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K씨는 지난 며칠 동안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다고 한다. 두 달 간 만나면서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 남자가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차로 왕복 4시간 되는 거리를 주말마다 왔거든요. 그런 정성에 감동했고,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얘기가 잘 통했어요.”
그랬던 사람이 며칠 연락이 안 되더니 느닷없이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라는 문자 하나 보내놓고 끝이란다.
그녀로서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유라도 알면 좋겠어요. 그동안 열 번 넘게 만났던 것을 생각해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답답한 그녀는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서? 연애 경험이 적어서? 서로 너무 멀리 있어서? 그런 게 문제였다면 지금까지는 왜 만난 걸까?
그녀에게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말라고 했다. 남녀관계는 개인적이고, 상대적이다.
이 남자와 이별한 이유가 다른 남자에게도 해당하는 보편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녀의 내성적인 성격을 그 남자는 답답해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남자는 또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이미 헤어진 마당에 굳이 그 이유를 알아서 어디에 쓰려고? 기분만 나쁠 뿐이다.
“정말 오랜만에 좋은 사람 만났다 했거든요.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 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녀의 한마디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남자에게서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었다.
“○○씨,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는 게 아니예요.”
“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누굴 만나요?”
“○○씨가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냥 남자이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예요. 서로 알아가면서 좋아하게 되는 거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면 힘들어지고 잘 안 된다. 서로 비어있는 마음으로 만나서 조금씩 존재의 비중을 채워가는 것인데, 처음부터 마음을 채우는 상대를 만나려고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고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감정 아닌가. 그 사람의 내면을 모르고 분위기나 스타일, 외모에 혹해서 마음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좋은 상황은 상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면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지고, 그렇게 가까워지게 된다.
혹 긴가민가하거나 아무 느낌이 안 든다고 해도 정(正)자를 만들 때까지 5번만 만나보라.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건 바른(正) 선택을 할 수 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닷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