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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러 가면서- 밥짓고 불켜놓고
by semisook  2003-07-27 00:02 공감(0) 반대(0)
선우에서 만남을 갖는날이라면

만날 때 어떤 옷을 입을까, 화장을 어떻게 할까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언젠가 만나러 나가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비는 엄청내리는데

차한잔 마실 여유도 주지않고

몇분만에 일어서는 상대방을 만나고,

터덜터덜 걸어서 빈 원룸에 혼자 불켜고 들어와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자기도 선본 남자가 밥 안사줘서

지금 집에와서

아버지랑 같이 콩나물에 고추장 팍팍 넣고 밥비벼서

부녀끼리 먹는 중이란다

아버지랑 밥먹으면서 선본남자 욕하는 중이라고...

나는 같이 밥비벼 먹을 가족도 멀리 있고, 난 혼자인데

나도 오늘 밥은 커녕 차도 제대로 못마시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시골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청승맞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론,

선우 만남을 가면서

빈 원룸에 혼자 불켜고 들어오는 기분이 싫어서

불을 환하게 켜놓고 나간다

그리고, 밥도 잔뜩 지어놓고 잔치날처럼 반찬도 잔뜩해놓고

그러곤 화장하고 나간다



아~

오늘 선우 만남 있는 날

밥짓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너무 우울하고 슬프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만나고나서...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다행이다, 오늘 비는 안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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