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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네글자, '잘 지내죠' - 그 남자, 그 여자 中 -
by 이상용 (대한민국/남)  2004-05-02 23:27 공감(0) 반대(0)
딱 네 글자, ‘잘 지내죠?’
그 남자
휴대전화를 열어서
조심조심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냅니다
‘잘 지내죠?’

메시지를 보내려고 결심한 지
십 분이 지나서야 겨우 완성한 말입니다
딱 네글자
‘ 잘 지 내 죠?’

한참이 지나서야 도악한 답 메시지
“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죠?”
그리고 웃고 있는 이모트콘 하나

그 눈웃음 하나에 나는 요기 백배
그녀에게 감히 전화를 걸어 봅니다

“잘 지내시죠? 별일 없구요?
아… 예에.. 별일 없었구나.. 예.. 뭐.. 저도 잘 지냈어요…
예.. 그럼 예.. 잘 지내세요.. 예.. 예…”

전호를 끊고나면
난 무슨 대단한 고백이라도 한 사람처럼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있습니다
거기다 거울을 보면 꼭 한 시간 동안 물구나무선 사람처럼
얼굴엔 피가 다 몰려 있죠

밀려드는 약간의 허탈함을 뒤로하고
난 일단 이 터질 듯한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에서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 내일은, 내일은 밥 먹었냐는 말도 꼭 해봐야지.’

아우, 얼굴이 왜 이렇게 터질 것 같지?

그 여자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게는
옷을 말하는 단어가 단 하나밖에 없다죠
바지도 티셔츠도 외투도 속옷도 양말까지도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단어로 부른대요

문득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생각해 보니까
어쩜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보고 싶던 마음과 반가움

연락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던 미안함

너무 오랜만이라는 원망

또 어떻게 지냈는지
햇볕 드는 버스 정류장엔
벌써 벚꽃이 피어난 걸 아는지…
우린 그 모든 마음을 이 한마디로 표현하니까요

‘잘 지내죠?’

아직은 단어가 가난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두 사람

하지만 자주 만날수록, 자주 통화할수록
단어의 수는 점점 늘어나겠죠?
언젠가는
보고 싶단 말도
지금 당장 만나자는 말도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우리 세상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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