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놓치면 돌아오기 어려운 시간이 있다. 결혼과 출산이 그렇다.” 미국 시애틀에서 회사 업무를 보고 있을 때다. 한국의 고객센터 담당 커플매니저를 통해 메모가 왔다. “어떤 A씨가 대표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만난 수많은 회원들 중 한 분이겠거니 했다. 요즘은 카카오톡 보이스톡이 있어 다행이다. 국제전화가 아니어도 어디에 있든 한국인끼리는 통화가 된다. 미국에 가면 매일 출근하다시피 가는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그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몇 마디를 나누자 바로 생각이 났다. 그 남성을 기억한 이유는 한 여성 때문이었다. 그 여성은 지금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기업 창업주의 손녀였다. 어머니 목소리가 참 좋았던 분으로 기억한다. 그 따님을 소개시키기 위해 내 나름대로 애를 많이 썼다.그 여성에게 이 남성을 소개했었다. 이 남성은 커플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그러니 대표가 소개하는 여성에게 매니저가 추천했을 것이다.당시 그 여성 어머님에게서 들었던 미팅 후기가 이 남성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남성분 다 좋은데 너무 산만해요.”
당시는 벤처붐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큰 꿈을 꾸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세상이 금방 바뀔 것처럼 말하던 시기였다. 그 남성도 그런 흐름 속에 있었던 한 명이었다. 65년생. 당시는 결혼적령기였다. 너무 오랜만의 전화라 처음에는 자녀가 결혼할 시기가 되어 연락한 줄 알았다.
“지금 어떻게 지내세요? 자녀는 몇 두셨어요?” “아, 저 아직 결혼 안 했어요.”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셨군요. 바쁘셨나 봐요.” “네. 사업도 바빴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요.” 몇 번의 결혼 기회는 있었지만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내게 연락을 한 이유는 본인의 결혼 때문이었다.
바로 프로필 파악에 들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술을 좀 마신다. 살은 옛날보다 조금 쪘다. 그러나 건강하다. 혼자 50평대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전체 자산은 300억대 이상이다. 이쯤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특별한 여성의 조건이 있겠군요.” 이런 정도의 싱글 남성의 답은 두 가지로 예정되어 있다.
“출산이 가능한 여성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나도 답이 준비되어 있다.
“쉽지 않지만 안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가능하시겠어요? 병원에서 확인해 보셨나요?” “아! 가보지는 않았지만 제 건강 상태로는 문제없어 보여요.” 여기서는 화제를 바꾸어야 한다.
“대표님 정도면 결혼을 해도 벌써 10번은 더 하셨을 텐데요.” “못 한 게 아니고 안 한 쪽이에요. 사업도 잘되고 사람도 많이 만났는데, 이 사람이다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 가면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7월에 한국에 왔다. VVIP 고객이 될 수도 있는 분이라 주말에 남성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두 번째 다시 전화했더니 어떤 남성이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