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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5]
by nana (대한민국/여)  2006-10-30 07:39 공감(0) 반대(0)
볕좋은 오후였다.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데 가을 바람이 소슬해 얇은 프렌치코트 깃을
세우고 볕드는 자리로 옮겨 앉았다.

깔짝거리며 책장을 건드리는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바람에 의해 연주되는 나뭇잎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햇빛에 반사돼
빛나는 그 특유의 반짝이는 떨림에 편하게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깊어가는 가을의 서늘한 분위기에 빠져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나는 옛친구에게 무작정 아주 오랜만에 전화했다.

어머...텔레파시가 통했나부다. 나도 니 생각하고 있었어.
신호음이 떨어지자마자 잘 지내니? 하는 말에 화답하는 여전한 친구의 목소리가
하도 반가와 눈가에 눈물이 다 맺혔다.


시내 외곽이라 그런지 주말 저녁인데도 영화관은 한산했다.
넓은 극장 안에 열명 남짓 사람들이 있었고 그나마 우리 앞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않아 극장을 대관해서 오붓하게 영화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가을로...
사랑했던 여인의 기록에 적힌 여정을 따라 떠나는 남자의 로드 무비였다.
로드 무비라고 하기엔 좀 미흡한 점도 있었고 서두 부분이 다소 늘어지는
구성상의 단점에도 화면 가득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가을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풍부한 감성의 멜로영화였다.

우리의 여주인공 김지수가 너무나 친절하게 가이드의 역할을 해서...
보는 사람들의 감정선까지 따라잡으며 특히 마지막의 이 새로운 길에 옛추억이
젖어있고...하는 결미부의 대사는 마치 감독이나 작가의 시높시스 부분에 나오는
작의를 그대로 옮겨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부자연스럽기도했지만
가을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영화였다.

자신의 신혼여행지를 기록하고 친절하게 기록을 통해 안내해주는 여주인공을 보며
내가 J에게 그랬다.

"여자가 참 요사스럽다."

나중 엄지원이 등장하는 장면과 그녀와 연결되는 장면을 보면서는

"이게 스릴러 영화라면 이 모든 일은 엄지원이 검사 유지태를 얻기 위해 계획한 걸거야.
공포영화라면 엄지원이 귀신이겠지 뭐..아님 김지수가 둘을 시샘해서 귀신이 되서
나를 기억해하고 등장하던지.-_-;; "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영화보는 가끔씩 눈가에 눈물이 맺혀서 그 감정을 들키지않으려고
했나보다.

가을의 풍경 속에 서 있는 유지태를 보면서 봄날은 간다 라는 영화가 자꾸 떠올랐다.
예전에 사랑했던 이와 함께 심야영화로 내리 세편이나 상영하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났다.
영화 속의 이영애의 행동이 나와 비슷하다고 얘기했던 그사람의 말도 생각이났다.
어쨌든 영화처럼 봄날은 가버렸고 그와 나도 이제 다른 자리에 서있다.


사랑이란....그들만을 위해서 움직여주던 시간이 사라져도 익숙한 풍경 속에
덩그마니 혼자 놓여진 못견디는 현실에 적응이 될지라도....
시간 앞에 풍화되서 그 빛나던 사랑이 이젠 빛바랠지라도.....
늘 마음 한구석엔 추억이란 이름으로 간직되는거 같다.


늦은 밤 이불 뒤집어 쓰고 꺽꺽대며 울던 아픈 기억들도 이젠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늘 아프고 슬펐고 아쉬웠던 기억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그땐 그가 그랬지 이런
생각이 들때면 예전에 그에게 못해줬던 아쉬움을 지금 사랑하는 이에게 더 큰
사랑으로 갚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고 섭섭했던 기억만 있는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며 많은 생각이들었다. 작은 일에도 예전의 그를 진정으로 배려하지
못했던 점과 마음 같지않게 많은 상처를 준 기억이 내가 참 사랑에 서툴렀구나..하는
점을 다시끔 느낀다.

그에게 이제 다시 잘해줄 순 없지만....다른 사랑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이제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가꾸어 갈수록 무한히
커지는 사랑의 기쁨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한 자리에 있지 못하지만 한때는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이 영화를 보고...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고....나의 가장 철없고 순수했고 솔직했던
나날과 함께했던 사람...서늘하긴 하지만 그 기억이 항상 나를 가슴따뜻하게 한다.



이젠 찬비 흩날린 가을 아침 찬바람에 지울 수 밖에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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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2006-10-30 1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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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대사중에 "뭔가 새롭게 시작하려면 여행을 떠나라."란 말이 기억나네요.
영월의 동강과 선돌, 7번국도, 소쇄원, 담양메타세콰이어가로수길....포항내연사, 불영사계곡......다 기억이 나네요. 절로 향기가 묻어나올듯한.. 추억들이 서려 있는곳..
글구, J란 분 부럽네요. 이렇게 감성이 풍부하신 nana님을 곁에 두고 계시고....복이 많은 분 같습니다.
조**  2006-10-30 1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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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보셨군여^^* 스산하게 느껴지는 님의 맑은 영혼에 찬사를 보냅니다 어느덧 한편장편소설처럼 님의 글을 기다리게 하는군여 ^^* 빛나는 사랑 계속이여지시길....
조**  2006-10-30 23: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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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님 이거 알아여 전 예전에 철자도 틀리고 글도 내맘대루 형식없져 그렇다구 수필도 아닌게 근데 내글을 한명이라도 읽고 즐거워해준다면 쓰게놓라했거든여
나나님 글은여 정말 소설책읽는거 같아여 죄송한대여 글 계속 부탁합니다^^*~~~
조**  2006-10-30 23: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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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 J라는분 참 멋있는사람이구나 하는생각도 들어여^^*~~~
방**  2006-10-31 10: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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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님. 님은 제가 선우에서 본 어떤 분보다 순수하단 생각이드네요. 한때는 그 순수함을 제 식으로 판단해서 어줍잖게 님의 글에 잘난척한 적도 있었죠. 죄송해요.후...님의 그 순수함을 알고 사랑해줄 좋은 분이 꼭 나타나실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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