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은 인생을 황폐하게 만드는 불씨13년 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다른 건 몰라도 이혼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확실하게 보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혼 전 숙려기간 설정을 추진 중인 정부의 방침에 찬성한다. 몇 년전 일이다. 당시 마흔 다섯의 K모씨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성격차로 이혼한 부인이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리자 극도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돌보지 않아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후 K모 씨는 알콜중독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했고, 아직도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나라꼴이 엉망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가정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불꺼진 집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듯 가족관계가 냉랭해지면 열심히 일해야 할 의미를 잃게 된다.
나의 아내는 부도로 거의 빈털터리가 된 나와 결혼했고, 그 후에도 몇 번의 부도로 힘들어하는 내 곁에서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순한 양이던 아내는 무서운 호랑이로 변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엄처시하' 신세(?)를 견딜 수 있는 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온 끈끈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7, 80명 직원과 함께 일하다 보면 '가화만사성'이란 흔한 말이 참으로 명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접시를 몇 개 깼음직한 얼굴로 출근한 직원은 근무 태도에서 표가 난다. 비단 결혼정보회사가 아니더라도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경영자일 것이다.
얼마 전 우리 회사의 웹팀에서 일할 경력자 한명을 뽑는데, 100명 가까운 응시자들이 몰렸다. 이렇게 창창한 젊은이들이 곧 쓰레기통에 던져질 이력서를 들고 거리를 헤매는가 싶어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당당하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스물 다섯의 이혼녀였다. 그녀는 잘못된 결혼에서 해방된 자유로움과 함께 자신 앞에 새롭게 펼쳐질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영화 <맨인블랙>을 보면 맞으면 기억이 지워지는 광선총이 나온다. 난 이 땅의 수많은 이혼자들이 마치 이런 광선총을 기대하며 이혼서류에 '꽝' 하고 도장을 찍는게 아닌지 걱정된다. 배우자와 깨끗하게 관계를 끝내고, 자유롭게 연애를 하다가 원하는 때 재혼한다. 많은 이혼자들이 이 비슷한 시 나리오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지금 우리의 가정은 결혼한 10쌍 중 5쌍이 이혼하고, 3쌍은 남남이나 다름없고, 나머지 2쌍만이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산다고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이혼자의 80%가 이혼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준비된 결혼만이 이혼을 줄일 수 있으며, 그래서 가정과 사회가 연계하여 가정과 부부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심을 먹고 회사에 들어서는데, 10대에 막 들어선 아들녀석 때문에 속상하다느니,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 놓는 남편이 어떻고, 하는 아줌마 여사원들의 얘기가 들린다. 미우나 고우나, 가족들이야말로 격무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투정마저 정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