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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이야기가 나와서...[28]
by 여행하는 나무 (대한민국/여)  2010-09-06 19:41 공감(0) 반대(0)
몇년전 친하게 지내던 남자 후배가 소개팅을 제안했습니다.

" 누나. 저랑 친한 형이 있는데 아주 진국이에요. 만나보실래요? "
" 그래? 뭐하시는 분이데? "
" 어..성우에요. (오~~~ 눈 반짝) 그런데..."
" 응? 그런데? "
" 성우들이 원래 목을 쓰는 직업이라 말을 많이 안해요. 저랑 있을때도 말을 거의 안하거든요.
누나가 말 재미있게 잘 하니까 잘 맞을것 같아요 "

뭐...제가 말은 좀 재미있게 잘합니다. ㅎㅎㅎ

후배 칭찬에 으쓱해하며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갔습니다. 먼 곳에서 보이는 그 성우분.

오~~~ 키도 크고 부드러운 인상에 완전 호남입니다.

" 안녕하세요. @@@ 입니다 "

목소리는 볼륨이 작았지만 뱃속에서 부터 울려퍼지는 목소리....멋집니다.

" 네..안녕하세요..나무 입니다..."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스파게티를 모두 먹어가는데도 한마디도 안하십니다.

후배에게 이미 들은 경고(?)가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대화를 이끌어 갑니다.

중간 중간 상대분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자(사실은 목소리가 듣고 싶어) 살짝 살짝 질문도 던졌습니다.

" 저는 x-file의 멀더 역 하신 이규하님 팬이에요. 혹시 친하세요? "
" 네."

"......................
아...그러시군요. 나중에 싸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호호호 (식은땀 나기 시작함) "

" 네..."

".................................."

자꾸 옆에 펭귄이 와서 놀다가는지 찬바람만 휘잉~ 붑니다.

3시간의 만남동안 그분이 말씀하신 것은 유일하게 '네'

아 맞다. 혈액형 질문에 '트리플 A형입니다'라는 긴 문장을 말씀하신적은 있네요.

그 말한마디에 신이 나서 더욱 힘을 내 열심히 떠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생각나지 않고

제 목이 쉬어버려 도저히 앉아있을수가 없었습니다.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배도 고프고

혀는 꼬이고....피곤도 하여 집에 가자며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분 집이 저와 정반대인데도 택시로 집앞까지 데려다주시고는 같이 내리십니다.

집앞까지 데려다주시겠다는 걸 공손히 거절하는데 하필 비까지 옵니다.

그분이 가져오신 우산을 함께 쓰며 어쩔수 없이 집 앞까지 왔는데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저는 나무씨와 계속 만나고 싶은데 연락 드려도 될까요? "

투두둑 비소리가 울려퍼지는 조용한 우산속. 그 안에서 들은 그분 목소리에 홀려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 그럼요. 저도 연락드릴께요 "

쉰 목을 달래주기 위해 날계란을 쪽쪽 빨아먹으며 생각했습니다.

' 고생한 보람이 있네...'

하지만..그 뒤 세번의 만남 동안 제 목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대화도 주고받아야 재미가 있는건데...이건 뭐....심지어 후배가 도와주겠다며 커플 데이트를 해도 요지부동.

오죽하면 소개해준 후배가 이러더군요

" 와..형 진짜 말 너무 안한다. 말좀 해요 말! "

그렇게 그분과의 만남은 끝이 났고...

요즘도 가끔 더빙된 외화에서 들려오는 그분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 어떻게 저렇게 명랑한 목소리를 낼수 있는 걸까? 진짜 신기하다...'

여자에게 울림있는 남자의 목소리는 확실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그 목소리도 들을수 있어야 매력이 되거나 말거나 하겠죠?

