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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이웅진의 결혼이야기

[이웅진의 결혼] 30년 동안 이혼을 고민한 남자, 그의 마지막 선택은?

by Couple.netHits : 0 | 2026.08.26
 
30년 동안 이혼을 고민한 남자, 그의 마지막 선택은?

어쩌다 보니 인간사 생애 주기를 관찰하는 자리에 서 있다.

30년 동안 이혼 결심을 수백 번 하고, 실행도 여러 번 시도하다가, 마침내 체념하고 현재의 가정에 충실하게 된 남자의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최근 그와 통화가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첫마디를 이렇게 했다.

“어떻게, 이혼하셨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냥 지금 부인이랑 잘 살려고요.”

상전벽해다.

이 남자는 90년대 중반 내가 결혼시킨 회원이다.

인연이 있어 몇 년 단위로 통화를 했다.

통화의 주제는 늘 같았다.

이혼.

결혼 2~3년 만에 시작된 이혼 이야기

처음 통화한 것은 결혼 후 2~3년쯤 지났을 때였다.

“대표님, 집사람하고 생활습관이 안 맞아요.”

그의 불만은 이어졌다.

“저는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데, 집사람은 너무 털털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청소가 안 되어 있어 지저분합니다.”

쌓인 게 적지 않았던가 보다.

“좀 짜증을 내면 남자가 너무 예민하다고 오히려 화를 냅니다.”

그는 하수구 냄새 이야기도 했다.

“집에만 들어오면 하수구 냄새가 나는 거예요.”

그의 생각에는 싱크대 문제였다.

아내는 아무 냄새도 안 난다고 했다.

몇 번 티격태격하다가 아내가 미국 친지 방문으로 며칠 집을 비운 사이, 그는 싱크대를 바꿔버렸다고 했다.

그때 나는 결혼 보수주의자였다.

“결혼한 지 2~3년인데 벌써 사네, 안 사네 하는 건 너무 성급합니다. 아이도 있는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살다 보니 문제는 생깁니다.”

그렇게 한 번 마무리되었다.

아이 둘이 생겨도 끝나지 않았던 고민

조금 시간이 지나 그에게 또 연락이 왔다.

“너무 힘듭니다. 대화가 안 됩니다. 10분 이상 대화하면 언성이 높아집니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나는 남자로서 뭔가 스케일 있게 살고 싶은데, 집사람은 가정에 충실하라고 합니다.”

그 사이 아이는 둘이 되었다.

나는 또 말했다.

“아이들이 둘이나 있으니 애들 봐서라도 시간을 좀 더 가져보세요.”

시간이 흘러 그가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다시 연락이 왔다.

“대표님, 집사람이랑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대화도 없고, 공통의 취미도 없고, 모든 게 식상합니다.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합니다.”

그때 나는 조금 더 현실적인 충고를 했다.

재산을 물었다.
헤어졌을 때 각자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말했다.

“둘 다 전세 정도는 살 수 있겠죠.”

아이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자기가 양육 부담한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된 다음에 결행하십시오.”

그 말은 이혼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혼 준비를 하라는 말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제는 내 자신의 혁명을 하고 싶습니다”

5년 전쯤, 그가 다시 말했다.

“이제는 정말 하겠습니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나는 너무 외롭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미 가족 안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전업주부인 아내와 아이들이 하나의 그룹이 되었고, 남자는 바깥사람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이제는 내 자신의 혁명을 하고 싶습니다.”

이혼을 ‘혁명’이라고까지 말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헤어진 뒤 잠깐 싱글로 있는 것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누군가를 만나도 조금 지나면 같은 문제, 같은 상황, 같은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 아내와는 그래도 몇십 년을 맞춰왔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전화기 너머의 그는 침묵한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그다음에는 갈등이 오고, 다시 이혼을 고민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때 당신 나이는 몇 살이겠습니까.”

그는 그래도 결행할 듯했다.

나는 그가 이혼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30년의 고민 끝에 남은 것은 ‘정’이었다

사람은 결국 세월 속에서 힘이 빠진다.

20대, 30대의 혈기.
중년의 열정.

그 과정을 지나면 더 이상 딴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한다.

비로소 ‘사랑’이라는 말보다
‘그놈의 정 때문에’라는 말이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이 세상 대부분의 가정이 완성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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