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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를 위해서[13]
by 에버그린 (대한민국/여)  2010-04-29 19:13 공감(2) 반대(0)
예정대로라면 지금은 두번째 만나러 가고 있어야 하는데
웬 조화인지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날 좋아하던 사람이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듯 전화 한 통 없어
이 좋은 봄날 이 좋은 시간에 자판을 두드리고 앉아 있다.

오늘 만날 때 입어야겠다고 생각해둔 옷을 불편함을 무릅쓰고 입고 출근했더니
다들 오늘 무슨일 있냔다
있기는요...

아침엔 tv와 마주보고 밥 먹고
점심엔 아주 친한 사람이 옆자리에 앉지 않으면(근무지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인사만 하고 지냄)
급식판하고 마주보고 먹고
저녁은 컴퓨터 쳐다 보며 먹고..
이렇게 하루종일 혼자 밥을 먹는다.

나중에 고생 안 할려고 요즘들어 저녁 반찬은 한 가지씩 만들어 먹는데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그 사람은 이 요리를 맛있다고 할까?"

그 사람이랑 하고 싶은게 참 많은데..
도시락 사서 소풍도 가고 싶고, 심야영화도 보고 싶고, 길게 혹은 짧게 둘만의 여행도 가고 싶고,

해 주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하얀 와이셔츠를 구김살 없이 다려 보고 싶고, 넥타이도 매어 주고 싶고
출근길 뒷태를 먼지 탙탈 털며 살펴 주고도 싶고, 같이 천연 팩도 붙이고 싶은데...

그 사람은 불쌍하다.
우리 엄마는 김치도 맛있게 잘 담그시고 요리도 정말 잘 하시는데
그 맛난 장모님 음식을 많이 먹어 보지도 못해서.

그 사람은 불쌍하다
하루하루 나이 들어 덜 예뻐지고 덜 건강하고 더 까칠해진 나를 데려가게 되어서.


그러니까 만나면 더 잘 해줘야겠다.
내가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었듯이 그도 그만큼 힘이 들었을테니까

그러기 위해선 지금 더 잘 먹고 더 건강해지고 더 많이 웃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불쌍한 내 그 사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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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도둑포비  2010-04-29 19: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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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렇게 되실거에요....
그 사람을 위해서..
더 건강하시고. 잘 챙겨드시고...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님이 하시고 싶은 걸
두분이서 알콩달콩 잘 하시길 바래요...
^^
평범남  2010-04-29 19: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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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어본 글중 최고! 글속에 인격이 느껴지는 단한사람
흑기사  2010-04-29 19: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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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서 따뜻함이 묻어 나오네요..

글쓴님을 데려가실 분이..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분이 에버그린 하실듯..
찡하네요  2010-04-29 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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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불쌍하다.
우리 엄마는 김치도 맛있게 잘 담그시고 요리도 정말 잘 하시는데
그 맛난 장모님 음식을 많이 먹어 보지도 못해서.

그 사람은 불쌍하다
하루하루 나이 들어 덜 예뻐지고 덜 건강하고 더 까칠해진 나를 데려가게 되어서.

완전 공감합니다. 제가 남자라면 이런 여자분 주위에 있음 얼른 결혼할텐데.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분이네요^^
ㅎㅎ  2010-04-29 20: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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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게시판에서 처음 읽어보는 가슴 따뜻한 글이다...

이런 분은 빨리 좋은분 만나셔야 하는데...
오우  2010-04-29 20: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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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쓰굿
흑기사님 맘에 드는데요?^^
파랑새는 늘 가까이 있어요..  2010-04-29 20: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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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그린님의 고운 맘을 알지 못하는 그 분이 불쌍하네요..200% 공감~^^

정말 누군가를 좋아하니까 평소엔 관심없던 요리에도 관심이 가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그 사람이 아플까 봐 걱정되고,
백화점을 가면 어떤 옷이 어울릴까 혼자 코디해 보게 되고, 멋진 넥타이 보면 선물해 주고 싶은 맘이 저절로 생기더군요.
첨엔 이런 맘이 뭔지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사랑'인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알고 보면 행복은 늘 가까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게 행복인 줄 모르고 멀리멀리 헤매다니는 것 같아요.
지금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이 가장 본인을 맘 속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란 걸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뒤 깨닫고 보면 그 사람은 이미 놓쳐 버린 뒤죠.

에버그린님의 그 분은 그런 어리석음을 경험하지 않길 바랍니다.
불쌍한 그 분을 위해서 힘내시고 더 건강하시고 더 행복해지세요
님의 이쁜 맘을 알아보고 다가올 그 분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됩니다~^^
글쓴 분, 리플 단 분 다들 멋있네요  2010-04-29 20: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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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그린님의 마음도 예쁘지만 흑기사님도 괜찮은 분인거 같음.

지나가다 본 흑기사 리플
"만약에 내가 만약 글쓴님의 입장이라면..저는 여자분을 끝까지 제곁에두고 지키겠습니다.."
말이라도 저렇게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사람 드문듯. 닉네임데로 기사도가 있는분인거 같음.

여기 가끔 리플보면 괜찮은 분들 많은데 이럴 때 마다 쪽지 기능 안되는거. 정말 안타까워요. 이런거 개선되면 매칭 엄청날텐데..
죄송  2010-04-29 2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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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거하고 실제 만남하고는 완전 틀리더라구요...
ㅎㅎㅎ  2010-04-29 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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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하는가?ㅋㅋ
그래도 익명의 공간에서 마구 악플다는 사람들보단 좋게말하는 사람들이 좀낫던데
글은 사람의 인격을 반영하는법
글보면 대충 나오잖아요?ㅋㅋ
흑기사  2010-04-29 22: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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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얘기가..헉..

저 닉네임만 흑기사지..기사도랑 거리가 멀어요..^^

아무튼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꾸벅..
팬더남  2010-04-29 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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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잼있당 ㅋㅋ
m  2010-04-29 23: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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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님은 예쁜 마음 가지고 있으셔서 좋은분 만나실 거에요~ ^^ 정말 늦은만큼 몇배로 행복하게 살고 싶네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요즘 기력이 떨어져서 저녁만 되면 피곤이 쓰나미~ 이래가지고 남편 아침 저녁상 차려주겠나.. 쩝..홍삼을 커피랑 같이 먹으면 불면증이 온다는 말이 있어 커피를 줄이고 있는데.. 낮에는 졸고 밤에는 안자고.. 사랑하는 남자랑 연애하기 위해서 체력단련 먼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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