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동시대의 한국 싱글 남녀에게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때부터 물려온 어떤 '결혼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를 생각해본다. 그분들이 아내에게, 자녀에게 “사랑한다”, “당신을 사랑한다”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사랑한다는 표현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던 세대다.
그렇다면 그분들은 가족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가정에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할 때가 오면 우리 아버지들만큼 헌신적인 사람들도 없었다. 말보다는 책임지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시대였다. 보릿고개를 넘고,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시절이다. 아버지가 밖에서 묵묵히 가족을 책임졌다면 어머니는 집안을 지키면서 남편과 자식들을 이해하고 감싸고 보듬었다.
그렇게 살아온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우리 세대의 남녀에게도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 결혼문화연구소가 2006년부터 2026년까지 20년간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통해 성격검사를 완료한 14,092명을 분석했다. 남성 6,549명, 여성 7,543명이다. 18개 성격 요인의 평균을 비교했다.
남녀 모두 가장 높게 나타난 성격은 '성실성'이었다. 남성은 5점 만점에 성실성 4.104, 여성은 4.045였다.
그 다음부터 조금 달라졌다. 남성에게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난 것은 자율성 4.026이었다.
그러나 여성에게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난 것은 이해심 3.922였다. 성실성은 약속과 책임을 지키려는 태도다.
자율성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고 생활 속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향이다. 이해심은 상대의 말과 마음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성향이다.
그런데 결과를 보고 있으니 자꾸 옛날 우리 부모 세대가 생각났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기 몫을 책임졌던 아버지. 그런 남편과 가족을 이해하고 감싸고 보듬었던 어머니.
남자는 “내가 해낼게.”
여자는 “당신 마음 알아.”
표현하는 문법은 조금 달랐지만 결국 두 사람에게 가장 높았던 것은 똑같았다.
'성실성'은 가정을 지키고 책임지겠다는 같은 약속이었다.
우리 안에는 아직도 그렇게 살아온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 유전자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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