저는 이제 목소리 좋은 분보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분이 더 좋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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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과객  2010-09-06 19: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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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멀더 싸인은 받으셨나요^^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19: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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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받았습니다...ㅠ.ㅠ
STRENGTH  2010-09-06 1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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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배에서 깊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약간 울리는 공간에서 제가 이야기하면 가끔 사람들이
소리가 너무 울려서 머리 아프데요~ㅎ
둥둥  2010-09-06 19: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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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요~데이트 할 때 말없는분 너무 지쳐요...
저도 말이 좀 많은 편인데 상대가 말이 없으면 제가 두배로 말하게 되니깐 힘들어서 못만나겠음.
지나가는 과객  2010-09-06 19: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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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릿! 여행하는 나무님께 멀더 싸인 퀵으로..."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19: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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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멀더를 보내주세요...ㅎㅎㅎㅎ
STRENGTH  2010-09-06 19: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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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원츄~!
 2010-09-06 19: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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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데이트할 때 빵빵 터트려주는데..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20: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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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님 피부관리도 잘하시고 여친 피부도 챙겨주시고 데이트때 재미있게도 해주시고...존경합니다. @.@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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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님 저번 댓글에
"이제 여행 그만하시고 비옥한 토지에 자리잡고 비바람 맞아줄 듬직한 남동산에 안착하셔야 할 텐데.. "이렇게 써주셨잖아요?
아무래도 '여행하는 나무'라는 닉네임이 좀 꺼림직해 바꿀까 하는데 추천해주시고 싶은 닉네임 없으세요?
(쏠로인걸 닉네임에 탓하는 못난 나무...)
추천  2010-09-06 2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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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20: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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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괜찮네요 ~ ^^
낭자  2010-09-06 21: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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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말이 너무 없으면 저는 힘들던데..ㅋㅋㅋ
쉰목소리포비  2010-09-06 2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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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성대에 에코장치라도 해놓아야 하나....
쩝...
^^
Johnny  2010-09-06 21: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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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동안 두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선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지요. 그런데, 정말 딴 맘 없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도 참 좋겠단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것도 나이들고선 이성과의 대화는 쉽지 않더군요. 다행히 상대방도 밝은 성격에 저처럼 대화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면... ToT
STRENGTH  2010-09-06 2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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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는 나무?ㅋ
음...
오렌지 나무..(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소설 너무 좋아 했어요..)
행복을 찾는 나무..
 2010-09-06 21: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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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에는 워낙 뛰어나고 수준 높으신 분들이 많아서.. 저 정도는 그냥 평범이거나 평범 이하죠;;
원래 더 잘하시는 분들이 말을 아끼셔서 드러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오늘 남자분들께 '평소 자기관리하는 법'에 대해 글을 쓰려고 준비중이었는데..
마침 어떤분께서 글을 쓰셔서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나무님 댓글을 나중에 읽었네요. ㅎㅎ;;
'나무님께서 얼른 비바람에서 보호해줄 男동산을 찾으셔야 할 텐데..'라는 제 댓글 때문에 애꿎은 닉넴을..; ㅠ
제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추천을 드린다면..
메론나무, 레몬나무가 상큼한 느낌이 들어서 좋을 것 같고, 나무의 요정은 귀여운 느낌이 나고.. 나무의 여신은.. 좀?!
둘이 되고픈 나무, 행복한 나무, 사랑하고픈 나무, 사랑스러운 나무 등등이 어떨까요? ^^;
뿌리 깊은 나무도 참 좋네요. ㅎㅎ(그런데 혹시나 결정사에 뿌리 깊으실까 살짝 반대 한표 드립니다. ㅠ
STRENGTH  2010-09-06 21: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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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나무..내게 가는 나무..
열매 있는 나무..기대 고픈 나무..
바다 위의 나무..별을 따는 나무..
사랑스런 나무..보고픈 나무..
친구 하고픈 나무..친구가 되어주는 나무..
휴...
탄이  2010-09-06 2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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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재미있게 잘 쓰시는것 같아요^^....
"날계란을 쪽쪽" 요 부분에서 빵 터졌네요...ㅎㅎ
나이가 들수록 서로 편하고 재미있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많이 끌리는것 같네요..
나무님은 정말 큰 매력을 가지신듯...
조잡한포비  2010-09-06 21: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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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 추천 닉은...
일단나무렴....
음...
죄송합니다....
^^
STRENGTH  2010-09-06 2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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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비형님^^
빵~!터짐ㅋㅋ
돌돌  2010-09-06 21: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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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정말 오늘도 즐거운 게시판이네요. 포비님 짱~!
왠지 별을 따는 나무가 어감이 좋고 이쁘네요.
작은불꽃  2010-09-06 21: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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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나무렴 ㅋㅋ
나무님 글 넘 재밌어요^^
성우분이랑도 소개팅을 다해보시구, 신선한데요.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22: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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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봤을땐 몰랐는데 입으로 발음을 해보니 '일단나무렴' ㅎㅎㅎㅎㅎㅎㅎ 완전 빵 터졌습니다. ^O^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생각도 안해본건 아닌데 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여기 뿌리 밖을까봐 ;;;; (추천님 죄송합니다..)
진님과 스트렝스 님 두분이 함께 제안해 주신 '사랑스런 나무'로 바꿀까봐요. 감사합니다~~~ ^^
삐진포비  2010-09-06 22: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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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난 밀렸구나...
ㅠ.ㅠ
쩝...
^^
여행하는 나무  2010-09-06 2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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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랑 포비님~ 저도 포비님처럼 인연 만나 결혼날짜 잡으면 그때 '일단나무렴'으로 바꾸겠습니다. ㅋㅋ
사랑스런 나무  2010-09-06 22: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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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벌써 버릇이 됐나보네요. 자꾸 예전 닉네임을...ㅠ.ㅠ
사랑스런 나무 사랑스런 나무...근데 좀 닭살이당...;;
유치한포비  2010-09-06 22: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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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나무렴이 싫으시다면...
조건없는 사랑을 준다는 의미에서...
조건나무 어떠신지요?
에공.. 죄송합니다...
그냥 장난기가 발동해서...
사랑스런 나무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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