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안 했는데 재혼이라니…점점 늘어나는 ‘애매한 미혼’
이혼이 많은 시대다. 사랑해서 결혼해도 불안한 시대가 됐다.
“대표님. 우리 아들은 억울해요. 결혼식 하고 그날 문제가 생겨서 신혼여행도 가지 않고 바로 헤어졌어요.”
통화하는 어머니의 어쩔 수 없어 하는 목소리가 전해 온다.
한국에서는 초혼과 재혼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이 어머니는 소중하게 키운 아들이 '재혼'으로 분류되는 것이 너무 억울한 것이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 때문에 결혼 현장에서는 '사실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얼마 전에도 한 남성이 회원으로 가입하려다가 커플매니저에게 하소연했다.
“내가 왜 재혼으로 분류되어야 하나요? 서류상으로 깨끗한데요. 몇 달 같이 산 것 가지고 왜 재혼으로 취급합니까?”
그 남성 역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도 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헤어졌다. 본인은 계속 이런 상황을 억울해했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법률혼'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식을 한 그 시간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정서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
문제는 다음 사람을 만날 때다. 한국처럼 초혼과 재혼의 구분에 민감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입 때도, 소개를 할 때도, 질문은 반복된다.
“결혼한 적 있으세요?”
이런 사람들은 대답하고 싶어한다.
“혼인신고는 안 했으니 저는 미혼입니다.”
그러나 결혼정보회사에서는 결혼식을 하고 부부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면 재혼으로 분류한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초혼 상대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래도 당사자는 억울하다. 본인은 초혼으로 대접받고 싶은데 어느 순간 ‘재혼’이라는 분홍글씨가 이력에 찍힌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의 남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결혼식을 하면 곧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요즘은 다르다. 결혼식을 하고도 한동안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를 현장에서 자주 본다. 살아보고 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주택, 대출, 세금, 재산 문제 때문에 늦추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헤어지면 법적으로는 '미혼'이다. 하지만 결혼 현장에서는 완전한 미혼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혼했어도 지속적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함이 만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결혼 현장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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