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 동안 수많은 남녀의 만남과 결혼을 주선했다.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그중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슬픈 사연도 있다.
30대 중반 아들의 결혼을 위해 어머니가 대신 가입한 경우였다. 아들은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키는 175cm 정도.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젠틀한 인상이었고, 삼형제 중 막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범한 프로필이었다.
특별한 것은 집안이었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부모님은 서울 강남에 수백억원대 빌딩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재력이 상당했다.
어머니의 첫 번째 요구는 단순했다.
“현명하고 똑똑한 며느리를 봤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개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나온 여성들을 몇 명 소개했는데 어머니는 그때마다 거절했다.
“수고하셨는데 저희하고는 안 맞네요. 좀 더 신경 써서 찾아봐주세요.”
새로운 사람을 찾고, 소개하고, 다시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답답한 마음에 어느 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 말씀해주시면 그걸 참고해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어머니가 말했다.
“저는 아가씨 학벌이 SKY 정도는 됐으면 좋겠어요. 여대는 싫고요. 아니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괜찮고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희 재산은 삼형제에게 똑같이 나눠줄 생각이에요. 그러니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아가씨였으면 합니다.”
처음의 ‘현명하고 똑똑한 며느리’라는 말 속에는 성공한 부모가 일군 재산까지 잘 관리해줄 수 있는, 정말 똑똑하고 현명한 며느리를 원한다는 뜻이 들어 있었다.
나는 말했다.
“어머니, 집안 재력이 좋은 것은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원하는 며느리의 조건과 아드님의 현재 조건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두 사람이 만나야 시작이라도 할 수 있는데 여성 쪽을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오히려 내게 말했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 재산이 많은 것도 큰 조건 아닌가요? 부자 시부모가 1순위라고 하던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은 재산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머니를 설득하고, 여성들을 설득하고, 양쪽을 오가며 소개를 이어갔다. 거의 1년이 흘렀다. 미팅은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가끔 전화를 걸어 말했다.
“찾기 어려우면 그냥 그만하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어머니의 전화가 뚝 끊겼다. 처음 며칠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궁금해졌다. 정말 포기한 것은 아닌가 싶어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소개 이후 연락이 없으셔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들이 지난번 소개한 공무원 아가씨하고 만나고 있는 것 같아요. 당분간 좀 지켜볼게요.”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어느 날 회사 회계팀에서 연락이 왔다. 그 어머니가 결혼 성사에 대한 감사라며 큰돈을 입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했던 분들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오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날도 그랬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처연하다.
“며느리가 암에 걸렸고, 결국 세상을 떠났어요. 아이 하나 남겨 두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며느리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소개하고, 거절당하고, 다시 찾고, 양쪽을 설득해서 겨우 맺은 인연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도 인연이다. 하지만 그 인연과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는지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좋은 인연을 만났다면,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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