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방 사장등 다양한 이력 성혼율 국내 1위 회사 견인누구나 결혼은 한다. 그래서 그 '누구나'를 모두 고객으로 삼겠다는 야심 만만한 남자가 있었다. 그렇게 이웅진 대표(38)는 1991년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11일로 결혼 성공 커플이 5400명 (2700쌍)이 됐다면서 "게다가 결혼 성공률은 22.6%로 국내 1위라는 점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공정 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며 통계의 정확성을 강조한다.
기업형 결혼정보사가 등장하면서 상대방의 재력이나 능력, 배경 등 '조건' 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비정함이 만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부인한다.
"'좋은 만남'이야말로 이혼율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척도다. 비슷한 사고 방식과 교양 수준을 지닌 남녀라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 결혼생활의 갈등 요인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본인과 부모의 교육 수준, 교우관계 등 환경적인 배경과 조건을 자료 삼아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혼을 통한 신분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경험 법칙.
이 대표는 98년 부설 연구기관인 한국결혼문화연구소를 열기도 했다. 인륜지대사로 첫 손꼽히는 결혼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의 이혼과 재혼.
“이혼 급증의 제일 큰 원인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배우자 선택을 제대로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교 가치관의 영향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남녀관계나 성을 교육하지 못한 것이다." 13년간이나 '결혼'이라는 화두를 잡고 있는 그이지만, 결혼의 정답은 모른다.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테마는 그에게도 영원한 수수께끼다.
"다만 모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진실이 모든 관계의 기본이 돼야 하지만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 상대와 한층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사소한 과장, 작은 거짓말도 때론 필요하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옳다."
이 대표는 최근 10년간 가장 바람직한 결혼문화 변화로 '거품이 빠진 결혼비용'을 지목한다. 혼수 비중이 준 대신 주택 마련을 위한 여성의 비용 분 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과 재혼을 원하는 숱한 남녀들을 겪으면서 얻은 어떤 깨달음 때문인지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커플매니저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과 결혼,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생겼다고나 할까.
잘나가는 젊은 사업가로 수많은 여성 회원들의 '유혹'을 뿌리친 이 대표는 5년간 알아온 동갑내기 평범한 여성과 94년에 결혼했다. “결혼할 당시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고 실제로 몇 달 뒤 8000여만원의 부도를 냈다. 지나고 보니 가장 어려울 때 함께 있어준 아내가 진짜 내 짝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지더라."
가난이 싫어 어린 나이에 만화방을 차려 독립, 검정고시학원을 다니며 서울 종로 일대에서 화장지 외판사업을 했던 그는 이제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선우장학회를 설립,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 FBI의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재미 동포 로버트 김 후원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후원회는 27일 발대한다.
끝없는 선택의 기로와 고해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가치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는 18일 미국 뉴욕에서 전문직 동포 남성들과 한국 여성들의 단체 미팅을 주관한다. 내년에는 현지에 미국인 남녀의 결혼을 알선하는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의 국가대표급 '뚜쟁이'가 세계인의 '월하 빙인'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