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녀 시대다. 이제 아들도 딸도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는 시대다.
그런데 한국의 결혼 문화에는 아직 오래된 관성이 하나 남아 있다. 남성이 결혼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하고, 특히 신혼집은 남성이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님. 키도 178cm이고, 건강하고 인상도 좋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도 나왔고 직장도 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가 결혼 자금 때문이죠?”
남성이 잠시 머뭇거렸다. 부모님 사업을 돕기도 했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다.
30대 후반. 결혼할 나이는 됐는데 정작 신혼집을 마련할 돈이 부족했다.
나는 말했다.
“그러면 저하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봅시다. 집이 있는 여성을 소개하겠습니다. 신혼생활을 그 여성 집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대신 하나는 포기해야 합니다. 나이 차이 욕심은 내려놓으세요. 동갑이나 한두 살 연상까지도 보시고요. 외모도 평범하면 됐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성격 좋고, 직장 안정되고, 본인 집이 준비돼 있는 여성을 만나보는 겁니다.”
남성이 물었다.
“그런 여성이 있어요?”
2주 전 한 여성의 부모님이 찾아왔다. 딸은 30대 후반이었다. 직장은 보통. 외모도 평범했다.
그런데 큰 장점이 하나 있었다. 부모님이 30평대 아파트를 딸에게 증여했다. 여성은 그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처음 상담에서는 부모님도 일반적인 조건을 말했다.
“나이 차이가 너무 안 났으면 좋겠고요. 직장은 안정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다른 제안을 했다.
“따님은 이미 집이 있잖아요. 그럼 오히려 집이 없는 대신 건강하고, 인상 좋고, 직장 안정되고, 성실한 남성을 찾으면 어떻습니까? 신혼집은 따님 집에서 시작하고요. 그러면 남성도 부담을 덜고, 따님도 훨씬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연락이 왔다.
“한번 그렇게 해보죠. 집은 우리 딸 집에서 살면 됩니다. 대신 남자가 건강하고, 키도 어느 정도 있고, 직장이 안정되고, 대학은 나와야 합니다.”
해당 연령대 남성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몇 명이 신청했다. 그들을 평창동 사무실로 불러 직접 한 명씩 면담했다.
첫 번째 남성은 여성 사진을 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외모는 포기 못하겠습니다.”
그는 빠졌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남성은 만나보겠다고 했다. 그중 한 남성과 여성의 만남이 이어졌다.
해피엔딩이다. 결혼식은 가족들만 모인 작은 스몰웨딩으로 마쳤다.
배우자 만남은 누가 더 많이 가져 왔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서로 없는 것을 서로 채워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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