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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본 어느 날..
by 이공주 (대한민국/여)  2004-04-10 09:28 공감(0) 반대(0)
그저깨 울산에서 부산가던 길이었어요.
부산 터미널에 주차 후 연습실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작은 키에 하얀 백발을 다 헤어진 스카프로 감추고, 당신 몸무게보다 더 나갈만한 가방에 비가 들어갈새라 비닐로 덮으신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몸빼바지 역시 비닐로 감싸고 큰 우산을 든 채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되지만 너무나 남루한 행색으로 노숙자나 방랑자인듯 했습니다.
할머니가 버스를 타려 하셨는데 기사 아저씬 무조건 내리라고 하시더군요.
할머니께서 말없이 동전을 넣으려 하자 손으로 막으며 당장 내리라고 투덜대셨습니다.
할머닌..
그냥 묵묵히 내리셨고 하염없이 다음 버스를 기다리셨습니다.
순간... 가슴 저 밑에서 끓어오르는 동정과 버스기사아저씨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동시에 그 할머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우리네 과거와 현재 미래였습니다.
제가 타고갈 버스가 도착하자 그냥 갈 수 없어 할머니께 만원을 쥐어드리려했는데 할머닌 괜찮다며 안 받으려 하셨어요.
억지로 쥐어드리고 버스에 타려던 찰나에..
그만 버스를 놓쳤버렸는데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할머니께 댁을 여쭤봤더니 그냥 버스 타고 가면 된다셨습니다.
할머닌 이빨이 윗니 하나 뿐이라 발음이 많이 세셨습니다.
그러다 버스가 왔습니다.
할머닌 동전을 넣고 자리에 앉으셨는데 동전이 모자랐는지 기사아저씨가 한마디 하시려다 그냥 출발하셨습니다.
삶의 회의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제 그 일로 제 삶의 목표가 무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고 지금은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깊이 생각중이랍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순간 전 중얼거렸습니다.
오래 사시라곤 바라지 않았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저깨 제가 본 할머니의 모습이 우리네 미래의 모습이 되지 않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화창한 봄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오늘이 슬픈 이유가 제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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