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조건이 앞선 결혼, 2년 뒤 다시 시작된 배우자 찾기
오늘 날 예단은 대부분 현금으로 주고받는다. 한국 결혼문화의 가장 큰 적폐다.
“대표님. 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지 모르겠어요.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터지네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좋은 사람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던 여성이다.
30대 초반. 부친이 꽤 규모 있는 사업을 하는 집안이었고, 본인도 영어 번역을 하는 전문직 여성이었다. 집안에서 뒷받침을 해주고 있어 남성이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지원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부과 의사와 맞선을 보게 됐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이 맞았고, 결혼 이야기가 오갔다. 남성 쪽도 부모님이 여유가 있는 집안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여성도 돈 문제로 무리한 요구를 할 집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했다고 했다.
“그 사람도 부모님이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 아들 믿고 무리한 요구는 안 하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더 호의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여자 돈 보고 결혼하는 집안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니었다. 여성이 한참 말을 멈추더니 한숨을 쉬었다.
“예단비로 12억을 요구하더라고요.”
“네? 12억이요? 남성분이 직접요?”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여성 부모님도 하나뿐인 딸이 결혼하는 데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성 어머니의 요구는 예상 밖이었다. 남성 아버지도 의사였고, 집안 형편도 나쁘지 않았다. 여성 쪽 부모는 당황했다.
“세상에 의사가 자기 혼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가 못난 것도 아니고….”
“그래도 서로 좋아하는데, 돈 때문에 뜯어말릴까요?”
어머니는 반대했다. 아버지는 딸이 정말 원한다면 요구한 액수를 맞춰줄 생각도 했다. 여성은 부모님 생각을 하면 속상했고,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었다.
결국 중매를 한 나한테 남성을 설득해달라고 했다. 예단비를 좀 깎아달라고 이야기해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도 기가 막혔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여성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돈이 오고 가는 결혼은 결국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서라도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남성을 따로 만나 여성을 정말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저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그 사람도 있지만, 집안 통해서 아는 사람까지 하면 셋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셋 다 싫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왕이면 저를 많이 밀어주는 여자한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사람한테 그런 제안을 했고요.”
“그럼 예단비 12억은 어머니 생각만은 아니었던 거네요?”
나는 설득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여성도 그 결혼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남성도 그 액수를 맞춰주지 않으면 다른 여성을 만날 생각이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성 쪽 요구를 맞춰줬는지, 예단비를 좀 깎았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양식 있는 사람들이니 결론이 잘 났나 보다 생각했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최근 그 여성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혼을 했다고 했다. 재혼 상대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과거의 실패를 경험삼아 진정성 있는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고 싶다고 했다. 재혼 이상형은 다시 의사다. 예단도 10억원 정도까지는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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