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결혼을 잘한다는 것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성혼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그 다음이 더 중요해졌다. 누구와 결혼하느냐만큼 그 사람과 어떻게 오래 살아가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결혼생활도 길어졌다. 30세에 결혼해 80세까지 산다면 50년이다. 한 직장을 50년 다니기도 어려운데 한 사람과 50년을 함께 산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다.
“30년 결혼생활을 두 번 했어요.”
기억에 남는 80대 남성이 있다. 20대에 첫 결혼을 했다. 30년 정도 살다가 이혼했고, 이후 재혼해서 두 번째 부인과 또 30년 가까이 살고 있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30년 결혼생활을 두 번씩이나 하는 걸 보면 내가 오래 살긴 살았나 봐요.”
그러더니 이런 말을 했다.
“재혼을 안 했다면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혼자 살아야 했을 텐데, 생각하면 끔찍해요.”
그 말을 들으면서 100세 시대의 결혼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과거에는 인생 자체가 지금보다 짧았다.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고 나면 어느새 노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60대에 배우자와 헤어져도 앞으로 20년, 30년을 더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60대 재혼, 중년 배우자 찾기가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젊을 때 좋았던 배우자와 60대의 좋은 배우자는 다를 수 있다.
결혼생활이 길어지면서 사람도 변한다. 20대의 남편과 60대의 남편은 같은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이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직업이 달라지고, 경제력이 달라지고, 건강이 달라지고, 성격도 조금씩 달라진다. 자녀들이 독립하면 부부관계도 다시 달라진다.
35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많이 본 경우가 있다. 자녀들을 키울 때까지는 별문제 없이 살던 부부가 아이들이 집을 떠난 뒤 갑자기 어색해지는 것이다.
“애들 때문에 정신없이 살 때는 몰랐어요.”
“둘만 남으니까 할 말이 없어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라는 역할이 두 사람을 연결해줬는데 그 역할이 줄어들자 다시 남자와 여자 둘만 남은 것이다.
결혼생활이 길어졌다는 것은 부부가 한 번 결혼해서 평생 같은 관계로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과 여러 번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우자를 인생의 전부로 만들면 서로 힘들어진다
“대화가 끊어져도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젊을 때는 사랑하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다. 어디를 가는지 궁금하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고,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 하지만 30년, 40년을 함께 살아야 한다면 조금 달라진다. 각자의 친구도 필요하고, 각자의 취미도 필요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하면서도 떨어져 있을 때 불안하지 않은 관계.
나는 그것이 오래가는 부부에게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 “대화가 끊어져도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젊을 때의 뜨거운 사랑만으로 50년을 살기는 어렵다. 사랑이 생활이 되고, 생활 속에서 다시 사랑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와 여자다.
결혼생활이 길어지면서 또 하나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 배우자를 단지 가족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다. 남편을 아이 아빠로만 보고, 아내를 아이 엄마로만 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남자와 여자는 사라진다.
35년 동안 많은 부부를 보면서 느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이성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60대도 그렇고, 70대도 그렇고, 80대도 그렇다.
앞서 말한 80대 남성이 30년을 혼자 살았다면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사람에게는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기다리고, 그리워할 사람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의 결혼생활법은 무엇일까?
첫째, 완벽하게 맞는 배우자를 찾기보다 오래 맞춰갈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둘째, 배우자를 내 인생의 전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함께 살아도 각자의 세계가 있어야 오래 함께할 수 있다.
셋째, 나이가 들어도 서로를 남자와 여자로 바라봐야 한다. 부모와 가족이라는 역할 뒤에 배우자를 묻어버려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결혼을 잘하는 방법’을 많이 물었다. 앞으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그리고 그다음 질문이다.
“그 사람과 50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혼은 오래 사는 시대가 되면서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더 오래 배워야 하는 관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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