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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소개팅 남이 생각나시는 분..[8]
by m (대한민국/여)  2010-05-06 01:04 공감(0) 반대(0)
밑에 하루키 단편을 보니 그때 그 단편집을 읽었던 내 대학시절이 떠올라 써본다.





그때도 봄이었다.. 추웠고 바람이 차갑고 햇살은 따스했었던 4월..

친구가 소개팅을 해주었는데 상대는 여친과 헤어진지 1년이 넘어가는 같은 과 선배였다.
여친은 고소영은 닮았고 3년정도 사귀었는데 선배가 의사고시?를(뭐더라.. 정확한 명칭이 생각안남)떨어지자
의사 아니라고 차고 시험에 패스한 후배와 사귀었다고 한다.
한동안 여자 안만난다고 했는데 소개팅을 요즘 해달라고 하는데
전부터 너랑 잘 어울릴것 같았어.. 한번 만나봐~ 라고 친구는 부탁 아닌 사정을 했다.
솔직히 연애에 관심도 없고 자신이 없었는데 그냥 한번만 만나면 된다는 친구에 설득에 만났다
학교앞 커피 전문점.. 이름이 생각난다.. 쟈뎅..

선배는 말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조잘조잘 떠들면 조용히 웃었다.

밥집에 가면 조용히 물잔에 물을 따라주고 수저를 챙겨주고 의자까지 당겨주고

가방도 들어줬다. 길가다 예쁜 악세사리.. (그당시 목걸이를 좋아했음)도 사주고..

음료수에 빨대를 꼿아서 줄때도 참 세심했다.

그런데 나란히 걸을때도 마주보고 찻집에 있어도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분명 어색한데도 어딘지 편안했다. 그런데 딱히 할말도 없고
대화는 금방 끊어지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느 비오는날 단골 재즈음악을 틀어주던 커피솝에서 말없이 몇시간을 있으면서
나는 화가 났다. 지루한것 같았다. 그런게 그게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가슴이 떨리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면서
내가슴이 시소처럼 왔다갔다 움직이는 듯한 그 기분이 낯설고 이상하면서 두려웠다.

선배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앉아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시선을 돌리고 미동도 없이 내가 묻는 말에 조용히 대답했다.
그럴때 선배가 석상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선배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갑자기 무슨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 선배가 잠시 너무 미웠다.

친구에게 날 안좋아 하나봐.. 말을 너무 안해.. 이렇게 말하면

선배가 그러는데 너도 말이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내가 물어봤는데 선배는 네가 맘에 든대..

더 만나봐~ 라는 대답만 날아왔다.

전 여친이 예뻐서 부담된다고 했더니 친구는 선배가 이제 이쁜여자 질렷다고 싫대~

내가 생각해도 질렸을거 같았다.. 맞아~ 이제 이쁜 여자 안좋아할 거야..

우린 둘다 어렸고 남자의 이젠 이쁜 여자 안좋아 한다는
거짓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순진했었거다.



친구와 친구남친 그리고 나 선배.. 이렇게 4명이서 친구남친의 차를 타고
가까운 곳으로 꽃구경도 갔고 근교에서 식사도 하고 저수지에 가고..
난 소개팅을 한뒤로 남자를 2번 이상 만난적이 없었는데
그 선배는 몇달을 그렇게 만났다.



어떤날은 핑크와 연두색이 섞인 꽃무늬 원피스를 선물이라면 주면서
넌 흰색만 좋아하나봐.. 이거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하지만 난 그때까지 꽃무늬 원피스는 한번도 입어본적이 없어서
떨떠름하게 받고 그래도 학교 사물함에 던져놓고 잊고 있엇는데
소개팅에 입고갈 옷이 없다고 절규하는 과 동기에게 주었더니 입고 너무 기뻐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잘 어울리냐고 좋아했다. 소개팅에 입고 나갔더니 예쁘다고 칭찬 받았다고..

괜히 주었나.. 후회했지만 줬던걸 뺏을정도로 친하지 않아서 포기햇다,
선배도 왜 입지않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

6월이었나..
학교에 있는데 하늘이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오후내내 그렇게 내렸다.

친구들과 창가에 매달려서 언제 비가 그치나.. 비구경 하고 잇는데

멀리서 어떤 남자가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혼자서 걸어오는게 보였다.

바람에 우산이 몇번 뒤집어 지고 남자가 비와 사투를 벌일때 마다 친구들이랑

깔깔대고 웃었다.. 저남자 진짜 불쌍하다~ 완전 다 젖었겠는데?

그남자는 비와 싸우며 점점 가까워졌고 난 그게 선배라는걸 알았다. 아까 전화로 비 때문에 학교에 있다고 말했는데
말도없이 우산하나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현관에서 기다렸다.
머리 바지 셔츠 다 젖어서 애처러울 정도였다.
난 반가움보다 왠지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 그때 잠시 스쳐간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선배에게 자판기 커피를 대접하고 학과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때 내가 원피스를 주었던 친구가 나타났다. 친구가 네가 준 원피스 고맙다고 말할까봐
난 식은땀을 흘렸고 긴장했으며 갑자기 나타난 선배가 원망스러웠다.

비가 좀 가라앉았고 보슬비로 바뀌었다.
우린 우산을 들고 정문으로 걸었다. 그때 동기와 그 남자친구의 스포티지가 우리 앞에 섰다.
태워줄테니 타라고 물었고 난 선배에게 어떻게 할건지 물으려 했다.

