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단순한 남녀 만남이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구조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이른바 ‘삼전닉스’ 직원들의 배우자지수가 높아졌고, 이것이 실제 배우자 만남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우자지수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배우자지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미안하고 불편해진다. 바로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 때문이다.
가끔 인터뷰 기자들도 묻는다. “기자는 몇 등급인가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배우자지수의 본질이 ‘등급’이라는 형태로 왜곡되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선우가 배우자지수를 처음 만든 것은 2004년이다. 당시 결혼정보회사는 종이 서류와 수작업 중심의 원시적 구조였다. 하지만 회원 수가 수천명, 1만명 단위로 늘어나면서 커플매니저가 모든 회원을 기억해 소개하는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 수많은 회원 중에서 서로 잘 맞을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과 검색 체계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프로필 기반 배우자지수의 시작이었다. 직업, 학력, 연봉처럼 서열화되는 수직적 조건과 나이, 종교, 거주지 같은 수평적 조건을 함께 분석하고, 수만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칭 가능성을 구조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학력의 경우 과거에는 단순히 ‘대졸’이라는 한 단어로 분류됐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사람과 저 멀리 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똑같이 ‘대졸’로만 평가되는 것은 현실적인 매칭 구조와 거리가 있었다. 결혼은 결국 남녀의 상호작용이다. 단순 학력 여부만으로는 서로 어울리는 만남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선우는 전문가들과 함께 전 세계 1만1천개 이상의 대학을 3년 이상 조사했고, 학교의 위세와 사회적 인식까지 반영해 데이터화했다. 직업 역시 수천개 이상의 직군을 분석해 7단계 검색 체계를 구축했다.
그 목적은 단 하나였다. 내가 졸업한 학교와 비슷한 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 내 직업군과 현실적으로 잘 맞는 상대를 효율적으로 찾기 위한 검색 시스템을 만드는 것. 즉 배우자지수는 ‘우열을 가르는 등급표’가 아니라 ‘잘 맞는 상대를 찾기 위한 데이터 기반 검색 구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일부 결혼정보회사들이 이를 ‘등급’이라는 자극적인 개념으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누가 몇 등급인지, 어느 직업이 더 높은지, 어느 학교가 더 위인지 자극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고, 배우자지수의 본래 의미는 사라졌다. 이는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결혼 산업의 모럴 해저드에 가깝다.
단언컨대 대부분은 배우자지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높은 등급인가가 아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최고의 배우자지수다. 등급화는 배우자 만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을 숫자와 서열로 바라보게 만들 뿐이다.
결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데이터는 더 잘 맞는 상대를 찾기 위한 도구일 뿐, 사람의 가치를 서열화하기 위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