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전남 장흥으로 가는 ‘사랑의 버스’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버스 안에서 시작되는 싱글 남녀의 만남이다.
관광버스 한 대에 남성 20명, 여성 20명을 태운다. 여성은 창가 쪽에 앉고, 남성은 통로 안쪽에 앉았다.
서울에서 장흥의 식당까지 가는 1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남성들이 5분씩 자리를 옮기며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식당에서 남자 5명, 여자 5명씩 테이블에 앉았다. 약 20분에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다시 남성들이 그룹으로 테이블을 이동한다. 그렇게 하면 하루 동안 20명 전원을 두 번에 걸쳐 만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앱도, 스마트폰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쪽지에 적어내는 방식이었다.
남녀가 서로 호감 가는 이성을 1순위부터 3순위까지 각자 세 명씩 적어 낸다. 그러면 뒤에서 커플매니저와 내가 그 쪽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서로 연결되는 사람들을 1대 1로 즉석에서 매칭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매칭된 커플끼리 나란히 앉아서 타고 온다. 마음에 드는 상대와 연결된 환희와 억지로 매칭된 커플의 한탄이 버스 안 공기 속에 함께 흘렀다.
남자들의 선택은 한 여성에게 쏠렸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표가 몇몇 사람에게 집중된다. 남자들의 표는 예쁜 여성 몇 명에게 몰리고, 여성들의 표도 인상 좋고 있어보이는 남자 몇 명에게 몰린다.
그날도 그랬다. 특출나게 뛰어난 미모의 인상 좋은 여성이 있었다. 남자들의 표가 그 여성에게 집중됐다.
그 여성 역시 그 자리에서 가장 핸섬하고 있어 보이는 남성 A를 선택했다. 두 사람은 그날의 파트너가 되었고, 결국 좋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남자들의 표를 하나도 받지 못한 여성도 있었다. 그런 여성들이 항상 몇 명 있다.
그중 한 여성을 기억한다. 외모는 평범하거나 평범보다 약간 아래였다. 남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 여성은 역시 표를 받지 못한 남성과 내 판단으로 연결했다.
인기 1위 여성과 0표 여성, 결혼 후 엇갈린 삶
세월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두 커플을 유난히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인상 좋은 여성을 만났던 남자 A. 그 남자는 나중에 다시 우리 회사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잘나가는 집안 출신이었다. 사업하는 집안이었고, 이벤트에도 몇 번 참가했던 사람이다.
그가 재혼 상담을 하며 하소연했다. 그때 인상 좋은 여성을 만나 고가의 선물도 사주고, 좋은 곳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며 결혼까지 했다고 했다.
집안이 넉넉했으니 연애할 때는 부족함 없이 해준 것이다. 그런데 집안 사업이 어려워졌다. 경제적으로 위기가 왔다.
하지만 여성은 힘을 쓰지 못했다. 곱게 자라서 그런지, 좋은 시절에는 괜찮았지만 가정이 어려워지고 경제적으로 흔들리자 버티는 힘이 없었다. 여성이 이혼을 요구했다.
반대로, 그날 표를 받지 못했던 여성 커플의 경우는 달랐다. 나중에 기회가 있어 보니 그 부부는 아주 잘 살고 있었다.
집도 몇 채 마련했고, 재산도 많이 모았다. 소위 잘 나가는 집안이 되어 있었다. 여성이 억척스럽고 살림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절약도 잘 했고, 투자 감각도 있었다. 돈을 모으고, 가정을 일으키는 쪽으로 힘을 쓴 것이다.
그 부부는 또 이성에게 크게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다 보니 서로에게 집중했다. 아이도 셋이나 낳았다.
다시 배우자를 찾는 남자의 대답은 같았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한국 남자들은 여성의 외모를 많이 본다. 여성들은 남자의 가정환경이나 경제력을 많이 본다.
그런데 수많은 결혼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면 이상한 역전 현상이 보인다.
인상 좋은 배우자를 만난 남자들의 뒷모습이 가세가 기울거나, 시간이 지나며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처음 만날 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남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잘살고, 품격있게 변해 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성의 외모는 여성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람들에게 호감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결국 결혼은 '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도 결국 한 사람을 만난다. 그 외모가 때로는 자만이 되고, 우월감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 봄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도 있고, 가을도 있고, 겨울도 있다.
여성의 좋은 인상은 분명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일 수도 있다. 결혼 후 삶의 역전 현상이 그 증거다.
아. 인상 좋은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가 가세가 기울고 이혼한 남자에게 다시 이상형을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비슷했다.
“그래도 전 배우자보다는 예뻐야 하지 않나요?”
불에 타는 줄 알면서도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 이게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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