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싫다'5년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 1대 1 미팅을 주선할 때마다 제일 화나고 서글펐던 것도 바로 이 지역감정 문제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를 않는다. 키가 작다거나 못생겼다거나 학벌이 낮다거나 직장이 별 볼일 없다거나 장남이라거나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따지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위해 이것저것 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감정에 대해서는 타당한 명분 없이 '무조건 싫다'이니 도대체 대책이 없을 수 밖에. 이대로 간다면 정말 나라가 갈라지거나 한반도 안에 새로이 한 국가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할 때, 전라도 출신들은 특히 지역감정에 의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전라도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나 단지 전라도가 본적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부모들이 반대하지만 젊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1996년쯤이었던 것 같다. 현재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대표인 이웅진이 쓴 책 '나는 플레이보이가 좋다' (도솔)는 책에서 이 대목을 읽었을 때, 기자는 충격을 받았다. 당시 세상 물정에 까막눈이었던 기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최근 이웅진(35)이 '책상 하나, 전화기 두 대, 눈물 세방울'(도서출판 글로리아, 2001)이란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그를 만나 보기로 했다.
이웅진은 96년 이후에도 화려한 더블을 꿈꾸는 '세상의 모든 싱글들에게'(백송, 1997), '화려한 싱글은 없다.' (시공사, 1998), 「결혼한 여자, 이혼한 여자 그리고 결혼할 여자』(열음사,1999) 등을 펴내 매권 2만 부 이상씩 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1991년에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창립한 지 10년 만인 2001년 3월말 현재 2천7백50명(1천3백75쌍)을 결혼시켜 결혼정보회사 업계 내에서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원 수만도 70명으로 부산·대전·대구·광주에 지사를 두고 있다. 현재 약 7천명 정도의 회원을 관리하고 있는데, 제 짝을 찾지 못하고 회원 자격이 끝난 1만명까지 합한다면 그 동안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거쳐간 남녀는 2만 명을 헤아린다.
이 정도면 한국의 결혼시장에 관한 한 그에게 제1의 전문가 자리를 내줘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대강의 자료조사를 마치고 기자는 결혼정보회사 선우에서 운영하는 미팅카페 엘리피아에서 이웅진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카페는 아늑했으며 그는 겸손함이 몸에 완전히 밴 듯한 사람이었다.
지역차별과 행복추구권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결혼시장에서 지역을 따지는 문화에는 변화가 있었는지요?
-똑같습니다.
사람들이 왜 지역을 따지며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결혼이란 환경과 환경의 만남인데, 각 지역 내에서 공유되는 문화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좀 더 친근감을 느끼는 동향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봅니다. 물론 과거의 안 좋은 유산이 영향을 미치는 점도 있겠지만, 결혼은 한 사회의 모든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수용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려는 입장인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개인의 입장에서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따른 선택이라고 봅니다.
어, 기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다. "가지고 있어도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니 오히려 행복해지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지역감정"이니 "제발 우리, 결혼문화에서부터 지역감정을 타파하자"고 주장했던 그가 아닌가! 더군다나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기획하여 1998년 1월 25일과 26일에 첫번째 역사적 만남을 가졌던 영호남 선남선녀들의 설날 귀향길 카풀 미팅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역주의에 대한 조소였다"고 밝힌 그가 아닌가? 혼자 힘으로, 그리고 이벤트 행사로 4)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행사의 실패를 승인했던 것처럼, 그는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결혼시장의 지역차별 문제를 이해하기로 한 것인가?
지역을 따져서 결혼하는 것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글쎄요, 그런 문제는 있겠죠. 과거부터 죽 한 지역에 파워가 밀집돼 있었다는......
결혼시장의 지역주의그의 대답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런 질문을 받고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그는 사업가가 아닌가! 자칫 잘못하면 오는 손님 내쫒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결혼시장의 전문가인 그에게서 기자는 뭔가 답을 찾기로 작정했다. 그가 아니라면 누가 결혼시장의 실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말해 줄 수 있겠는가? 다행히 그는 대단히 솔직한 사람이었다.
여성과 남성 중 어느 쪽이 더 지역을 따지며 결혼을 하나요?
글쎄요. 그건 한 번도 조사해 본 적이 없는데, 좋은 아이템인 것 같네요. 그것도 앞으로 조사해 봐야 겠네요.
