 그 사람이 조금 멀게 느껴진다.
그 사람에 비해 내가 너무 어리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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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째>

그 사람이 쉬는 날이었는데....
어제의 그 불편함이 맘에 남았는지 만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자는척하고 전화 안받았다.
전화 받으면 못 만난다는 말을 못 할게 뻔하니까...
친구 만나 바람 쐬었다.
그 사람 맘 상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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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째>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눈이 펑펑 내렸다.
둘이서 처음 술마셨다. 맥주말고 술...ㅎㅎ
술이 좀 취해서 그 사람이랑 키스했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불안하다. 우린 무슨 사이지? 사귀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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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째>

일이 무지 늦게 끝났다. 그래서 만나기로 했는데 못 만났다.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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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째>

모임에 나갔다. 그 사람이 회사 마치고 집에 들렀다가 나를 데리러 왔다. 꽤나 먼 거리였는데...고마웠다.
좀 늦은 시간이었는데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난 극장에서 보는 줄 알고 그러자고 했는데 DVD방에 가자는 것이다. 싫다고 영화관 가자고 우겨서 영화관 가서 영화보고 나왔다.
그 사람에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내가 그 사람에 비해 너무 어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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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째>

그 사람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여지껏 내가 밥을 산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오늘은 내가 산다고 우겼다.
그런데 왠일인지 별로 탐탁찮아 한다.
내 생각을 해주는건지... 모르겠다.
분위기가 좀 어색했다. 왠지 그 사람...어색하게 웃는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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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째>

일 끝나고 그 사람이 늦게 만나자고 했다. 둘이 만나서 공원에 갔다. 꽤나 조용했다. 바람이 쌀쌀했지만 봄기운이 느껴졌다. 조금은 서글픈 산책이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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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째>

생일이었다.
그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 어제부터 연락이 없다.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난 그 사람 여자친구가 아니라는거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 사람의 그런 태도에 당황스럽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시간 날 때마다 달려오곤 했는데...늘 다정하고 따뜻한 말만 해주다가...
내가 뭘 잘못했나?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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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째>

그 사람이 점심먹자고 먼저 말해놓고 또 바람 맞췄다.... 으으으!!
그래서 내가 저녁에 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자고 한다.

저녁에 그 사람을 만났다.
어제까지 연락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나도 암말 못 했다. 할 말이 없었으니까...
난 그 사람 여자친구가 아니니까...그 사람이 날 챙겨줘야 할 의무는 없는거니까...

왜 그런지 그 사람에게는 화가 나지 않는다. 다만, 좀 슬플 뿐이다.

저녁 후다닥 먹고 날 집에 데려다 주었다. 밤에 다시 만나 술 마시자더니 연락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사람, 나를 만나면서 중반쯤부터 다른 사람도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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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째>

뭐하냐는 문자가 왔다. 쉬는 날인가? 우습다. 이번주는 그 사람 쉬는 날이 하루도 없다...
그 사람은 이틀 일하고 하루 쉰다. 그런데 이번주는 쉬는 날이라며 연락 온 날이 하루도 없다.
언제냐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상처입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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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째>

만나자고 문자보냈다.
내가 처음 그 사람에게 먼저 만나자고 했다.

지금까진 항상 그 사람이 먼저 시간 날 때마다 만나자고 했었기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할 시간도 없었다.

일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만나자 해놓고 일하고 있으면 어쩌냐고... 나쁘다. 일하는 시간인거 알면서 일부러... 10시에 나오랬더니 안된단다. 다음날 보기로 했다. 언제나...친절하다. 다정하고...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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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째>

저녁에 만나기로 했지만 그 사람 쉬는 날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혹시나 일찍 연락이 올까 기다렸다.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문자를 보낼까 말까, 좀더 기다릴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기다리지 못하고 언제 보냐고 문자 보냈다. 10시에 보자고 했다. 쉬는 날이 아닌가....아니면 딴 일 하다가 오나...

10시가 되었다. 일이 늦게 끝난다고 연락왔다. 오늘 못 만나는구나 생각했는데 12시가 되어서 전화왔다. 만나자고...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암튼 오늘마저 펑크냈으면 정말 매너없는 사람이라고 욕해줬을거다.

암튼...늦은 시간인거 알면서 만나자고 했다.
만났는데....차에서 자고 있었다. 왜 그렇게 피곤해하지? 뭘 했을까...낮에 집에서 자다가 나왔다고 하는데 정말 너무 피곤해 보였다.

맥주 마셨다.

만나면,
마음이 좀 후련해질 것 같았는데 변한건 없었다.
나는 결국 하고 싶은 말 한마디도 못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모든게 다 무의미할 것 같았다.
괜히 그 사람에게 거짓말을 더 강요하는 것 같아 싫었다.
보내주는(?)거, 좋은 기억이나 가져가라 싶어 그냥 웃기만 했다.
택시타고 날 보내주면서 집에 들어가면 문자 보내라길래 집에 와서 문자보냈다.


빠잇.



내 마지막 문자가 되길 바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설레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는데,
그리고 그 사람 보고있으면 아직도 즐거운데....
앞에 앉아서 아무일 없는 듯 웃고있는 그 사람의 속내를 들춰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내게 남는게 뭐라고... 이미 맘 떠난거 아는데...

상처를 많이 받았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런거구나. 아직은, 내가 너무 어리기만 하구나....
그럴 일 없겠지만 그 사람이 다시 매달려도 받아들여선 안될 것 같다.
거짓말로 얼룩진 만남은 결코, 순탄치 않다.
그 사람은 내게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나도...

이 폴더의 이름이 왜 소나기였는지 알 것 같다. 비록 우연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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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난 그 사람에게 ‘빠잇’이라고 문자를 보내고서도 연락을 끊지 못했다.

그놈의 미련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그 사람은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보고싶은 마음에, 난 또 그러자고 했고, 그는 또 바람을 맞췄다.
그러길 몇 번....
화가 났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거절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이미 맘 떠난거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그 마음에 내치지 못하고...바보같이 미련보이는 내가 한심했다.

메시지를 보냈다. 장난하냐고....

그게 끝이었다. 아무런 답신도 없었고, 나도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연락하지 못했다.
그렇게 끝...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너무...어이없는 끝이었다. 어쩌면 난 속으로 잡아주길 바란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는 한동안 혼자 마음 아파했다.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갑자기 이 일기장이 다시 보고 싶었던 건,

그 때 그 사람과 비슷한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나이도, 외모도 개인주의적이던 그 성격도.....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겁이랄까 거부감이랄까....결국엔 내가 상처받고 말겠지 하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든다.

일기를 수십번 반복해서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더욱.....

자기가 먼저 호감을 가지고 다가와서는 결국에 모든걸 내게 떠넘기고 휘리릭...가버리겠지.

지금도, 더 멀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다리를 걸치고, 이리재고 저리재고....그러고 있는 거겠지.

사람을 믿기가 너무 어렵다. 나도 이제 때묻을 만큼 때묻은건가....

하지만 나는 결국 지금 다가오는 이 사람도 먼저 떠밀어내진 못 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나를 보고 있으니까. 난 그런 사람을 내치지 못한다.

정주지말자, 정주지말자... 그저 혼자서 되내이고 있을 뿐이다.

내 예상이 틀리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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