선배는 무표정이었고 입을 꽉다물고 있었는데 .. 좀 냉소적인 말투로

너가 하고 싶은대로.. 라고 대답했다.

난 어느것도 상관없었지만 선배가 피곤할거 같아 타자고 했고

또 차안에는 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정문에서 나는 저녁 먹고 갈거냐 묻자
선배는 일찍 가봐야 한다며 날 잠시 쳐다보고 뒤돌아 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뒤로 선배는 연락이 없었고 나도 굳이 연락을 기다리지 않았다.
몇달뒤에 갑자기 생각나서
친구에게 선배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더니 몇달뒤에 시골 어딘가로 보건의 간다고 했다.
그리고 고소영 닮은 전 여친이 연락와서 다시 시작하자고 했으나
선배는 거절했다고..


아주 오래전일인데.. 선배 이름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성도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비오는 날 학교에 찾아와서 날 보고 어색하게 웃던 모습과
차에 탈때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그때마다 스쳐갔던 내감정...


쓰다보니 길어졌다.. 그러고나서

몇년뒤에 나는 선배는 나와 있으면서 전여친을 그리워했던 거라고...

또 몇년뒤 나는 친구 말대로 어쩌면 선배는 내가 좋았던건 아닐까..

그리고 또 몇년뒤 내가 그때 느꼈던 내가슴에 이상한 동요들의 정체는..
생각하다가.. 그때나 지금이나 난 남자를 연애를 사랑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너무 서글퍼졌다. 쩝..



아.. 그리고 그 선배는 내 첫사랑은 아니었어요..ㅋ











커플닷넷 게시물 댓글보기

 2010-05-06 01: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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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를 남한테 준 걸 보고 화나서 끝났다 그런 것인가요?
사실 뭐 자기가 준 걸 소중하게 다뤄주지 않으면 화나는 건 당연하겠죠.

그리고 옷차림...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피스를 입으면 확실히 여성적인 매력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셔츠에 청바지와는 차이가 개인적으로는 많이 난다고 봅니다.
어떤 여성적인 모습을 기대했던듯...
옷을 사줬을 정도면 제발 입어달라는 의미였을 것 같군요.

저는 예전에 만나던 여성한테 '원피스를 입은 여성과 데이트하고 싶다'라고
얘길 했었다는 ==;;

그 분 진짜 다음에 원피스를 입고 오셨다는 ==;; 그 말 듣고 사서 ==;;;
확실히 입으니 매력적이더라고요.

글쓴이  2010-05-06 0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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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분.. 그게 아니라 그 선배는 그 원피스 다른사람 준거 몰라요.. 그 친구를 만나긴 했지만.. 어떻게 알았겠어요.. -.- 아마 학교까지 찾아갔는데 제가 별로 반가워 하지 않아서.. 뭐.. 기타 다른 이유가 있겠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사람은 참 슬퍼보였어요.. 지금 저도 글을 써보면서 회상을 하니 상처에서 회복이 안된 상태였던 것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지금쯤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었으면 하네요.. ㅎ
 2010-05-06 0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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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사랑이란 것은 가만히 있어도 샘솟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샘솟을 정도의 사랑이면 뭔가 서로 간의 균형이 안 맞는(?) 약간 짝사랑(?)으로 흐르는 경우인
경우가 많다고 보고요.

서로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약간은 재미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항상 재밌을 수는 없는게 아닐까 생각을. 사랑 뿐 아닌 모든 일이나 관계라는 것이...
기억력나쁜포비  2010-05-06 0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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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은 아니지만...
대학 일학년때...
그녀를 처음 봤던 그 골목 모퉁이.....
몇년간을 참 애닳게 했던..
그 추억들...
그 또렸햇던 기억이...
그 골목이...
그 상가간판이...
가물가물해 지는 걸...
보면....
저도 많은 세월을 살았구나...
또한...
그렇게 또 누군가를 잊혀져가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단 한명만을..
평생 또렷이 기억하고
살고 싶은 작은소망..
하나만 가지고 있네요....
항상  2010-05-06 02: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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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진실보다 아름다운 법, 원피스 준 것 알았을 겁니다.
한솔로  2010-05-06 09: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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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쟈뎅...1000원짜리 셀프커피...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필력에서 하루끼 냄새가 나네요. 잘봤습니다.
글쓴이  2010-05-06 10: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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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는 하루키가 우상이었으나 나이가 드니 그 하드보일드한 말투가 거슬릴때도 있더군요. 남들 다 봤다는 IQ84도 아직 안봤는데.. 밑에 단편을 보니 대학때 생각이 나면서.. 나의 그 중요하던 시기에 하루키가 함께 했던것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네요.. ㅎㅎ
1학년일때 자판기 커피가 50원이 었는데 3학년때 100원으로 올랐고.. 얼마전 모대학에 갔더니 아직도 100원이더라구요~
아뭏튼 점점 잊혀져 간다는게 어떤건지 요즘 와서 실감하고 있네요.. 지금 이순간도 언젠가는 기억속에서 가물가물하겠죠? ㅎㅎ
청풍  2010-05-06 17: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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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지만 슬픈 글이네요 ㅡ.ㅡ

아무래도 그 선배는 원피스때문에 화가 난 듯...

남자가 직접 옷을 선물한 거라면.. 입어주길 바랬을텐데...

다른 여자분이 입고 있는걸 보면 실망이 컸을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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