그가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는다. 참고로 이웅진 사장은 1998년 9월, 사내에 한국결혼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결혼문화에 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4명의 전문가를 연구소에 배치할 정도로 이 사업에 열성이다. 한국 결혼문화연구소에서 이뤄지는 모든 조사결과는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홈페이지(
www.sunoo.com)를 통해 발표되는데, 정말 귀중한 자료들이 많아 스포츠지나 일간지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 외에도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홈페이지는 2000년에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한 관혼상제 분야 최고의 홈페이지로 선정될 정도로 탄탄한 콘텐츠가 많으니 관심 있는 독자분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어느 지역 사람들이 지역을 가장 많이 따지나요?
-아무래도 영남 사람들이 호남 사람들과 결혼하는 것을 싫어하죠. 호남 사람들의 경우는 특별히 그런 현상은 없습니다."
초혼과 재혼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점은 없는지요?
-초혼을 하는 사람들이 재혼보다 많이 따집니다. 재혼에서는 거의 따지는 사람들이 없죠. 살아보니까 지역의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더라는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세대별로는 어떤가요?
-신세대들은 비교적 지역을 따지지 않습니다. 30대 이상에서는 나는 지역을 따지지 않는데 부모님이 싫어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부모님 연령층에서는 나타나는 현상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죠.
결혼정보회사 선우에서 2000년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미혼남녀 1천3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결혼을 전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그 상대가 기피 고향 출신이라면 결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영남 사람의 60.3%, 호남 사람의 65.0%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신세대의 64.5%, 결혼적령기에 있는 사람의 57.0%, 노처녀 · 노총각의 55.2%가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
결혼할 의향이 있는 이유로는 사랑과 사람 자체가 중요하다. 지역감정은 구 시대적 발상이며 편견이다. 특별히 지역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순이었다. 결혼할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부모님과 친척들이 반대한다.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맞추기 힘들다, 과거 경험에 기초한 고정관념 때문이다는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
이혼 없는 결혼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쯤에서 2000년 5월에 결혼정보회사 선우에서 마련한 '명문가 회원제'를 시작으로 일기 시작한 회원들의 '귀족화 논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석인데, 이것은 이웅진 사장이 10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경험상으로 결론 내린 결혼시장의 '환경결정론'을 좀 더 꼼꼼히 이해해야 오해가 덜 할 것이기에 한정된 지면 관계상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겠다. 다만 한 가지 그의 환경결정론'의 결과 지금까지 결혼한 2천7백50명(1천3백75쌍) 중 2001년 3월 말 현재 이혼한 사람은 8명(4쌍)에 불과한 결과를 냈다. 이는 2000년에 36만2천여 쌍이 결혼하고 11만 8천여 쌍이 이혼하여 3쌍이 결혼할 동안 1쌍이 헤어진 점"에 비추어보면 놀라운 결과다.
이 일을 해 오시면서 느낀 결혼 풍속도의 가장 커다란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 나요?
한마디로 여성상위시대의 도래라고 봅니다. 물론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변해 온 것이기는 하지만, 여성회원들의 신청이 더 많은 것, 데이트시의 더치페이 문화, 결혼 비용 분담, 맞벌이 부부의 증가, 여성의 프로포즈 비율 상승, 여성의 이혼 제안 비율 증가 등이 그 사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말하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와 결혼시장에서의 동향은 어떤 공통점이 있고 어떤 점이 다른가요?
공통점은 그 곳이나 이 곳 모두 여성이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이 곳에서 느끼는 변화는 점진적인 것인데 비해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급진적인 변화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갖고 있는 비전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 주시죠?
5년 후 우리 나라 결혼의 20%를 책임지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한국의 20%의 사람들이 우리 회사와 관련을 맺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정보들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를 만든 것도 그 일환입니다.
그는 이 꿈을 위해 올해 성균대학교의 신입생이 되었다. 앞으로 사회학을 전공할 거라는데, 궁극적 꿈은 커플매니저를 양성하는 정규학과를 대학 내에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커플매니저는 이웅진 사장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육성한, 회원관리 전문 인력이다. 회원접수에서부터 상담, 결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핵심 인력인 것이다. 2000년의 경우 10명의 커플매니저를 뽑는데 지원자가 1천 명이 넘어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 결혼문화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죠?
이혼 없는 결혼문화를 꿈꿉니다. 처음부터 좋은 만남으로 출발하여 그 만남 이 끝까지 지속되는 그런 결혼문화를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